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은 '미실국회' 대 '덕만국회' 될 것"

[민주당 워크숍] '포스트 DJ-노무현' 진로 고민

등록 2009.09.03 17:05수정 2009.09.0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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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정기국회 대책 등을 논의하기 위해 3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의원 워크숍에 참석, 입장하고 있다. ⓒ 남소연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정기국회 대책 등을 논의하기 위해 3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의원 워크숍에 참석, 입장하고 있다. ⓒ 남소연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정국'을 마무리한 민주당이 9월 정기국회 전략 짜기에 들어갔다.

 

3일 민주당은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의원워크숍을 열고 'DJ-노무현' 이후 당의 진로에 대한 난상토론을 벌였다. 이날 워크숍에서는 민주당이 보다 왼쪽으로, 더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를 이뤘다. 이른바 '좌향하' 전략이다.

 

특히 54년 만의 정권교체를 이룩한 일본 민주당 승리를 교훈 삼아 민주당도 '생활정치'를 모토로 걸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병헌 "민주당, 좌향좌-우향우 아닌 하향하 기조로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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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3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의원 워크숍에서 정기국회 대책 등을 논의하기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남소연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3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의원 워크숍에서 정기국회 대책 등을 논의하기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남소연

성공회대 정해구(사회과학부) 교수는 기조발제에서 "이제 민주당의 궤도는 노무현식 '좌파신자유주의'가 아니라 '사회적 자유주의' 또는 '진보적 자유주의'로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제 민주당도 권력정치에서 생활정치, 생활진보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민생과 복지, 참여와 자치, 소통, 환경 여성 평화, 윤리적 삶과 삶의 질을 생활정치의 주요 가치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두번째 기조발제에 나선 전병헌 전략기획위원장은 민주당의 5대 전략 과제를 ▲2012년 집권전략 수립 ▲전국정당 실현 ▲반MB 세력의 결집 ▲10월 재보선-지방선거- 대선 승리 ▲새로운 정치문화 선도 등 5가지로 제시했다.

 

특히 그는 일본 민주당 집권 과정에서 민주당이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

 

그는 "일본 민주당은 '10년 후 집권할 것이고 그 이후 당을 해체한다'는 독특한 목표를 제시할 정도로 강력한 집권의지가 있었다"며 민주당이 먼저 수권정당의 강력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일본 민주당은 2005년 총선 참패 후 '국민생활이 제일'이라는 슬로건을 채택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해 승리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일본 민주당처럼 '생활정치'로 유권자의 마음을 흡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하이브리드(Hybrid) 전략'을 당의 전략기조로 제시했다. '민주-민생', '개혁-실용' 등 두 개 이상의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면서 시너지효과를 얻어 2012년 집권의 동력으로 삼자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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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국회 대책 등을 논의하기 위해 3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 문방위 간사인 전병헌 의원이 원내대표 인사말을 들으며 목근육을 풀고 있다. ⓒ 남소연

정기국회 대책 등을 논의하기 위해 3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 문방위 간사인 전병헌 의원이 원내대표 인사말을 들으며 목근육을 풀고 있다. ⓒ 남소연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서는 쓴소리를 던지기도 했다. 전 위원장은 "민주당이 과연 집단적 권력의지가 있느냐"며 "부담을 감수하고 MB와 박근혜, 한나라당을 집요하게 공격하는 저격수가 있는지, 이슈를 끝까지 물고 늘어져 반드시 성과를 내는 집중력과 돌파력은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민주당이 진정 서민을 대변하는지,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대표 정책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제 좌향좌, 우향우도 아닌 하향하 노선에 대한 확실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며 서민생활 속으로 파고드는 정치를 모색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오후 발제자로 나선 우윤근 원내수석부대표는 9월 정기국회를 "MB 정권의 '가짜 민생국회'와 민주당의 '참 민생국회' 대결 구도"로 정리했다. 우 수석부대표는 이를 TV 드라마 <선덕여왕>에 빗대 "국민을 현혹하는 미실국회와 국민이 원하는 바를 실천하는 덕만국회"로 표현했다.

 

그는 9월 정기국회에 대해 "10.28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로 가는 길목에서 개최되는 만큼 그 결과에 따라 당의 정치적 전망이 결정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예산투쟁, 법안투쟁을 통해 당의 이미지와 대표정책을 정립할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정기국회 3대 목표를 ▲민생 ▲MB 악법 저지 ▲수권·대안정당으로서 위상정립으로 설정한 그는 국정감사 등에 대한 국민참여 확대, 언론악법 무효 및 4대강 백지화 원내외 병행투쟁 등을 주요 전략으로 내세웠다. 정부와 여당이 국면전환용으로 내놓은 이슈(개헌, 선거제도, 행정체제 개편)에 대해서는 맞대응을 자제해 끌려들어가지 않겠다는 원칙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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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국회 대책 등을 논의하기 위해 3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 박지원 의원이 목을 축이고 있다. 오른쪽은 정세균 대표. ⓒ 남소연

정기국회 대책 등을 논의하기 위해 3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 박지원 의원이 목을 축이고 있다. 오른쪽은 정세균 대표. ⓒ 남소연

 

이강래 "언제 9월 10일부터 국감한 적 있나, 한나라당 억지쓰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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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가 3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의원 워크숍에서 정기국회 대책 등을 논의하기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남소연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가 3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의원 워크숍에서 정기국회 대책 등을 논의하기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남소연

한나라당의 '9월 10일 국정감사 시작' 요구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워크샵 인사말에서 "국정감사를 9월 10일 전후해서 한 적이 여태껏 한 차례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매년마다 본회의에서 국감 시기를 재조정해서 9월말이나 10월초에 했다"며 "이번에도 불가피하게 인사청문회, 결산, 국감 순으로 할 수 밖에 없고 국감이 끝나면 예산안 제안설명, 대정부 질문을 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이번에도 떼쓰고, 억지쓰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해 의사일정 협의에서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한편 민주당 의원들은 오전 기조발제 뒤 약 1시간 동안 당의 진로를 놓고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정해구 교수와 전병헌 의원이 제시한 '좌향하', '생활정치' 전략에 대해 대부분 의원들이 공감했지만, 일부 이견도 보였다. 당 안팎의 현안에 대한 갖가지 주장도 쏟아졌다.

 

한 재선의원은 "제대로 싸우기 위해서는 의원들이 제출한 사퇴서를 다 반려하자"고 당 지도부에 요구하기도 했다. 정동영, 한화갑 의원 등 복당에 대해 "우선순위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고 한다. 국면 전환을 위한 '조기 전당대회'를 요구한 의원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전 비공개토론은 오후에도 이어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우 수석부대표와 박지원 정책위의장이 9월 국회전략 기조발제 뒤 또 한번 난상토론에 들어갔다. 저녁식사 뒤인 저녁 7시 이후에는 상임위별로 나눠 분임토론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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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국회 대책 등을 논의하기 위해 3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 우윤근 원내수석부대표가 주승용 의원과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 남소연

정기국회 대책 등을 논의하기 위해 3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 우윤근 원내수석부대표가 주승용 의원과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 남소연

 

민주당은 이날 오전 9시에 시작된 워크숍에서 매 세션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영상 상영, 중앙대 채미영 교수와 소리꾼 장사익씨의 추모공연 등을 준비해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추모분위기를 이어나갔다.        

2009.09.03 17:05 ⓒ 2009 OhmyNews
#민주당 #워크샵 #생활정치 #정해구 #포스트 D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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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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