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까지 풀어준 '진도 아가씨' 반찬자랑

가며오며 했던 진도 여행기

등록 2009.09.03 09:44수정 2009.09.03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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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령산맥의 맨 마지막 봉우리이자 다도해로 이어지는 목포 유달산에 오르면 파스텔 물감을 떨어뜨려 놓은 것 같은 크고 작은 섬들과 오가는 배들이 어우러지면서 한 폭의 동양화를 떠올리게 합니다. 


목포를 얘기하면서 이웃 섬 진도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영산강하구언'과 민족의 애환이 서린 노래 '목포의 눈물'이 목포를 상징한다면, 진도에는 '진도대교'와 남도민요의 대명사인 '진도 아리랑'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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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살이 급한 울돌목 위에 세워진 우리나라 최초의 사장교 ‘진도대교’, 왼편 산 위의 전망대가 희미하게 보이네요. ⓒ 조종안


목포에서 1시간 남짓 달리면 진도에 도착하는데요. 이순신 장군 동상을 바라보며 진도대교를 지나면 주변 경관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를 중심으로 다양한 관광명소와 명승지가 부챗살 모양으로 펼쳐집니다.

며칠 전 아내와 드라이브를 나갔다가 생각지 않은 진도에 다녀왔는데요. 목포 IC를 빠져나와 영산강 하구언에서 우회전을 해야 되는데, 계속 2번 국도만 따라가면서 헤매고 다니다 한 시간 가까이 늦게 도착했습니다. 드라이브 한 번 제대로 했지요.

그렇게 헤매고 다녔지만, 좋은 일도 있었습니다. 전남 영암군이 전국 무화과 생산량의 70% 가까이 차지한다는 것을 알았고, 어린이와 노약자에게 좋다는 무화과를 도로변에 펼쳐놓고 2.5kg에 1만 원씩 파는 아주머니에게 한 상자 구입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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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좌판을 벌여놓고 무화과를 파는 아주머니. 짧은 시간의 대화에서 남도 사투리의 감칠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조종안


'웰빙식품'으로도 인기가 좋은 무화과는 영산강 지역의 맑은 물과 풍부한 일조량으로 당도와 열량이 높고 식이섬유 함량이 많은 데다 비타민, 단백질, 미네랄 등이 풍부해서 건강 보조식품으로도 손색이 없다고 합니다.  


집에서 직접 재배한 거라서 싸게 판다는 아주머니는 냉해로 나무들이 말라죽고 장마까지 겹쳐서 열매가 제대로 열지 못해 생산량이 작년의 절반이나 될지 모르겠다며 울상을 지었습니다. 영암군은 집집이 무화과나무를 한두 그루씩 재배한다고 하더군요.

가며오며 했던 진도 여행

강진을 코앞에 두고서야 18번 국도를 만나 진도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진도대교를 건너려니까 비가 뿌리기 시작했고, 비구름 사이로 이순신 장군 동상이 보였는데요. 울돌목에서 왜적을 물리칠 때 기상이 그대로 서려 있는 것 같았습니다.

진도대교는 정유재란 때 이순신 장군이 12척의 배로 왜선 330여 척을 무찌른 명량대첩 지, 울돌목 위에 건설한 우리나라 최초의 사장교(길이 484m)로 1984년 10월18일 준공되었으며 2005년에는 제2진도 대교가 완공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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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종안

진도대교를 지나 섬 입구에 있는 전망대에 올라 비구름속의 부근 경관을 구경했는데요. 50대로 보이는 부부가 벤치에서 소주를 마시며 정담을 나누고 있더군요. 다가가 말을 걸기 무섭게 아주머니가 한 잔 하시라며 술잔을 권했지만, 분위기를 망칠 것 같아서 정중히 사양하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차를 달려 팽목항에 도착하니까 다섯 시가 넘었더군요.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외갓집이 있는 '조도'를 오가는 객선 부두인데, 낚시질하는 아저씨들 모습이 무척 평화롭게 보였습니다. 

팽목항에는 식당이 두어 군데 있었는데요. 들어가 보니까 편하게 앉아서 밥 먹을 분위기가 아니더군요. 해서 초행길인데다 날씨도 좋지 않고, 저녁도 먹어야 하겠기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진도 아가씨'의 구성진 반찬자랑

저도 그렇지만 아내는 고속도로 휴게소보다 값도 싸고, 반찬도 잘 나오고, 맛도 있는 기사식당을 좋아합니다. 배가 고파도 참으면서 기사식당을 찾아가는데요. 어지간한 손맛 가지고는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까다로워진 기사들 입맛을 맞출 수가 없기 때문에 맛이 좋을 수밖에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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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식당 백반 반찬들. 깔끔하고 맛깔스럽게 차려 나왔는데요. 맛도 맛이지만, 주인에게 미안할 정도였습니다.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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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가지가 넘는 반찬 중에 꽁치 조림과 호박 나물이 입맛을 당겼고, 사각사각 씹히는 열무김치와 토하젓은 입안을 개운하게 했습니다. ⓒ 조종안


'우리춤 우리소리' 공연안내

9월 첫째주 금요일(4일)
김무길, 박양덕 초청공연(거문고 산조, 판소리 등)
김무길(중요무형문화재 제16호 거문고 산조 전수조교)
박양덕(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2호 판소리 수궁가 보유자)

9월 둘째주 금요일(11일)
1. 기악합주- 육자배기 2. 가야금 병창- 흥보가 중 '집터 잡아주는 대목' 3. 무용- 무산향 4. 기악- 아쟁독주 5. 판소리- 적벽가 6. 무용- 산조무 '귀성포구' 7. 민요- 농부가, 산타령 8. 사물놀이- 삼도 농악가락

9월 셋째주 금요일(18일)
산조 무용단 초청공연
한벽루에서, 민살풀이 춤,  풍경, 멋, 진쇠춤, 기린토월, 전라삼현승무, 울림

9월 넷째주 금요일(25일)
남도의 민요와 삶
남도민요, 강강술래, 진도 씻김굿 등

시간: 매주 금요일 저녁 7시
장소: 진도군 임회면 국립남도국악원 진악당(珍樂堂)
문의: 061-540-4033


집에 오려고 진도대교를 막 지나는데 '우수영관광단지'가 있는 오른쪽으로 '임하기사식당' 간판이 눈에 띄기에 들어가 6천 원씩 하는 백반 정식을 먹었는데요. 담백한 콩나물국에 20가지가 넘는 성찬이었고 맛도 좋았습니다. 

계란 반숙과 함께 찬이 소량으로 깔끔하게 차려 나왔는데요. 기름을 쫙 빼내고 구운 양념 돼지고기와 실 갈치, 콩나물 무침, 갈치속젓, 깻잎 무침, 고춧잎 무침, 고구마순 무침, 열무김치, 꽃게 무침, 토하젓, 꽁치조림 등 반찬 하나하나에 개운한 맛이 담겨 있었습니다.

심부름하는 아가씨를 불러 음식에 대해 알고 싶다고 하니까, 구수한 사투리를 섞어가며 친절하게 설명해주더군요. 겨울에는 파래 비슷한 '감태'가 상위에 오른다며 손님들에게 인기가 좋다고 자랑했는데요. 말 이음새가 가냘프면서도 구성져 마치 남도민요를 감상하는 것 같았습니다.

진도 명소가 10여 곳이 넘는다고 하는데 한 군데도 둘러보지 못한 아쉬움을, 담백하고 개운한 기사식당 음식으로 달랠 수 있었습니다. 가락이 묻어나는 아가씨의 반찬자랑은 피로까지 풀어주었는데요. 기회가 있으면 또 들르기로 약속하고 식당을 나왔습니다.

덧붙이는 글 | 진도 가는 길(서해안 고속도로 목포IC에서 진도까지 예상 소요시간 1시간 30분)
서해안 고속도로 목포IC→ 1번국도→ 1km직진→ 갈림길→ 좌회전→ 2번국도→ 영산강하구언→ 우회전→ 49번 지방도→ 직진→ 진도대교→ 진도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진도 가는 길(서해안 고속도로 목포IC에서 진도까지 예상 소요시간 1시간 30분)
서해안 고속도로 목포IC→ 1번국도→ 1km직진→ 갈림길→ 좌회전→ 2번국도→ 영산강하구언→ 우회전→ 49번 지방도→ 직진→ 진도대교→ 진도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진도여행 #진도대교 #기사식당 #반찬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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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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