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노조-건설노조 설립취소는 6월 총궐기의 뇌관?

지도부 노숙농성, 대규모 집회개최 등 정권과 전면전 예고

등록 2009.04.09 16:06수정 2009.04.09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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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6일 운수노조와 건설노조 지도부가 광화문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 운수노조

지난 4월 6일 운수노조와 건설노조 지도부가 광화문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 운수노조
 

[장면 #1]

 

지난 4월 1일 민주노총 임원을 선출하는 대의원대회에서 운수노조 화물연대 소속 대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했다.

 

"지금 노동부에서는 운수노조가 '근로자가 아닌 자'인 화물연대를 가입시켰으므로 불법이라고 한다. 나는 화물연대 소속이다. 내가 투표해서 임원이 당선되면 그 임원은 불법인가? 그러면 민주노총도 불법조직이 되는가?"

 

[장면 #2]

 

지난 4월 6일 민주노총 소속 건설노조와 운수노조 지도부 50여 명이 정부과천청사 옆 광화문 소공원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작년 촛불 정국에서 '미친소 운송거부'와 '국민지지 1호 파업'으로 공감을 얻었던 운수노조와 이명박 정권하에서 최장기 파업을 감행한 건설노조는 1년이 지난 지금 노동부로부터 '노조설립취소' 협박을 받고 있고 이에 맞서 양 노조 지도부는 1주일간의 농성과 함께 11일에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정권 바뀌니 하루아침에 불법노조?

 

민주노총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운수노조)은 2006년 12월 철도·화물·운송·항공·버스·택시의 6개 업종본부 5만 명의 조합원으로 설립된 전국단일산별노조입니다. 당연히 노동부에 설립신고를 하였고 노동부에서는 신고증을 교부하였으며 지금까지 아무런 하자 없이 노조활동을 해 왔습니다.

 

특히 2007년 8월에는 정부에서 이른바 '근로자가 아닌 자'로 분류하는 화물연대 소속 김종인 위원장을 대표자로 선출하고 '대표자 변경신고'까지 하였습니다. 그리고 세상이 다 아는 바와 같이 작년 촛불 정국에서 운수노조는 촛불 시민과 함께하는 다양한 사업과 투쟁들을 하였고 구속 수배 등 많은 피해도 보았지만 기꺼이 감수하고 국민과 함께하겠다는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지금껏 활동해 왔습니다.

 

그런데 작년 말 느닷없이 한국경영자총연합이 노동부에 운수노조를 상대로 진정서를 제출하였습니다. '운수노조는 노동법상 근로자가 아닌 화물연대를 가입시켰으므로 설립을 취소해야 한다는 것'이 요지입니다. 그리고 당연한 수순처럼 마침내 2009년 3월 노동부는 '스스로 화물연대를 탈퇴시키지 않으면 운수노조의 설립신고를 취소하겠다'는 통보를 해 왔습니다.

 

우리는 어안이 벙벙합니다. 현행 노동법은 '설립신고주의'를 택하고 있습니다. 즉 노동조합 설립은 자유로이 할 수 있고 그 운영은 자주적으로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산별노조들은 실업자와 해고자, 예비노동자들까지 노조에 가입시키고 있고 이것은 당연한 의무이기까지 합니다. 특히 화물노동자들처럼 법률적 지위가 애매한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산별노조에서 받아주지 않으면 아무런 권익도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에 모든 노동조합은 적극적으로 조직하고 노조에 가입시키고 있습니다. 이것은 한국노총도 마찬가지입니다.

 

치졸한 정치보복과 산별노조운동에 대한 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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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국민지지 1호 파업'으로 명명된 화물연대 파업집회 모습 ⓒ 운수노조

2008년 6월, '국민지지 1호 파업'으로 명명된 화물연대 파업집회 모습 ⓒ 운수노조
 

노동부의 해석처럼 '근로자가 아닌 자'를 일일이 찾아내서 설립을 취소한다면 대한민국에 합법적으로 유지될 노조는 손가락을 꼽을 정도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도 유독 운수노조와 건설노조를 꼭 찍어서 탄압하는 첫 번째 이유는 정치적 보복입니다.

 

작년 촛불항쟁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화물연대는 파업을 감행했습니다. 세간의 관심은 덜했지만 건설노조 소속 덤프 노동자들도 한 달여에 걸친 파업을 진행했습니다. '법과 원칙'을 중히 여기는 대통령의 눈에는 노동자도 아닌 것 같은 자들이 온 국민의 지지를 받고 파업을 하고 토목건설 CEO 출신의 대통령에 저항해서 건설노동자들이 투쟁하니 얼마나 꼴 보기 싫었겠습니까.

 

두 번째 이유는 산별노조운동에 대한 말살음모입니다. 산별노조는 기업별노조와 달리 동일산업-업종의 노동자들은 모두 가입할 수 있고 산별노조는 사내복지보다는 사회정치적 역할에 큰 비중을 둡니다. 그렇기에 운수노조는 생계의 어려움에도 '미친소 운송거부'를 감행할 수 있었고 건설노조 역시 '대운하 반대'를 주장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정권의 눈엣가시 같은 이 두 산별노조를 없애지 않고는 속이 편할리 없는 것입니다.

 

죽거나 싸우거나의 기로에 몰린 운수노조와 건설노조

 

6월은 정권과 민중의 한판승부가 불가피한 시기입니다. 6월 국회에서 온갖 노동악법들을 통과시키려고 할 것이고 언론악법 역시 강행처리할 것입니다. 민주노총은 이미 6월 총궐기를 선언했고 촛불시민들도 서서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특히 운수노조와 건설노조는 노조 자체를 없애겠다는 정권에게 맞서 싸우는것 밖에 아무것도 할 것이 없습니다.

 

앉아서 당할 것이냐 서서 싸울 것이냐의 기로에서 노동운동은 항상 투쟁의 길을 택해 왔습니다. 건설노조는 이미 5월 총파업을 결정하였고 경찰청장 출신 낙하산 사장이 공안탄압을 자행하는 철도, 생존권 위기에 몰린 화물 택시 노동자들이 포함된 운수노조 역시 5~6월 투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운수노조와 건설노조는 6월 대결전의 뇌관이 될 것입니다.

 

어쩌면 작년에 따로 움직여서 그 효과가 반감되었다면 올해는 강력한 투쟁력을 가진 두 조직이 함께 투쟁함으로써 제대로 된 한판승부가 될 것 같기도 합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가 운수노조-건설노조 설립취소를 두고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정호희 기자는 운수노조 정책기획실장입니다.

2009.04.09 16:06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정호희 기자는 운수노조 정책기획실장입니다.
#운수노조 #건설노조 #화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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