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훈련 이틀 더 해!"... 전투력 향상될까?

동원훈련 기간 연장 논란... 국방부 "4박5일로" vs 누리꾼 "2박3일도 벅찬데"

등록 2009.06.29 20:43수정 2009.06.29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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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국방부가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따라 2020년부터 동원 예비군 훈련을 4박 5일로 늘리겠다고 발표하자 누리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다음 아고라 등 포털사이트 게시판과 예비군 관련 뉴스 기사 댓글들은 국방부의 예비군 훈련 연장 방침에 대한 비판 글들로 넘친다.

최근 북한의 대남 강경노선과 핵실험 등 일련의 사건들로 국방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고 어느 정도 설득력도 있게 들린다. 그렇다면 국방력을 강화해 안보를 지키겠다는 것에 대해 누리꾼들은 왜 반발하는 것일까?

6·25 때 쓰던 '골동품' 들고 예비군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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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을 마치고 나오는 예비군들. ⓒ 김태헌


국방부는 예비군 훈련을 강화하고 참여도를 높인다는 차원에서 몇 년 전 서바이벌 게임을 도입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기자가 겪어본 서바이벌 훈련은 오히려 시간낭비였다.

장비를 착용하고 실제 서바이벌 훈련을 하는 시간은 대략 1~2분 정도. 오래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서바이벌용 물감 총알을 10개만 지급하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다칠 수 있다며 사람을 향해 발사하는 것은 금지된다.

훈련용으로 지급받는 실제 총기의 사정은 어떨까? 2007년 한나라당 송영선 의원이 밝힌 '향방예비군 개인화기 보유 현황'에 따르면 예비군 훈련에 필요한 소총 131만 8053정 가운데 카빈 소총이 72만5964정(57.8%)으로 절반 이상이었다. 

카빈 소총은 1940년대 미국에서 제작되었으며 6·25때 사용되던 구형 모델이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이 카빈 소총을 볼 수 있다. 현재 거의 모든 부대에선 K-2 소총을 사용하고 있다.


얼마 전 예비군 훈련을 다녀온 김아무개(27)씨는 "현역 시절 구경도 못 해본 카빈 소총을 예비군 훈련 와서 처음 쏴 봤다"며 "적어도 쓰던 총이라도 지급돼야 훈련에 도움이 되지 않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지급되는 총알의 수도 문제다. 훈련장마다 다르지만 보통 6발에 불과해 사격훈련이라고 하기엔 '민망'할 정도다.

기껏 하루 시간 내서 왔더니 달랑 7000원 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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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원짜리 예비군 급식. ⓒ 김태헌


이런 '허름'한 훈련을 받고 오후 5시가 되면 맡겨두었던 신분증과 함께 훈련비 7000원을 지급받는다. 이 금액에는 차비와 식비만 포함돼 있다. 훈련으로 손실된 휴업수당은 없다.

4000원을 받지 않아도 될 법한 부실한 밥을 먹고, 훈련장에 오가는 교통비까지 더하면 남는 돈은 거의 없다. 어떤 지역은 훈련장까지 가는 관광버스 대절비로 개인 돈을 써야하는 경우도 있다.

예비군 훈련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엄청나다. 대학생이든 직장이든 마찬가지다. 학비가 가장 저렴하다는 인문계열 학생을 기준으로 한 학기를 3개월(90일)로 가정하고 학기당 등록금을 350만 원으로 책정한 뒤 계산해 보면, 하루 대학 수업료는 약 3만8000원이다. 그만큼 손해를 보게 된다.

일반인의 경우 2박3일간 훈련을 받기 때문에 그 손해는 더 크다. 노동부가 정한 2009년 최저임금법 기준에 따라 시간당 4천원, 하루 8시간씩 3일을 계산해 보면 7만5000원의 손해가 발생한다. 물론 이 손해액은 '최소 금액'이다.

현재 2박3일 훈련만으로도, 부실한 훈련에 '시간 때우기식'이라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게다가 어마어마한 경제적 손실도 무시할 수 없다.

대학생은 일반인보다 전투력 떨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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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군 훈련시 지급되는 철모 ⓒ 김태헌


대학생은 현재 매년 8시간의 예비군 훈련만 받는다. 2박3일의 동원훈련을 받는 사람들에 비하면 훈련 시간이 1/9수준이다. 그렇다면 대학생들이 일반인들보다 전투력이 떨어진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전투력 향상을 위해 훈련 시간을 늘린다'는 국방부의 논리대로라면 8시간 훈련 받은 대학생은 2박3일 동원예비군 훈련을 받은 사람보다 전투능력이 현저히 떨어져야 한다. 하지만 2박3일 훈련과 8시간 훈련을 받아본 사람들은 전혀 그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한다.

지난 2008년 대학을 졸업한 정아무개(28)씨는 "대학에서 8시간의 훈련도 받아보고 졸업 후 2박3일 동원훈련도 받아봤지만 두 훈련의 차이는 '부대에서 잠을 자느냐 아니냐'의 차이뿐"이라며 "어차피 아무 하는 일 없이 시간만 때우는 훈련이기 때문에 시간과 전투력은 전혀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국가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이아무개(28)씨도 "많게는 한 달에 100만 원이 넘는 학원비를 내면서 학원을 다니는 사람이 많아 지금 3일 빠지는 것도 상당히 아까워한다"며 "1분 1초가 아까운데 5일이나 훈련으로 빠지면 (나 같은) 수험생에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논란 일자 아고라에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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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아고라에 올린 해명 글. ⓒ 인터넷 화면 갈무리


예비군 훈련 기간 연장방침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계속되자 28일 국방부는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예비군 훈련 4박5일에 대한 국방부 입장입니다'라는 해명자료를 게시하고 적극 해명에 나섰다.

이 게시물에는 "현역과 예비군이 점차적으로 감축되게 되므로 예비군의 정예화가 요구된다.  2005년 수립된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포함되어 있던 내용입니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누리꾼들의 비난은 해당 게시물의 댓글로도 이어졌다. 누리꾼 '레벌루션NO3'는 "참 어이 없다, 생업은 때려 치란 말인가, 2박3일도 벅찬데 4박5일이라니"라는 글을 남겼고, 'voices'는 "정말 그걸 말이라고 하는 것이냐, 이러면 앞으로 취업 시 누가 남자를 뽑겠나, 1주일을 빠지는데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길 수나 있냐"며 국방부를 비판했다.

한편 국방부는 '예비군 동원훈련 4박5일에 대한 국방부 입장'을 통해 "예비군 동원훈련은 오는 2015년까지는 현행대로 2박 3일을 유지하고 2016년부터 2019년까지는 3박4일을, 2020년부터 4박5일로 점진적으로 증가시킬 계획"이라며 "현재 교통비와 급식비를 합해 7000원씩 지급하고 있는 훈련실비를 점진적으로 상향 조정해 2020년도에는 도시근로자 최저임금 수준을 고려, 8만원 수준으로 상향 조정하여 보상금 형태로 지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향방예비군 전투력 보강을 위해 현재 보유 중인 카빈 소총을 지속적으로 M16A1 소총으로 교체하고, 부족한 향방 전투장구류도 2020년까지 100% 확보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예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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