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카를 내 자식처럼, 효부의 '기른 정'

광주 광산구 본덕동 양지현 주부, 효부로 칭찬이 자자해

등록 2009.04.30 16:37수정 2009.04.30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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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현씨의 단란한 가족 각박한 이 시대에 참된 가족 사랑을 보여주고 있는 양지현씨 가족의 단란한 모습.(맨 왼쪽이 남편, 시아버지, 시어머니, 양지현씨) ⓒ 정상선


시부모를 친부모처럼 모시고 조카를 내 자식처럼 키워

스물다섯에 갓 시집 온 지 1년 여만에 젊은 새색시로서 시부모와 함께 살면서 효도를 다하고 부모가 없는 시댁 조카를 내 자식처럼 훌륭히 키워내 주위의 칭송이 자자한 이 시대의 진정한 현모양처이자 효부(孝婦)의 표상을 보여주는 며느리가 있다.

취재차 찾아간 곳은 광주 광산구 동곡 소재 본덕동 한적한 마을에 거주하는 류병희(78세), 염홍순(73세) 부부와 남편 류성기씨(41) 그리고 주인공이자 며느리인 양지현(39세)씨 가족이 살고 있는 아담하고 단란한 집이었다.

집안에 들어서자 그리 넉넉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참 아담하고 깨끗하며 사랑이 넘치는 화목한 분위기를 느낄 수가 있었다.

갓난아이가 재롱을 부리고 있었는데, 현재 12세 된 큰 딸을 낳은 뒤로 조카들을 키우느라 여념이 없어 아이를 낳지 못하다가 이제야 여유가 생겨 지난해 9월에 태어난 늦둥이란다.
온 가족이 복덩이가 들어와 복덩이가 늦게나마 태어나 너무나 좋다며 웃음꽃이 피는 것이다.

처음에는 무척이나 쑥스러워 하던 며느리를 비롯, 가족에게서 시댁조카를 키우게 된 사연을 들어보았다. 사연을 듣는 내내 가슴이 찡한 가족 사랑이 아닐 수 없었다.

둘째 동건군이 태어난 지 10일째 되고 수영양이 3살 되던 해에 아버지가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시고 어린아이들을 엄마가 홀로 키우셨다고 한다. 그러다가 엄마마저 수영양이 11세 되던 해인 96년경에 돌아가시자 안타깝게도 어린나이에 고아가 되었단다.


어쩔 수 없이 시부모인 류씨 부부가 맡게 되었는데, 결혼한 지 불과 6개월만에 시댁에 들어온 젊은 새댁인 양지현씨에게 조카들을 맡아 키워달라고 부탁하자 막 태어난 딸을 키우던 양씨는 망설임 없이 '그렇게 하겠다' 하고 맡게 되었다. 양씨는 막상 아이들을 맡게 되자 내심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지만 내 자식처럼 키워 보아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양육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지금은 아무 말썽 없이 잘 자라 주어서 얼마나 대견한지 모르겠다고 칭찬하는 그녀의 입가에 행복의 미소가 피어난다.

이렇게 조카를 키워오다 보니 딸 하나 외에는 정작 자신의 아이는 갖지를 못하다가 이제야 늦둥이를 낳았는데 온가족이 그 아이의 재롱부리는 재미에 푹 빠져 지낸다고 한다. 옆에서 보고 있는데 '정말 행복한 가정이구나, 이게 가족 사랑이구나' 하는 것을 진하게 느낄 수가 있었다. 요즘 세태에 찾아보기 드문 사랑과 정이 넘쳐나는 가정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던 것이다.

류병희씨 부부는 많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매우 건강해 보였다. 염홍순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들어와 그동안 너무나 잘해서 근심이 사라져서 가정이 평안해요, 더구나 늦게나마 손자까지 생겨서 재롱 보는 재미에 산답니다"고 웃으신다.

양지현씨는 "어머님은 밖에서 일을 하고 오시더라도 항상 단정하게 하고 계시기 때문에 언제나 단아해 보이시고 아버님도 농기계를 몰고 농사일을 하실 만큼 건강하여 저에게도 더 없는 복이에요, 언제까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어요"하고 소망한다.

남편 류성기씨는 "친구동생이고 어렸을 때부터 알아온 사이라 믿고 결혼했는데 얼마나 잘했는지 모른답니다. 시부모님 잘 모시고 조카들 잘 키우고 내조 잘하고 지금까지 싸워본 기억이 없을 정도로 금슬이 좋아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정도랍니다"고 칭찬이 이어진다. 그는 "이제 조카들도 어느 정도 장성했으니 자식들 키우는데 힘을 쏟겠다"고 한다.

가족들은 어려움이 닥칠 때면 신앙심으로 이겨냈다고 한다. 지극정성으로 신앙생활을 하다 보니 믿음과 소망 그리고 사랑으로 뭉쳐지고 이해하게 되고 화목해지더라는 것. 가훈도 '신망애(信望愛)' 세 글자란다. 지금도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믿고 사랑하는 가운데 서로를 위하고 의지하며 살고 있다.

물론 조카들을 키우면서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이 많았단다. 그렇지만, 농사를 짓는 시부모님과 농협에 근무하는 남편의 수입으로 알뜰히 생활하면서 해결하였던 것이다.

양지현씨는 3남2녀의 막내인 남편 류성기(동곡농협 근무)씨와 결혼하여 오늘날까지 화목한 가정을 이끌어왔다. 시댁식구와는 한마을에 살다시피 하였고 남편이 오빠 친구여서 어렸을 때부터 잘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 인연이 되었는지 결혼까지 하게 되었는데 시부모의 며느리 자랑이 대단하시다.

시어머니 염씨는 "우리 집안에 복덩이가 들어온 것이랍니다. 너무나 착하고 살림 잘하고 조카들을 친 자식처럼 여기며 애들 잘 키우고 지금까지 화내거나 인상 쓰는 것을 거의 보지를 못했어요, 저런 며느리가 들어온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답니다"면서 잠시 회상에 잠기시는 듯하더니 감정이 복받치는 듯 이내 눈시울을 붉히신다. 이어서 "사위와 딸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고 어린 손주들을 어떻게 키울까 걱정이 되었는데 막 시집온 며느리가 흔쾌히 맡아 키우겠다고 하여 얼마나 고마웠는지..."

양지현씨는 "자신은 별로 한 것도 없고 시부모님이 키우다시피 하셨는데 괜히 쑥스럽다"면서 겸손해 한다. 그녀는 "처음에는 막막했는데 편하게 마음을 먹고 시부모님이랑 남편이 옆에서 적극적으로 도와 주셔서 아무 탈 없이 지금까지 잘 키워 온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한다. "키워 오면서 조카들이 말을 안 들을 때도 있었지만 사랑과 믿음으로 정을 다해 키우다 보니 애들도 엄마처럼 따르고 지금은 모든 일을 저와 상의하여 처리하고, 지금도 전화를 하면 꼭 숙모 바꿔 달라고 하여 통화를 하고 상의를 한다"고 한다.

가족들의 표정에서 가식이라는 것을 읽을 수가 없었다. 진정으로 서로를 위하고 사랑하는 마음만이 가득함만을 볼 수가 있었다. 양지현씨 가족에게서 이게 진짜 가족 사랑이구나 하는 것을 다시한번 진하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이야기를 듣는 내내 웃음이 일다가도 부모님의 과거를 회상하며 눈물을 보일 때는 숙연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웃음이 일고 따뜻한 정이 감돌았다.

마지막으로 조카들의 근황을 물어보았다. 지금은 장성하여 성인된 이수영(24세)양은 전남대학교 4학년에 재학중이고 둘째 동건(22세)군은 군에서 건강하게 복무중이라고 한다. 수영양은 집에서 살다가 학교가 멀고 취업준비도 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은 기숙사 생활을 한다고 한다. 이시대가 요구하는 가족상을 보는 것 같아 무척이나 흐뭇한 시간들이었다. 

"친부모 모시듯이 하고 친자식처럼 여기며 살다 보니 힘들더라도 가족들이 옆에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줘서 지금까지 살아온 것 같아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녀에게서 포근한 엄마의 정, 시부모에 대한 효성을 느낄 수가 있었다. 이시대가 요구하는 참된 가족상을 보는 것 같아 무척이나 흐뭇한 시간이었다.
#양지현 #효부 #현모양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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