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하는 하얀 손 뿌리칠 수 있을까

'억새여행지의 최고봉' 전남 장흥 천관산 억새 활짝

등록 2009.10.13 09:56수정 2009.10.13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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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 천관산 억새평원. 드넓은 산정에 억새가 활짝 피었다. 지난 10일의 풍경이다. ⓒ 이돈삼

장흥 천관산 억새평원. 드넓은 산정에 억새가 활짝 피었다. 지난 10일의 풍경이다. ⓒ 이돈삼

 

가을이 무르익으면서 보이는 것마다 아름다운 풍경이 된다. 들녘은 들녘대로, 과원은 과원대로 하나의 가을풍경이 되고 있다. 중부지방은 요즘 단풍이 무르익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남쪽은 아직 단풍이 빠르다. 대신 단풍과 대비되는 색깔인 하얀 억새가 절정이다.

 

억새는 이맘 때 어디서나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남도에서 억새를 볼 수 있는 곳도 천관산, 달마산, 월출산, 무등산 등 부지기수다. 그 중에서도 다도해 풍광과 기암괴석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장흥 천관산은 억새 여행지의 최고봉이다. 천관산이 있는 장흥으로 가본다.

 

천관산(天冠山)은 전라남도 장흥군 관산읍과 대덕읍의 경계에 있는 높이 723m의 바위산이다. 하늘을 찌를 듯한 봉우리들, 산꼭대기에 삐죽삐죽 솟은 바위들의 형상이 마치 천자(天子)의 면류관과 같다고 해서 이름 붙은 산이다. 이 산의 정상인 연대봉 부근의 초원지대에서 환희봉, 구정봉까지 4㎞에 이르는 구간이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억새 군락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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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 천관산에 활짝 핀 억새. 보는 각도에 따라 색깔이 달라진다. 지난 10일의 모습이다. ⓒ 이돈삼

장흥 천관산에 활짝 핀 억새. 보는 각도에 따라 색깔이 달라진다. 지난 10일의 모습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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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 천관산 억새군락. 가을바람에 몸 흔드는 풍경이 장관이다. ⓒ 이돈삼

장흥 천관산 억새군락. 가을바람에 몸 흔드는 풍경이 장관이다. ⓒ 이돈삼

 

천관산의 억새는 지금 절정을 맞았다. 다도해에서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억새들이 고개를 숙였다 일으켰다 하면서 무리지어 춤을 추는 광경이 장관이다. 한낮의 햇살 아래 반짝이는 은빛 억새물결도 눈에 부신다. 황홀하기까지 하다. 바람 따라 서걱서걱 울어대는 모습은 금세 가을산의 정취와 여유로움에 흠뻑 빠져들게 한다. 절정은 이달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억새는 참 오묘하다. 보는 방향에 따라서 달리 보인다. 햇살의 세기와 방향에 따라 하얀색을 띠기도 하고, 잿빛으로 보이기도 한다. 가장 아름다운 흰색은 태양과 억새의 각도가 45도를 밑돌거나 역광을 받을 때이다. 하여 억새는 오전 9시 이전이나 오후 5시 이후에 태양을 안고 바라봐야 제대로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해질 무렵의 억새가 더 없이 아름다운 것도 이런 이유다.

 

천관산에서 내려다보면 남해안에 점점이 떠 있는 다도해가 한 폭의 동양화처럼 펼쳐진다. 쪽빛 바다와 오롱조롱한 섬들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내려다보인다. 전망도 탁월하다. 솜털처럼 부드러운 억새와 끝없이 펼쳐진 다도해 풍광이 편안한 가을분위기를 선사한다. 운해라도 자욱하면 내가 바다 한가운데 서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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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 천관산의 억새. 지난 10일 찍은 모습이다. ⓒ 이돈삼

장흥 천관산의 억새. 지난 10일 찍은 모습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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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 천관산. 능선 위에 자리잡은 기암괴석이 자연조형물의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 이돈삼

장흥 천관산. 능선 위에 자리잡은 기암괴석이 자연조형물의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 이돈삼

 

천관산은 사철 등산객들이 즐겨 찾는 산이다. 봉우리가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있고, 능선 위로는 기암괴석이 자연조형물의 전시장을 방불케 하기 때문이다. 아기바위, 사자바위, 부처바위 등 이름난 바위들도 제각기 다른 모습을 자랑한다. 남근의 형상을 하고 있는 양근암(陽根岩)도 있다. 높이가 4m정도 될까. 여성을 연상케 하는 건너편 능선의 금수굴을 향해 우뚝 솟아 있다. '자연의 놀라운 조화'라고 써놓은 안내판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천관산에는 문학공원도 있다. 연대봉에서 닭봉이나 불영봉, 환희대 등을 거쳐 대덕읍 탑산사로 내려오면 천관산문학공원을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야외문학공원이다. 여기에는 장흥 출신 이청준, 한승원을 비롯 국내 유명 문인들의 육필원고가 자연석에 새겨져 있다. 주민들이 쌓아올린 600여개의 돌탑도 정겹다.

 

장흥에서 문학의 향기를 느껴볼 수 있는 곳은 더 있다. 장흥은 소설가 이청준, 한승원, 송기숙 선생의 고향이기도 하다. 장흥을 '문림의향'이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회진면 진목리는 지난 2007년 타계한 소설가 이청준의 고향. 여기에 그의 생가가 있다. 이 마을은 그의 작품 '눈길'과 '선학동나그네'의 배경이 됐다. '아제아제 바라아제', '새말터 사람들'로 유명한 한승원 선생은 안양면 율산마을에 '해산토굴'이라 이름 지은 집을 지어 살고 있다. 가까운 바닷가에 한승원 선생이 지은 시를 새긴 문학산책로도 조성돼 있어 시도 보고 바닷가 풍경도 감상할 수 있다.

 

천관산에 가서 억새군락을 보고 문학공원까지 본다면 어느새 가을의 서정이 가득해진다. 내려오는 길에 만나는 장천재(長川齋)도 발걸음을 해야 할 곳이다. 장천재는 조선 후기 학자인 존재(存齋) 위백규 선생이 후학을 가르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관산읍 옥당리에 있으며, 전남유형문화재 제72호로 지정돼 있다. 장천재 앞에는 수령 600년의 아름드리 소나무 한 그루 있다. 높이 20m, 둘레는 2.8m에 이르는데 이 나무가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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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군 회진면 진목리에 있는 고 이청준 생가. ⓒ 이돈삼

장흥군 회진면 진목리에 있는 고 이청준 생가.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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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 안양면 바닷가에 있는 문학산책로. 시를 보면서 바닷가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 이돈삼

장흥 안양면 바닷가에 있는 문학산책로. 시를 보면서 바닷가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 이돈삼

 

천관산이 있는 장흥에는 가볼만한 곳이 많다. 숲속을 거닐며 한적한 가을의 분위기를 느껴보는 것도 운치 있겠다. 억불산 우드랜드는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빼곡하다. 면적이 자그마치 100㏊나 된다. 산림욕이나 산책코스로 최적이다. 천관산자연휴양림과 유치자연휴양림도 좋다. 유치휴양림에서 가까운 가지산 보림사에 발걸음을 해도 가을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토요일에 장흥을 찾는다면 토요시장에 가보는 것도 좋다. 정남진 장흥토요시장은 옛 시골장터의 멋과 흥이 있는 곳이다. 오전 10시부터 전통 농악놀이와 공연이 펼쳐진다. 그 가운데서도 장흥할머니들이 이름표를 달고 직접 생산한 농산물과 산나물, 장흥바다에서 난 해산물을 파는 '할머니장터'는 토요시장의 명물이다. 품질에 비해 값이 싼 한우고기를 부위별로 살 수 있는 한우고기 판매점도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장흥은 해산물, 그 중에서도 패류가 풍부한 고장이다. 키조개 요리는 장흥의 대표적인 먹을거리다.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청정 득량만에서 잡아 올린 키조개와 새조개를 한우등심과 함께 돌판에 구워먹는 구이도 맛있다. 표고버섯으로 부친 부침개도 장흥음식의 품위를 높여준다. 너울너울 억새 춤추는 천관산이 있고, 문학의 향기 스며 있는 장흥으로의 여행은 가을의 서정을 짙게 물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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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 억불산 우드랜드. 편백나무와 삼나무 숲이 우거진 이른바 '치유의 숲'이다. ⓒ 이돈삼

장흥 억불산 우드랜드. 편백나무와 삼나무 숲이 우거진 이른바 '치유의 숲'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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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 토요시장 '할머니장터'. 이름표를 목에 걸고 가지고 나온 농수산물을 파는 할머니들의 모습이 이채롭다. ⓒ 이돈삼

장흥 토요시장 '할머니장터'. 이름표를 목에 걸고 가지고 나온 농수산물을 파는 할머니들의 모습이 이채롭다. ⓒ 이돈삼

덧붙이는 글 | 가을 천관산행은 장천재를 이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장흥읍에서 23번 국도를 타고 직진하다가 관산읍을 우측에 안고 바로 지나면 삼거리에 ‘도립공원 천관산’ 표지석이 나온다. 여기서 우회전하면 천관산 등산로로 연결되는 장천재 주차장이다. 
장흥읍에서 관산행 직행버스도 20분 간격으로 다닌다.

2009.10.13 09:56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가을 천관산행은 장천재를 이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장흥읍에서 23번 국도를 타고 직진하다가 관산읍을 우측에 안고 바로 지나면 삼거리에 ‘도립공원 천관산’ 표지석이 나온다. 여기서 우회전하면 천관산 등산로로 연결되는 장천재 주차장이다. 
장흥읍에서 관산행 직행버스도 20분 간격으로 다닌다.
#억새 #천관산 #장흥 #억불산 우드랜드 #장흥토요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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