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를 수도 없는 계단을 왜 만들었을까?

[바람이 머무는 정자기행 13] 세 개의 달이 뜨는 영월루

등록 2009.10.14 18:27수정 2009.10.14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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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맞이한다'는 영월루는 남한강가 언덕에 서 있다. ⓒ 하주성

'달을 맞이한다'는 영월루는 남한강가 언덕에 서 있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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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에 서 있는 암벽을 마암이라 한다. ⓒ 하주성

강변에 서 있는 암벽을 마암이라 한다. ⓒ 하주성
흔히 강릉 경포대에 오르면 세 개의 달을 본다고 했다. 그러나 그 못지않은 정취를 자아내게 하는 곳이 바로 경기도 여주군 여주읍 남한강가 언덕에 자리한 경기도문화재자료 제37호 영월루(迎月樓)다. 이곳에 가면 그 아름다운 경관에 매료된다.

 

여주읍에서 여주대교를 건너기 전에 보면 입구 오른편으로 내리막 소로가 있고 커다란 괴암이 절벽을 이루는데 바위 위에는 힘찬 필치의 '마암'이라는 글씨가 있다. 영월루는 이 마암의 위 편 바위 언덕에 있는 누각으로 푸른 강물과 신륵사의 전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밑으로는 남한강이 도도히 흐르는 모습에 막혔던 가슴이 후련해짐을 느낀다.

 

군청 정문이었던 누각 영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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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 강을 바라보고 있는 영월루 ⓒ 하주성

북쪽 강을 바라보고 있는 영월루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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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루 이층 누각 중앙에 걸려있는 현판 ⓒ 하주성

영월루 이층 누각 중앙에 걸려있는 현판 ⓒ 하주성

영월루는 원래 군청의 정문이었다. 1925년경 신헌수 군수가 지금 있는 자리에 누각으로 다시 세웠다고 한다. 정면 4칸·측면 2칸 규모의 2층 누각으로 팔작지붕이다. 18세기 말의 것으로 추정하는 이 건물은 전망이 뛰어난 곳에 있을 뿐 아니라, 낮은 기단과 기다란 몸체, 치켜 들려진 지붕의 비례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기도 하다.

 

영월루에서도 세 개의 달을 볼 수 있다. 하나는 하늘에 걸린 달이요, 또 하나는 남한강에 떨어져 여울에 흔들리는 달이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마주 앉은 사랑하는 사람의 눈동자에 비친 달이다. 그러나 난 늘 아쉬움이 남는다. 이 누대에 올라 멋진 광경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문이 없는 계단, 옥에 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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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층 누각 위로 오르는 계단 ⓒ 하주성

이층 누각 위로 오르는 계단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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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층으로 오르는 계단은 있으나 정작 문이 없다. 한 마디로 마룻바닥 밑에 계단을 붙여놓은 형태다. ⓒ 하주성

이층으로 오르는 계단은 있으나 정작 문이 없다. 한 마디로 마룻바닥 밑에 계단을 붙여놓은 형태다. ⓒ 하주성

그런 아쉬움 탓에 2년 전쯤인가 내가 운영하던 블로그에 영월루 누각 위로 오르는 계단이 없음을 지적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 방문해 보니 영월루에 이 층으로 오르는 계단이 생겼다. 이럴 때의 기쁨이란 말할 수가 없다.

 

그런데 '옥에 티'라고나 할까? 계단은 있는데 정작 문이 없다. 그저 계단만 만들어 놓고 오를 수 있는 입구를 만들지 않은 것이다. 한 마디로 마룻바닥 밑에 계단을 붙여놓은 형태다. 이럴 수가! 오를 수도 없는 계단은 왜 만들어 놓았을까?

 

문화재를 보존하기 위한 자구책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계단 위에 입구를 만들고 필요에 따라 자물통을 채워 놓을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쉽다. 문화재의 올바른 보존은 무작정 막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그 중요성을 일깨우는 것 아닐까?

 

누각의 경우 누각 아래서 바라보는 경치와 누각 위로 올라 바라보는 경치는 하늘과 땅 차이다. 아름다운 남한강을 보고 서 있는 영월루. 그 누대에 올라 세 개의 달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09.10.14 18:27 ⓒ 2009 OhmyNews
#영월루 #남한강 #군청 정문 #문화재자료 #달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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