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아'라거나 말거나 나는 상관없다

평범하게 대해 주면 '문제아'도 보통 아이…동화 <문제아>를 읽고 '난쏘공'을 떠올리다

등록 2009.04.21 10:08수정 2009.04.21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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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제아다. 선생님이 문제아라니까 나는 문제아다. 처음에는 그 말이 싫어서 눈에 불이 났다. 지금은 상관없다. 문제아라거나 말거나 상관없다. 어떤 때는 그 말을 들으니까 더 편하다. 문제아라고 아예 봐주는 것도 많다.…그러니까 내가 점점 더 문제아가 되어 가는 것 같기도 하다."

중ㆍ고등학교를 다니던 중, 몇몇 친구들은 학교를 그만두었습니다. 그리고 세상 속으로 빨려 들어갔지요. 친구들은 자신이 겪은 무용담(?)을 말하기도 했지요. 그 친구들 이야기를 들으며 한편으론 부럽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중, 문제아로 찍혔던 한 친구는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 진학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연 매출 20억 안팎의 중소기업 사장으로 자신의 꿈을 펼치고 있습니다. 단지, 세상을 빨리 알고 빨리 깨우친 것일 뿐이었지요. 때가 필요했던 겁니다.

당시 접했던 책이 조세희 님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하 난쏘공)>이었지요. 이 책을 읽은 후 충격에 빠졌습니다. 전혀 딴 세계를 접한 기분이었죠. 이를 통해 그들이 '더 따뜻한 가슴을 가졌다'는 걸 알게 되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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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아를 문제아로만 볼게 아니라 사랑을 나누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 임현철


'문제아', 평범하게 대해주면 나도 '보통 아이'

"나는 나를 문제아로 보는 사람한테는 영원히 문제아로만 있게 될 거다. 아무도 그걸 모른다. 내가 왜 문제아가 되었는지, 나를 보통 아이들처럼 대해주면 나도 아주 평범한 보통 애라는 걸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문제아>의 마지막 구절입니다. 딸아이 덕분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박기범 동화집/ 박경진 그림'이지요. 예전부터 대해왔던 익숙한 우리 이야기였습니다. 읽은 지 오래돼 기억도 까마득한 '난쏘공'을, 쉽게 풀어 쓴 동화로 다시 만난 기분이었습니다.


왜냐면 공장에서 일하다 손가락 잘린 이야기(손가락 무덤), 정리해고(아빠와 큰아빠), 수학여행을 떠나지 못한 아이의 마음(독후감 숙제), 외톨이(전학), 아이들에 대한 선생님의 사랑(김미선 선생님) 등을 노래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또 철거민과 노숙자 이야기(끝방 아저씨), 분단의 아픔과 소(송아지의 꿈),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겨울꽃 삼촌), 장애아와 반려동물(어진이) 등이 액자처럼 진열되어 있다가 사회라는 하나의 큰 장면을 만들고 있었지요.

배운 사람 가운데 좋은 않은 사람이 더 많은 이유

가장 가슴 속에 들어왔던 문구가 <손가락 무덤>에 있었습니다.

"아빠는 오빠가 1등 짜리 성적표를 가져오고, 우등상도 타 오고 그래도 마냥 좋기만 하지는 않더라고 했다.…아빠는 배운 사람 가운데는 좋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고 했다. 너무 어려운 것들을 머릿속에 꽉꽉 채워 넣느라고 제일 쉬운 것들을 잊어버려서 그럴 거다 했다. 아빠는 오빠에게 너는 그러지 말라고 했다."

다음 주면 아이들 학교에서 중간고사가 있다 합니다. 그래 아이들은 시험 잘 봐야한다며 공부하고 있지요. 간혹 "너 시험 본다며, 공부 안 해?" 한마디씩 하지요.

이랬던 내게 <문제아>는 자녀교육 방법을 다시 생각하게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일제고사로 아이들과 지역을 서열화 시키는 지금,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도 충분했습니다.

'문제아'들을 단순히 문제아로만 볼 게 아니라 따뜻한 사랑을 함께 나누는 마음가짐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 사랑의 감동을 <문제아>는 담고 있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다음과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덧붙이는 글 다음과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300쇄 기념 한정판)

조세희 지음,
이성과힘, 2000


문제아

박기범 지음, 박경진 그림,
창비, 1999


#문제아 #난쏘공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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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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