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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사나이인 내가 '기아' 응원하는 이유

09.10.18 17:55최종업데이트09.10.1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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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에 기아 타이거스가 12년만에 진출했을 때 우승하기를 바랐다. 바람대로 기아는 SK 와이번스와 대결에서 2연승을 해 한국 시리즈 반환점을 돌았다.

1차전에서 이종범 선수가 결승타 포함 3타수 2안타 3타점으로 맹타를 터트리면서 승리를 이끄는 장면은 야구는 이름값이 아니라 실력으로 하는 것임을 보여주었다. 하늘같은 선배가 온 힘을 다해 야구를 하는데 후배들이 본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내가 SK가 아니라 기아를 응원하는 이유는 SK를 싫어해서가 아니다. 경남 사천에서 태어나 대학과 대학원을 제외하고는 서부 경남을 떠나 본 일 없는 골수 경상도 남자로서 전라도를 연고지로 둔 기아를 응원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 뿌리깊게 남아 있는 지역감정을 없애는 작은 길이라는 엉뚱한 생각때문이다.

경남 사천이라면 롯데 자이언츠를 응원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롯데는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 베어스에 패하였고, 프로야구 어떤 팬들보다 열정적인 롯데 팬들 만큼 롯데를 좋아하지 않는다. 다른 팀과 롯데가 경기를 하면 롯데가 이기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질 뿐이다. 한국 시리즈에서 기아와 롯데가 맞붙었다면 솔직히 어느 팀을 응원했을지 잘 모를 정도로 기아가 좋다.

나 같은 사람이 기아를 응원한다고 지역감정이 없어지지 않겠지만 경상도 한 사람, 한 사람이 기아를 응원하면 정치가 만든 지역감정을 조금이라도 없앨 수 있다는 생각이다. 물론 롯데가 기아와 맞붙어면 그 때는 롯데를 응원하면 된다.

호랑이가 우승하기를 바라는 경상도 사람들,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다음에 롯데가 한국 시리즈에 진출했을 때 전라도 사람들이 거인이 우승하기를 바란다고 화답하면 대단한 일이다.

정치권력이 만든 지역감정을 야구를 좋아하는 팬들이 멋지게 날려버리는 그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란다.

한국시리즈 경상도 기아 지역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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