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이 들면 더 고생하는 농민들

겨울을 맞이하는 농부들을 생각해 보세요

등록 2009.11.11 09:59수정 2009.11.11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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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가을입니다. 아니 이제 가을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겨울은 여지없이 우리네 곁으로 다가와 가난하고 서러운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여리게 만들고 있습니다. 더구나 올해는 지난해처럼 큰 비바람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다 좋지는 않습니다.

 

농부들의 마음은 겨울을 맞이하면서 어떨까요? 흔히 가을을 수확의 계절이라고 하지요. 황금 들판을 이야기하고, 가을의 풍성함을 이야기하며 넉넉한 인심을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2009년을 살아가는 우리의 농민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황금 들판이 누런 똥색 들판으로 보이고, 넉넉한 인심을 이야기하기 전에 수확조차 거부합니다. 봄부터 씨앗 뿌려 가꾼 논을 가을에 갈아엎는 심정은 농민이 아닌 사람은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풍년이 들면 농민들은 더 고생을 합니다. 차라리 흉년이 들면 수확물이 적기 때문에 그만큼의 고생을 덜 하는 셈이지요. 더구나 농산물의 귀함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모두가 넉넉할 정도로 풍년이 들면 그만큼 농민의 한숨도 늘어납니다.

 

해마다 돌아오는 11월 11일은 '농업인의 날'이라며 달력에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이 땅에서 농민이 제대로 된 농업인의 날을 보낸 적이 있을까요? 관공서 앞에 혹은 농협 앞에 나락 가마니를 쌓아 두는 모습이 마치 연례행사처럼 되고 있습니다. 해마다 11월이 되면 농민들이 서울에 모여 농민대회를 합니다.

 

농민들은 농사만 짓기에도 바쁩니다. 비가 내릴지, 얼음이 얼지, 서리가 내릴지 걱정을 합니다. 여름이 되면 비가 너무 많이 내려도 걱정입니다. 날씨가 너무 더워도 걱정이지만, 너무 추워도 걱정입니다. 그렇게 농사를 지었지만 판매를 할 때 또 걱정입니다. 고생한 것에 대한 대가라고는 너무나 야박한 현실에서 농사를 포기하고 싶은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절대 포기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적자나는 농사를 지으면서 농사를 그만두려고 하는 농민은 없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제대로 된 농민이라면 빚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빚이 많을수록 진정한 농민이라고 말합니다. 물론 술자리에서 하는 말입니다. 그러나 빚 없는 농민이 없는 현실에서 농사를 짓고 살면서 빚진 것 없이 살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농민을 위한다는 농협에 수천에서 수억씩 빚을 가져야만 농협에서도 제대로 고객 대우를 받는 것이 우리나라 현실입니다.

 

농촌에서 산다고 하여 모두가 농사를 짓고 사는 것은 아닙니다. 장사를 하기도 하고, 작은 공장을 하기도 합니다. 건설업을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모두들 농촌이 좋아서 농촌에 살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농촌의 정경이 좋고, 농촌 사람들이 좋습니다. 흙이 좋고, 자연이 좋습니다. 그래서 농촌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농촌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농민으로 취급받으며 차별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촌놈' 이라고 불리는 말이지요. 반대로 농촌에 있다는 이유로 이익을 얻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부에서 주는 많은 혜택들이 있지요. 하지만 눈치 빠르고, 아부 잘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을 얻어 갑니다. 묵묵히 농사일만 하는 분들은 아무 것도 모릅니다. 정치도 모르고, 경제도 모릅니다. 그냥 배운  게 농사이기에 농사만이 천직이라는 생각입니다.

 

빼빼로 데이로 유명한 11월 11일. 아이들만이 아니라 어른들도 빼빼로를 나눠 먹습니다. 하지만 농민의 삶을 생각하고, 농업의 중요성을 진정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습니다. 그리고 11월 17일은 연례 행사가 된 농민대회 날입니다. 농민들은 농사만 짓기에도 바쁩니다. 농민들은 나이도 많고 힘도 없습니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에서 농민들이 아스팔트에 모여 집회를 하는 날이 없었으면 하고 간절히 바랍니다.

 

벼로 가득한 들판이 가을이 되며 황금빛을 띠다가 다시 검은 빛을 띱니다. 봄이 되면 다시 연초록 빛깔을 띠겠지요. 우리 농부들의 얼굴에도 환한 미소가 피어나는 날이 오기를 기원합니다.

2009.11.11 09:59 ⓒ 2009 OhmyNews
#농업인의 날 #농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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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말이 적어야 하고, 뱃속에 밥이 적어야 하고, 머리에 생각이 적어야 한다. 현주(玄酒)처럼 살고 싶은 '날마다 우는 남자'가 바로 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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