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종단 "MB 4대강사업은 '바벨탑' 같은 오만"

종교인들, 착공 현장 기도회·1천 종교인 기도회·낙선운동 등 행동 경고

등록 2009.10.16 14:09수정 2009.10.16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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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천주교, 기독교, 원불교 등 4대 종단의 종교인들로 구성된 종교환경회의는 16일 오전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4대강 사업을 강행할 경우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4대강 사업을 포기할 때까지 국민과 함께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 오마이뉴스 이경태


"4대강 사업은 기독교에서 말하는 '바벨탑'과 같습니다. 인간이 오만과 교만으로 쌓은 바벨탑처럼 청계천의 작은 성취에 만족감과 자신감을 얻은 이명박 대통령이 오만에 빠져 짧은 임기 동안 불가능한 4대강 사업을 강행하려고 합니다. 기독교에서는 '교만하지 말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김경재 한국신학대학교 명예교수

정부가 추진 중인 4대강 정비사업이 인간이 그릇된 욕망으로 쌓았다 신벌(神罰)을 받게 됐다는 '바벨탑'에 비견됐다. '장로 대통령'인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만큼의 오욕(汚辱)이 있을까 싶다. 국정감사 과정에서 계속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4대강 사업에 대해 불교, 기독교, 천주교, 원불교 등 4대 종단 종교인이 16일 오전 한 목소리로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했다.

4대 종단의 종교인들로 구성된 종교환경회의는 이날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4대강 사업을 강행할 경우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4대강 사업을 포기할 때까지 국민과 함께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종교인들의 싸움 방법은 '기도'였다. 기독교 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양재성 목사는 "4대강 사업이 착공된다면 현장에서 종교인들은 기도회를 열 것"이라며 "이후 광화문 광장에서 1천 명의 종교인이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기도회를 여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 목사는 또 "10월 보궐선거와 내년 지방선거 때도 4대강 사업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후보들에 대한 검증을 할 것"이라며 종교인 차원의 '낙선운동' 가능성도 시사했다.

현각 스님 "정부 논리, 멀쩡한 아이 다리 분지르고 다시 고치는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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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대운하 백지화를 위해 '종교인 생명평화 100일 도보순례단'이 지난 2008년 4월 1일 오전 부산 을숙도 낙동강 하구둑을 따라 걷고 있다. ⓒ 유성호

이들은 본격적인 '행동'에 앞서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전달한 종교인들의 의지에 정부가 화답해주기를 소망했다.


4대 종단 종교인들은 이날 "4대강 사업이 강의 생태계는 물론, 인간 생태환경을 파괴하고 무수한 생명을 파괴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당장 사업을 중단하거나 정당한 절차를 거친 후 축소·추진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또한 "국민의 세금이 합당하게 쓰일 수 있도록 재원을 공공서비스에 지출하여 질 좋은 일자리 창출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복지, 교육, 문화, 서비스 산업에 투자할 것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각 종단의 종교인들도 나서 4대강 사업에 대한 종단의 입장을 발표했다. 

불교환경연대 집행위원장 현각 스님은 "4대강 사업을 통해 홍수를 조절하고 수질을 개선한다고 하는 것은 '멀쩡한 아이의 다리를 분질러놓고 다시 고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모든 생명이 평화롭게 살아가야 할 터전, 수많은 선사들의 흔적이 남겨진 강을 제대로 된 검토 없이 일시에 파헤치는 사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아무도 모른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현각 스님은 이어, "정부는 이 사업을 잠시 중단하고 많은 전문가들의 식견을 듣고 다시 한 번 검토해줄 것을 부탁드린다"며 "종교인들은 정부가 힘으로 밀어붙이더라도 옳지 않은 이 일에 대해 계속 반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천주교창조보전연대 사무국장 김규봉 신부도 "4대강 사업은 한마디로 자연에 대한 인간의 오만이자 개발과 경제성장을 위한 인간의 맹목적 욕구"라며 "우리 자신과 우리의 후손들 그리고 자연 만물과 함께 살기 위해 이명박 정부와 생명을 거스르는 이 땅의 개발론자들에게 '생명의 길'을 선택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원불교 천지보은회의 김우성 교무는 "먼저 지난날 우리가 (욕망을 위해)적당히 타협하고 양보하지 않았는지 반성한다"며 "정부가 지금까지의 국책사업으로 내야 했던 비싼 수업료를 잊지 말고 합리적인 절차를 밟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 교무는 또 "우리 종교인들도 이제 바른 양심을 증명하는 국민의 일원으로서 정부를 질책할 것"이라며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며 국가의 주인이 살아있음을 정부에 보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분열시킨 솔로몬 대성전처럼 국민 분열시킬 것"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는 "김진홍 목사를 비롯한 보수교회 지도자들, 정권의 가신집단으로 전락한 분들의 경거망동한 행동으로 개신교가 4대강 사업을 찬성하고 묵인하는 것으로 오인되는 현실에 비탄을 금할 수 없다"며 "전 국민의 74%가 이 토목공사를 반대하듯, 개신교 일부 대형교회 목회자들을 제외한 1천만 신도의 74% 이상이 이 사업을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성서의 '솔로몬 대성전'을 예로 들며 "무리한 토건 사업은 국민을 분열시킨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의 다윗이 최대의 성전을 지어 영광을 드러내려고 했으나 손에 피를 많이 묻혀 하느님의 허락을 받지 못하고 아들인 솔로몬이 10년, 20년에 걸쳐 성전을 완공했다는 구절이 성서에 나온다. 신앙적인 표현을 제하고 이를 살펴보면 다윗과 같은 영걸도 한계를 인식하고 자기 대 안의 성전 건축을 포기했다. 또 이스라엘 역사에서 이 토목공사로 말미암아 이스라엘은 이후 남북으로 분열되고 만다."

김 교수는 이어, "이 일은 정권의 의지로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의견을 물어 두드리고, 두드려서 해야 할 일"이라며 "상식이 있는 자라면 누구도 동의할 수 없는 4대강 사업을 강행한다면 역사가 증명하듯 이 사업을 추진하고 주도한 모든 정치인, 경제각료, 종교지도자 모두에게 국민이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은 심사숙고하고 겸손해져서, 기독교가 경고하는 오만과 교만의 덫에 걸리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4대강 정비사업 #종교인 #4대종단 #4대강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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