"문화재에다 오줌을 누이면 어떻게 해요"

등록 2009.11.17 11:35수정 2009.11.17 11:35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참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우리 것에 대해 무관심한 사람들도 흔치 않은 듯 하다. 문화재란 그것이 국보가 되었든지 아니면 보물, 지방문화재 등 가릴 것 없이 다 소중한 것이다. 그런데 답사를 하다가보면 정말 짜증스러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보존이 잘 되어있는 곳도 있지만, 방치되어 흉물로 변해가고 있는 모습을 보기 때문이다.

 

a

신덕고분군 전남 함평군 월야면 예덕리에 소재한 전라남도 기념물 제143호 신덕고분군 ⓒ 하주성

▲ 신덕고분군 전남 함평군 월야면 예덕리에 소재한 전라남도 기념물 제143호 신덕고분군 ⓒ 하주성

 

사람들은 말로는 문화재 보호를 잘도 떠벌린다. 그러나 정작 문화재를 얼마나 잘 보호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한다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문화재 보호라는 것이 한 두 사람만의 몫은 아니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는 있다. 하지만 그것을 실천을 하기에는 아직은 요원한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흔히 이런 생각을 한다. '세금 내면서 문화재를 아끼고 보호하라고 월급 주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 말이다. 그러나 그런 생각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문화재 보호란 누가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그리고 우리 후손들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뭐 어때요? 할 말이 없다

 

문화재답사를 하다가 보면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요즈음에는 우리 문화재를 답사하는 사람들 중에 외국인의 모습이 눈에 많이 띈다. 그만큼 우리문화재의 아름다움을 외국에서도 인정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정작 우리들은 그런 외국인들보다도 못한, 문화재에 대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다.  

 

a

신덕고분군 이런 문화재에도 함부로 오줌을 누이는 사람들. 우리 문화재를 보존하는 마음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 하주성

▲ 신덕고분군 이런 문화재에도 함부로 오줌을 누이는 사람들. 우리 문화재를 보존하는 마음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 하주성

 

문화재 답사 길에 답답한 모습을 보았다. 전남 함평군 월야면 예덕리에 소재한 전라남도 기념물 제143호 신덕고분군을 찾았다. 한 아주머니가 어린 아이를 안고 고분군에 오줌을 누이고 있었다. 그런데 하필 봉분에 대고 오줌을 누이고 있을까? 지방문화재로 지정이 된 문화재이기는 해도, 우리 문화재임에 틀림이 없다. 문화재란 국보나 지방문화재나 소중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 문화재에 대고 오줌을 누이고 있다니. 문제는 멀지 않은 곳에 화장실이 있다는 것이다. '급하다보니 어쩔 수 없었다'라는 말은 적당한 이유가 되지 않는 것이, 화장실은 불과 20m 정도 떨어진 주차장 곁에 있었다.

 

"아주머니 저기가 화장실인데 거기서 오줌을 누이면 어떻게 해요"

"뭐, 어때요"

"그래도 소중한 문화잰데"

"아이가 급하다고 하는데 그럼 싸게 놓아두란 말예요"

 

이쯤 되면 할 말이 없다. 그리고 장소가 조금 밖으로만 나가도 그렇게 문화재 곁에서 오줌을 누이지 않아도 되는 장소다. 그런데 왜 하필 문화재에 대고 오줌을 누여야만 할까?

 

"그래도 조금만 떨어져서 누이면 좋을 텐데요"

"아니 애 오줌을 누였다고 여기가 파이기라도 한단 말예요"

 

a

금산사 미륵전 국보인 금산사 미륵전은 오농 낙서 투성이였다. ⓒ 하주성

▲ 금산사 미륵전 국보인 금산사 미륵전은 오농 낙서 투성이였다. ⓒ 하주성

 

더 이상은 이야기를 해보았자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겠다. 문제는 저 정도의 인식으로 우리 문화재를 보는 사람들이 무지기수라는 것이다. 어디를 가나 문화재를 훼손한 대책 없는 낙서들. 파헤쳐지고 부수어진 명승. 갑갑하다. 지키는 사람이 있어도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면, 소중한 문화재를 보존하는 데는 힘이 들 수밖에 없다. 누구나 다 내 것을 지키는 마음으로 우리 문화재를 대할 수는 없는 것일까? 마음 같아서는 얼굴 사진이라도 찍어 올리고 싶었지만, 꾹 참고 돌아선다. 이러한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은 수 만 갈래로 찢어진다.

2009.11.17 11:35 ⓒ 2009 OhmyNews
#문화재 #보존 #의식 #오줌 #신덕고분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단독] 대통령 온다고 축구장 면적 절반 시멘트 포장, 1시간 쓰고 철거
  2. 2 '김건희·윤석열 스트레스로 죽을 지경' 스님들의 경고
  3. 3 5년 만에 '문제 국가'로 강등된 한국... 성명서가 부끄럽다
  4. 4 플라스틱 24만개가 '둥둥'... 생수병의 위험성, 왜 이제 밝혀졌나
  5. 5 '교통혁명'이라던 GTX의 처참한 성적표, 그 이유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