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600명이 암행어사 돼라... 난 외압 막는 마패"

국민권익위원회 입성한 정권 '실세'... "비리 저지르면 사회생활 어려운 풍조 만들 것"

등록 2009.09.30 19:53수정 2009.09.30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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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국민권익위원회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 유성호

이재오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국민권익위원회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 유성호

30일 2대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취임한 이재오 위원장의 일성은 "권익위 직원 600명 모두가 어사 박문수가 돼라. 외압은 내가 막겠다"였다. '여의도 정치' 복귀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고 취임식장인 서울 미근동 국민권익위원회 대강당으로 들어선 이 위원장의 표정은 진지했다. 이 위원장은 미리 작성된 취임사를 읽지 않고 즉석에서 열변을 토했다.

 

이 위원장의 취임사는 최근 발간된 자신의 저서 '함박웃음'의 말미에 나오는 '정의로운 국가가 경쟁력이다'라는 대목이 그대로 옮겨진 듯 했다. 그는 특히 공직자의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 척결에 무게를 뒀다.

 

그는 "후세에 이 나라가 이명박 정부 시대에 공직자들이 가장 깨끗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여러분과 내가 함께 힘을 합쳐야할 때"라며 "우리나라가 권력에 의해 각종 비리가 저질러지고 권력에 의해 부정부패가 눈감아지는 그런 나라라면 미래가 없다는 생각을 평소부터 해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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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국민권익위원회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직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 유성호

이재오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국민권익위원회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직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 유성호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이른바 브릭스(BRICs) 국가를 방문한 경험을 언급한 이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인구도 적고 자원도 없고 땅도 좁아서 이런 나라들보다 부족한 게 많지만 우리가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부정과 부패, 각종 비리를 없앨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의로운 국가를 만들고 공평한 사회,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 시대의 국가 경쟁력이고 이 경쟁력이 미래에 한국을 우뚝 세울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어떤 권력형 비리도 이명박 정부에서는 발을 못 붙여야 한다"며 "이것이 나라를 한단계 끌어올리고 경제를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사회 전반에 걸쳐 '이명박 정부에선 비리는 부끄러운 것이고 비리를 저질러선 사회생활 제대로 하기 힘들다'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권익위 직원들을 향해 "여러분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나라를 바로 세우는데 방패막이 되고 어떤 외압으로부터도 여러분을 지켜가는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권익위원회 공무원들은 공직사회 전반을 구석구석 누벼서 부패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은 철저하게 파헤치고 어떤 외압으로부터도 독립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여러분들의 힘으로 안되면 언론의 힘을 빌리면 된다. 언론은 약자의 편이다"라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조선시대로 말하면 여러분 600명 전부가 조선시대의 어사 박문수가 된다는 기분으로 일하고, 춘향전 말미에 어사 출도로 가슴이 후련해지는 그런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며 "후대에 이명박 정부가 권익위원회 때문에 빛났다는 소리를 듣도록 거듭 다짐하자" 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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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과 직원들이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국민권익위원회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유성호

이재오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과 직원들이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국민권익위원회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유성호

 

"권익위 자리 빈 줄 몰랐다"... "위원장이 이재오라는 게 마패"

 

이 위원장은 취임식 뒤 이어진 기자 간담회에서도 자신이 권익위에 대한 외압에 방패막이가 되겠다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 '권익위 직원들이 어사 박문수가 되려면 마패가 있어야 하는데 어떤 마패가 있겠느냐'는 질문을 받은 이 위원장은 "마패라는 게 위원장이 이재오라는 것이지 딴 마패가 있겠느냐"고 답하면서 웃었다.

 

또 '권익위의 역할이 감사원·검찰·경찰·국세청 등과 겹치게 되면 각 기관간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일이 겹친다고 일을 못하는 것이 아니다. 어느 곳이든 일을 하면 된다"고 답했다. '이명박 정부 실세 중의 실세' 꼽히는 자신이 수장을 맡은 권익위가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

 

이 위원장은 이날 권익위 위원장으로서 직무 수행에 강한 의욕과 자신감을 나타냈지만, 위원장 내정에는 이 위원장 자신 보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음을 암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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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 유성호

이재오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 유성호

'평소에 권익위원장직 생각을 많이 한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은 이 위원장은 호탕하게 "하하하 허허허" 웃고는 "내가 국회의원 떨어지고 1년간 미국에 가 있어서 솔직히 권익위원회자리가 비어있는지 아닌지도 몰랐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께서 역사에 남는 그런 대통령이 되는데 도움이 된다면 무슨 일이든 해야하지 않겠느냐"고 위원장직 수락 이유를 밝혔다.

 

한나라당 복귀 가능성이나 국회의원직 회복 등 '여의도 정치 복귀'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오늘은 권익위원장에 취임한 자리인데 권익위원회 얘길해야 직원들이 신이 나지, 취임 때부터 다른 곳에 가는 얘기하면 직원들이 기분 나빠 하지 않겠느냐"고 언급을 피했다.

 

'위원장 공식임기가 3년인데 임기 끝까지 권익위원장직을 맡을 거냐'는 질문에 자신은 권익위원장 임기를 몰랐다는 듯 "아, 그렇습니까"라고 반문하고는 "3년 다 해야지. 특별한 잘못이 없고 중간에 잘리지만 않으면…"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취임식에 앞서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수여받은 이 위원장은 이날 이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에 대해 "'권력형 비리, 토착비리, 공직자 비리를 척결하고 고충처리를 제대로 하도록 권익위가 역할을 해줘야 한다. 권익위는 중도 실용과 친서민의 가치관을 구현해야 할 기관이니 제대로 준비를 해달라'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2009.09.30 19:53 ⓒ 2009 OhmyNews
#이재오 #국민권익위원회 #박문수 #마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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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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