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꽃들에 대한 기억살리기

널리 널리 알려져야할 서예치료교육

등록 2009.03.25 11:14수정 2009.03.25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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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장면 치매어르신들의 꽃에 관한 서예치료 ⓒ 이영미

▲ 수업장면 치매어르신들의 꽃에 관한 서예치료 ⓒ 이영미

맛있는 김밥 한 가지를 오래 만들거나 먹다보면, 김밥 하나라도 누드김밥, 참치깁밥, 스페셜김밥 이렇게 다양하게 만들어지고, 맛있고 좋으면 소풍길 때 나눠먹듯이 그렇게 나눠먹는다.

 

묵향도 마찬가지다. 한문쓰기에서 시작하더라도 한글, 그림, 나무나 돌에 쓰고 새기기, 이런 과정을 거치는 것은 산을 오래 타다 보면, 이 길로도 가고 저 길로도 가고, 나중에는

산에 가면 좋으니까, 사람들에게 권하고 길 안내도 하게 된다. 그렇게 서예도 작가에서 선생님이 되고, 나중에는 서예치료학이라는 것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미술치료, 음악치료, 무용치료, 연극치료, 독서치료 등등은 많이 알려져있지만 서예치료는 아직 크게 대중화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서예대학의 전공과정에서 서예치료과정이 최근에 들어가고, 서예치료박사가 배출되기 시작했으니까, 앞으로의 비젼은 그다지 어둡지 않지만, 서예치료과정이 사회 곳곳에  자리잡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홍보와 인식개선의 노력이 필요하다.

 

서울로 다니면서 서예치료사과정을 밟고, 치매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가족에 대한 따스한 기억 되살리기 치료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안 좋은 기억보다 좋았던 특별한 추억과 일상의 기억을 되살려서 그것을 마음에 깊이 각인하게 반복해주는 것은 상당히 유익하다.

 

그리고 혼자보다 여럿이 함께 하면서, 자기만이 겪고 있는 것같은 가족에 대한 소외감과 냉대와 외로움 등 마음깊이 앙금지어있던 것들이, 알고보면 자기보다 심한 고통을 겪은 사람도 많은데 위안이 되기도 한다.

 

또한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이 많다는 데서 오는 동질감으로 마음이 평안해지기도 하며, 붓끝에 집중하다 보니 쉴 새없이 화장실 가는 것도 줄어들었다. 사람의 육신은 정신과 마음의 통제아래 있다는 것이 너무나 잘 드러나는 것이 서예치료시간이다. 

 

어느 날, 꽃들에 대한 추억을 되살리는 시간을 가졌다. 세상에서 제일 아름 답게 생각하는 꽃이나 기억나는 모든 꽃 이름들을 쓰거나 그림으로 표현해보기로 하고, 그 꽃들이 왜 좋은가하는 것을 이야기나 노래로 표현해보기로 했다.

 

호박꽃은 엄마같이 참 고마운 꽃이라고 하는 분도 계시고, 개나리를 표현하면서 "나리 나리 개나리 입에 따다..." 하고 유치원생으로 노래부르는 어르신도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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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치료 기억을 살리는 서예치료교육 ⓒ 이영미

▲ 서예치료 기억을 살리는 서예치료교육 ⓒ 이영미

 

어느 더운 날은 합죽선에 가족을 표현해보기로 했는데, 팔 순이 넘어 쉴 새없이  수런수런거리시던 어르신이 초딩생처럼 조용하게 집중한다. 가족의 얼굴표정도 다양하게 표현한 어르신은 겉으로 보면 전혀 치매노인같지 않게 밝게 웃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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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치료 합죽선에 기억을 되살려서.. ⓒ 이영미

▲ 서예치료 합죽선에 기억을 되살려서.. ⓒ 이영미

 

프로그램이 끝나고 현장평가를 나온 지역의 교수는,너무도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이것이

지자체 안의 모든 복지시설에 시행하면 좋겠다고 했지만, 그것은 현장을 직접 눈으로 본 사람의 평가일 뿐, 문서를 보고 예산을 결정하는 책상행정에는 서예치료와 서예교육이 별 다르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다.

 

복지관안에서만 이 교육을 행하는 것이 아까워서 지역의 평생교육센터들에게도 교육커리큘럼을 넣었는데, 여전히 미술치료, 음악치료 등은 잘 알고 있지만,

"서예치료요? 서예강습은 이미 편성되어 있는데요!"

"서예치료란 것도 있어요? 처음 듣는데요. 의논해볼께요"  이런 반응이다.

 

치료학회에 소속된 서예치료선생님들은 모두가 이미 사전에 인지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곳들에 가신다. 우연히 한 번 서예치료교육을 시행해본, 경기도의 어느 종합병원이나, 복지관, 보호시설 등은 지속적인 교육을 원하기도 한다.

 

내 경험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성폭력이나 노인학대, 가정폭력에 대한 상처를 효율적으로 잘 끄집어 낼 수 있는 것이 미술과 서예치료이다. 때때로 이렇게 하얀 종이위에 먹물로 표현되는 것들이 중요한 증빙자료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상처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면, 마치 곰팡이가 햇빛에 드러나지 않으면 더 심해지는 것처럼, 햇빛에 드러나면 더 이상 요보호대상의 사람이 아닌, 우리와 함께 웃고 울며 살아가는 한 일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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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치료 가족의 얼굴을 합죽선위에 표현한 후 ⓒ 이영미

▲ 서예치료 가족의 얼굴을 합죽선위에 표현한 후 ⓒ 이영미

 

2009.03.25 11:14 ⓒ 2009 OhmyNews
#서예치료 #치매노인 #문화예술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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