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막은 이명박, '민심' 잃고 '풀떼기'만 얻을 것

[주장] 시청광장 봉쇄를 지켜보며

등록 2009.05.25 11:09수정 2009.05.25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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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참으로 오만하다

 

아무리 그 자리를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여길지라도 아무렴 사람인데... 싶었다. 근데, 참 미운 정조차 아깝다. 23일 오후 3시, 대한문 앞에 분향소를 차리려는데 경찰들이 분향소를 해체하고 영정도 빼앗으려 했다는 뉴스를 봤다. 사태파악 안 되나 보다 했다. 여기저기 동향 살피느라 정신 없어 그랬나보다 여겼다. 나중에 아차, 하겠네 싶었다. 그러나 내가 너무 이명박대통령을 일삼오칠구로 띄엄띄엄 봤다. 나야말로 '아차'했다.

 

거리분향소 상황실에 따르면, 24일 하루 조문한 사람만 10만여 명에 달한다고 했다. 그 많은 추도행렬이 조문을 위해 시청역으로 와 세상 빛(?)을 만나기 위해서 몇 시간 동안 시청역 안에 갇혀 있어야 했다. 촛불시위로 이어질까봐 정부가 추모의 맘으로 온 국민들을 광장 진출이 어렵도록 막아선 것이다.

 

그가 생각하는 전직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참으로 얄팍했다. MB 방식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나야말로 정말이지 '아차'했다. 앞에선 전직대통령 예우를 약속하더니, 결국 얼마나 관용도 없고 이해심도 없고 오만함만 넘쳐나는지 스스로 까발린 꼴이 되고 말았다. 내가 그의 오만불손함을 너무 낮게 봤다. 전직대통령 추모행렬을 이런 식으로 막아세우는 것이야말로 이명박 대통령이 목숨처럼 중히 여기는 국가이미지에 커다란 훼손이 아닐 수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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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마련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에 시민들의 조문행렬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추모행사가 시위로 변질될 것을 우려해 분향소 주변과 서울광장을 에워싼 경찰의 과잉대응이 시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 남소연

▲ 24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마련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에 시민들의 조문행렬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추모행사가 시위로 변질될 것을 우려해 분향소 주변과 서울광장을 에워싼 경찰의 과잉대응이 시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 남소연

          

이 대통령, 국민 잃고 텅빈 광장의 풀떼기만 얻을 것

 

사진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텅빈 저 광장은 누구의 광장인가. 10만의 조문객이 왔다 갔다고 했다. 어림잡아 저 광장 공터를 다 채우고도 넘을 사람 수다. 저 길게 늘어진 차벽보다 더 긴 추도대열이다. 그 많은 사람이 위 사진 속 왼쪽 윗부분 신경써 주목해야 찾을 수 있을만큼의 자리를 차지했다. 황량하기까지 한 시청광장의 모습이다.

 

이것이 지금 이명박이 국민들을 대하는 태도와 무엇이 다른가. 국민들을 불신하고 밀어세우며 '따'시키려다가 결국 본인이 '따'가 된 이 가슴 아픈 상황. 난 미안하지만 하품을 하더라도 눈물은 보여줄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추도대열이 보기 싫음을 표현했다. 국민들의 아픔을 공감해주지 못하는 대통령... 그가 한 나라의 지도자로 존경받기엔 너무 늦어버린 느낌이다. 광장을 지키면 쌀이 나오나 떡이 나오나 내 알 바 아니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알아야 할 게 있다.

 

이 대통령은 광장을 지킨 덕에 국민들 마음을 완전 잃었다. 더 잃을 것도 없이 모두 잃었다. 너무 상심은 마라. 텅빈 광장의 풀떼기는 그래도 여전히 그의 곁을 지킬 테니. 공고한 차벽이 막아세운 것은 '촛불'이 아닌, 그보다 더 무서운 '민심'의 벽이었다. 아직 임기가 3년반이나 남은 그가 국민들의 불신의 벽을 직접 친절히 쌓아올려주셨으니 이 또한 오만방자하기 그지없다. 국민들 필요 없다고 공표한 것과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지키는 '척'이라도 해야 한다

 

국민을 섬길 줄 모르는 대통령을 국민들은 존경하지 않는다. 급할 때에만 '가족'이라 묶어두고선 조금만 경제가 어려워도 구조조정의 칼을 직원들에게 들이대는 CEO의 못된 성격만 고스란히 배웠다. 문제는 배운 걸 상황에 맞게 쓰질 않는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아직도 본인이 CEO인 줄 아는 것 같다. 대한민국을 무슨 본인이 운영하는 회사쯤으로 아는 것 같다. 대한민국의 CEO? 떠올려 보기만 해도 빈정상한다. 그럼 난 대한민국 직원인가?

 

전직대통령을 추모하는 시간이다. 정부가 먼저 그토록 원했던 7일 국민장이 이뤄졌다. 그런데 고작 인도 조금 내놓고선 분향소도 못 치워 안달이면서 '자리 내줬잖아~' 하며 할 도리 다 했다는 듯한 태도... 참 유감스럽다. 한번도 직원을 섬겨본 적이 없어 국민을 섬길 줄 몰라하는 건가?

 

이젠 이명박 대통령은 국가이미지에 대해선 별 걱정을 안 해도 되겠다. 국가이미지를 정말로 훼손시키는, 그래서 더욱 신경써야 할 이는, 그의 발언 속 화물연대도 아니고, 정부가 좀생이 같이 과민하게 추모행렬을 대접하는데도 질서정연하게 분향소를 찾는 국민들 역시 아니다. 누구보다도 이명박 대통령이다.

 

과잉수사, 표적수사, 보복성 수사... 천신일 비리문제, 신영철 대법관 문제 등 여러 예민한 수사들을 벌여나가면서도 유독 노무현 전 대통령을 괴롭혔던 그가 이 상황이 당황스럽고 어찌할 바 모르겠는 것도 알겠다. 다만, 예를 지키는 '척'이라도 하면 모를까. 그조차도 못하고 있다.

 

난 이명박 대통령의 봉하마을 방문을 반대하지 않는다. 그는 제 도리를 해야 한다. 좋든 싫든 그는 지금 대한민국의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그는 현직대통령으로서 제 도리를 다해야 한다. 전직대통령인 노무현의 마지막 길에 최대한의 예우를 갖추는 것, 그리고 그를 가슴 아프게 보내는 수많은 국민들을 헤아리는 것. (정 헤아릴 수 없으면 내버려두기라도 해야 한다.) 그걸 해야 할 때이다. 이렇게 말해도 못 알아 들으면 어쩔 수 없는 거다.

덧붙이는 글 | http://our-dream.tistory.com/에 중복게재

2009.05.25 11:09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http://our-dream.tistory.com/에 중복게재
#이명박 #시청광장 #노무현대통령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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