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 땐 그냥 춤추며 소리치세요!

3년만에 다시 가 본 추억의 나이트클럽

등록 2009.09.24 21:26수정 2009.09.24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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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이 열리며 밤별이 쏟아지네요. 오랜만에 가본 나이트클럽은 입구에서부터 요동치는 음악소리로 정신줄을 놓게 만드네요. ⓒ 이정민

▲ 천장이 열리며 밤별이 쏟아지네요. 오랜만에 가본 나이트클럽은 입구에서부터 요동치는 음악소리로 정신줄을 놓게 만드네요. ⓒ 이정민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를 보면 추억의 고고장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교복을 벗어던지고 당시 유행하던 팔랑 치마와 나팔바지를 입고서 맘에 드는 남녀가 서로 사랑의 눈짓을 보내며 신나게 흔들어 댑니다.

 

또한 엽기적인 그녀에 나오는 두 주인공은 교복을 맞추어 입고 나이트에 입성하여 순수했던 시절의 추억을 벗 삼아 춤의 카타르시스에 중독되어 남이 보건 말건 둘만의 추억여행을 하는 듯 80년대 추억의 댄스 팝송의 리듬에 몸을 맡기며 흥겹게 흔들어 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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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조명속으로 사람들로 꽉 들어찬 클럽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천지창조입니다. ⓒ 이정민

▲ 화려한 조명속으로 사람들로 꽉 들어찬 클럽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천지창조입니다. ⓒ 이정민

 

추억의 락 하우스에서 음악에 몸을 맡기며 맘껏 소리치고 흔들어 대다

 

중학교시절까지는 술과 담배는 엄두도 못 내고 그저 시키는 대로 묵묵히 따르는 순종적인 학생이었다가 고등학교 올라가고 나서 왠지 모를 반항심과 방황벽에 몰입되어 술과 담배와 농구와 헤비메탈과 당구와 도박의 마법에 홀리면서 락 하우스, 락카페라는 곳을 처음 입문하여 모처럼 만나는 별천지와 댄스의 아우라에 그냥 몸을 맡겼었지요.

 

물론 중학교가 끝나갈 무렵, 락 하우스의 이전 모델이라 할 수 있는 환상의 사교 롤라장을 다니곤 했습니다. 모던 토킹의 런던 나잇, 조이의 터치바이터치, 조지 마이클의 '웨이크 미업 비포유 고고' 등 당시 수학여행의 단골음악들이 주류가 되어 음악에 맞추어 롤라 댄스를 추거나 백워킹을 하면서 여학생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거나 중앙홀에 간이 의자에 앉아 학교미팅을 하면서 그 당시 소위 잘나가던 1진들과 어울려 주변 여학교의 퀸카와 만나게 되는 행운도 덕분에 누릴 수 있었습니다

 

락 하우스와 락카페는 주로 지하에 대형무대를 설치해놓고 중앙 상단부에 DJ박스가 놓여있었으며 춤추면서 마실 수 있는 스탠딩 맥주 바와 창가를 중심으로 작은 의자를 비치해 안주와 맥주를 시키며 이야기도 할 수 있는 아기자기하지만 음악이 흘러나올라 치면 숨막힐 듯한 슬래시 메탈의 에코의 요동으로 상대방의 귀에 대고 속삭이면서 댄스미팅을 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작은 설레임과 일탈의 기쁨으로 단체 미팅도 할 수 있는 장소였고, 좋아하는 사람과 어울려 끼리끼리 따로 만나서 춤과 술의 향연에 푹 빠져서 고통의 시간을 잊게 해주는 지하도 해방구였으며, 당시 유행하던 가요와 팝송을 DJ의 환상적인 리믹스 포르테가 더해져  영업시간이 끝날 때까지 자유롭게 들을 수 있는 그야말로 콘크리트 속 유토피아가 따로 없었습니다.

 

이제는 락 하우스를 대신한 많은 나이트클럽과 가라오케, 노래방, 이벤트클럽, 쇼설 클럽 등 다양한 형태의 주점들이 등장하여 그 당시 몇 개 안되어서 더 애착이 갔던 락 하우스의 작은 일탈을 맛볼 수 없게 되었지만 그래도 가끔씩 좋아하는 사람들과 나이트클럽에 가게되면 그 추억의 장면들이 떠올라 마음을 들뜨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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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댄스타임 일주일간의 피로를 풀러 온 단체 직장인들의 모습이 많이 눈에 보입니다. ⓒ 이정민

▲ 신나는 댄스타임 일주일간의 피로를 풀러 온 단체 직장인들의 모습이 많이 눈에 보입니다. ⓒ 이정민

3년 만에 가 본 나이트클럽, 여전히 시끄럽지만 그냥 웃지요

 

대학교 시절에는 학년별 졸업파티를 하면서 대낮에 나이트클럽을 대여하여 환송회 및 학년별 장기자랑, 학과 킹카, 퀸카 경연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교수님과 선배님과 야자타임하면서 맥주도 마시고 춤도 추면서 격식과 예의를 벗어던지고 허심탄회하게 말 그대로 신나게 놀았던 추억이 있었습니다.

 

또한 직장생활 할 때는 단체회식이나 상사와의 미팅 시에 1차로 횟집을 가서 소주로 몸의 긴장을 풀고, 2차로 맥주 집에 가서 소맥 폭탄으로 머리의 긴장을 풀면서 드디어 3차로 나이트클럽에 안착하여 흐릿흐릿하고 느슨해진 몸과 머리의 기운을 바짝 곧추세우며 입장하는 순간부터 나오는 순간까지 아름다운 댄스실력을 과감히 자랑하는 연예인의 춤사위 하나하나에 집중이 되어 이내 자연스레 스테이지로 올라가 무한막춤의 세계로 빠져들고야 말았지요.

 

그때는 리듬만 제대로 맞추어 몸을 흔들기만 하면 몸치에는 속하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춤추는 것 자체가 왜 그렇게 민망한지 참 알다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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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가수의 댄스 퍼레이드 무대가 갑자기 2층으로 나뉘어지면서 아마추어 그룹 아이돌 가수들이 나와 유행가요와 팝송을 부르며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켜주네요. ⓒ 이정민

▲ 아마추어 가수의 댄스 퍼레이드 무대가 갑자기 2층으로 나뉘어지면서 아마추어 그룹 아이돌 가수들이 나와 유행가요와 팝송을 부르며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켜주네요. ⓒ 이정민

형형색색 화려한 조명 아래서 너나 할 것 없이 얼굴엔 만연한 웃음을 띠며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리듬에 맞춰서 때론 예쁘게 때론 앙증맞게 때론 거칠게 춤을 잘도 춥니다. 토요일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2층으로 된 무대까지 꽉 들어차서 연예인이라도 나오는 시간이 되면 '난리 블루스'가 됩니다.

 

여성들끼리 온 옆 테이블에서는 웨이터들이 부킹을 하려는 건지 연신 손을 붙들고 이리저리 끌고 다니네요. 오랜만에 온지라, 또 술을 많이 먹은지라 혼자서 맥주만 들이 키고 있는데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꽉 막힌 실내에서 축제 때에나 사용했던 대형스피커에서 쩌렁쩌렁 울려대는 에코 울림 때문에 가만히 앉아있는데도 제 몸 스스로 음악사운드에 맞춰 진동을 따라가네요.

 

함께 온 여자 후배는 나이트클럽을 처음 와보는 거라며 많이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음악만 나오면 블루스에 댄스에 트롯까지 계속 무대로 뛰쳐나갑니다. 저야 혼자 처량하게 앉아 술 먹으며 불평이 났지만 그래도 후배가 모처럼 저렇게 신나게 흔들며 춤추고 웃는 모습 보니까 기분이 좋아집니다. 좋아진 기분 덕에 이번에도 또 애꿎은 카드를 긁게 되었네요.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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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껏 춤추고 흔들며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다. 아주 가끔은 나이트클럽에 들러 속에 담아두었던 답답한 고민들과 걱정을 한방에 날려버리는 것도 괜찮을 듯 싶네요. ⓒ 이정민

▲ 맘껏 춤추고 흔들며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다. 아주 가끔은 나이트클럽에 들러 속에 담아두었던 답답한 고민들과 걱정을 한방에 날려버리는 것도 괜찮을 듯 싶네요. ⓒ 이정민

많이 변하고 많이 퇴색되고 추억의 향기는 다시 느낄 수 없었어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 취한 나이트클럽의 몽환적이고 신나는 분위기는 예전 그대로인 것 같습니다.

 

아하, 말 나온 김에 나이트클럽 종사자 여러분들, 이것만큼은 꼭 자제해주셨으면 하네요.

 

1. 웨이터 형님들은 여성분들에게 억지로 부킹시키지 말고 팁 강요하지 말아주세요.

2. 화장실에서 볼일 볼 때 음료수 주면서 팁 강요하시는 분, 참아주세요.

3. 사람 많다고 테이블 2개, 3개 강요하면서 술값, 안주 값 2배로 받는 마케팅, 참아주세요.

4. 가방 맡겨 달랬더니 가방 속 지갑이 없어지는 불상사는 제발 안 생기게 주의해주세요.

5. 춤추러 나간 사이 술병 비웠다고 자리 치우고 새로 받아서 자리 못 찾게 하여 그냥 

    나가게 되는 불상사는 되도록 생기지 말아야겠죠.

6. 과일안주 시키면 남은 과일 담아서 내주지 말고 꼭, 새 과일로 안주 잘 챙겨주세요.

2009.09.24 21:26 ⓒ 2009 OhmyNews
#토요일밤에 #나이트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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