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사진 거장 카쉬 "사진은 이야기보따리다"

'유섭 카쉬 전'에서 볼 수 있는 인물사진의 새로운 발견

등록 2009.03.04 17:56수정 2009.03.0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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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쉬전'이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4일 전시를 시작했다. ⓒ 조재환

"재환아, 넌 기사도 좋구 사진도 좋다. 넌 사진의 컷을 활용하는 기술과 한문공부가 더해지면 완벽한 언론인이 될 거 같다"

매번 업데이트되는 기사를 자주 보시는 할아버지의 충고. 아직 어린 대학생이 매번 기사를 쓴다는게 기특하신가보다. 사진의 품질과 기사 본문의 오점이 없는지, 전체적인 반응이 어떤지 모니터하시는 할아버지. 그가 남긴 충고는 나에게 큰 영양제가 됐다.


할아버지의 충고를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까? 고민을 해봤다. 기사의 핵심인 한문공부와 사진에 대한 연구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이다. 그 중 사진연구에 도움이 되는 전시를 발견했다. 바로 오늘(4일)부터 5월 8일까지 열리는 '인물사진의 거장 KARSH(카쉬)展'. 처칠과 테레사 수녀 그리고 오드리 헵번 등 수많은 유명인들의 사진을 담은 사람이 바로 유섭 카쉬(Yousuf Karsh, 1908 -2002)다.

이번 전시는 보스턴미술관에 소장된 작품들로 구성됐다. 과연 그는 사진을 공부하려는 어린 대학생기자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했을까?

전시의 '표지모델' 오드리 헵번과 윈스턴 처칠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으로 가면, 오드리 헵번의 옆모습과 윈스턴 처칠의 늠름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두 인물이 이번 전시의 '표지모델'이다. 그만큼 특별한 사연과 사진 속의 메시지가 담겨져 있다. 소박한 전시장 내부는, 단순히 커쉬가 찍은 인물사진만 전시하는 형태가 아니었다. 각각 개인별 사진 속에 담긴 에피소드가 사진을 보는 또다른 재미를 보여준다.

인물사진만 전시하면 될걸 왜 장문의 사연도 함께 전시할까? 커쉬는 한 개인의 얼굴을 무작정 찍는 것보다, 그 개인의 사소한 모든 것을 담으려고 애썼다. 그 사람의 직업은 무엇인지, 현재 그 사람은 어떤 상태인지, 또 이 사진을 찍을 때 찍히는 당사자는 우리에게 무엇을 표현하고 싶을지… '표지모델' 오드리 헵번과 윈스턴 처칠의 사진이 인기있는 이유가 바로 이점이다. 사진 한장 속에 다양한 의도가 숨었기 때문이다. 그 중 처칠과 카쉬의 이야기가 가장 주목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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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칠 카쉬가 촬영한 윈스턴 처칠, 전시에서 핵심이 되는 사진이다. ⓒ 카쉬전 홈페이지 캡쳐


캡처된 사진 속 윈스턴 처칠, 그의 카리스마는 드라마 캐릭터 '강마에'에 버금간다. 영국사람인 처칠과 캐나다 오타와 사람인 카쉬의 만남은 어떻게 성사된 것일까? 사진 속 처칠은 캐나다 오타와 의회에서 "영국은 적과 맞서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난 후의 모습이다. 1941년의 일이다.

카쉬가 보는 처칠은 매우 무서웠다. 처칠은 사진을 싫어해 겁이 많은 카쉬의 기를 죽이는 능력(?)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카쉬는 처칠의 카리스마에 한편으로 당하면서 겸손한 자세로 촬영에 임했다. 결국 이 사진은 처칠이 영국의 상징적인 아이콘으로 자리잡는 역할을 했다. 이 외에 수많은 사연이 담긴 카쉬전, 그냥 인물만 보면 보는이로서는 아무 감정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속에 담긴 에피소드를 확실히 알고가면 사진에 대한 시각을 달리 볼 수 있다. 처칠과 카쉬가 이 점을 간접적으로 사회에 전한 셈이다.

비전문가가 보는 카쉬의 사진들, 어떻게 보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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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들은 카쉬를 거친다 전시장 입구쪽에 마련된 작품 견본들 ⓒ 조재환


사진에 대한 연구가 필요했던 어린 대학생 기자인 난, 이 전시를 통해 카쉬가 찍은 인물사진의 특징을 발견하려 했다. 그러나 그 사진 속에 담긴 사연을 읽으니 보는 재미는 2배로 상승했다. 이처럼 사진에 담긴 사연을 정독하면 이 전시를 효과적으로 본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사진만 보러 이 전시를 왔다면 어떻게 봐야 할까? 우선 카쉬는 흑백으로 대부분의 사람을 찍었다. 흑백사진 속 사람들이 전하는 감성을 흑백으로 효과적으로 표현한 셈이다. 그가 어둡고 침울한 배경인 흑백을 고수하는 이유는 뭘까? 바로 인물을 더더욱 중심적으로 부각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예외는 있다. 바로 오드리 헵번의 사진이 그 예외다.

맨 위 포스터 속에 담긴 그녀는, 흰 배경속에서 마치 생각에 잠긴듯 눈을 살포시 감고 있다. 카쉬는 왜 헵번만 흰 배경을 고수했을까? 흑백을 통해 강한 인물의 느낌을 표현하기 보다, 우아하고 부드러우면서 매끄러운 아름다움을 표현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예외는 있지만, 거의 모든 그의 인물사진은 독특함을 포함시켰다. 사진의 모델과 함께 감정을 느끼면서 최대한 편안한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카쉬의 매력이 바로 이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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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사연이 담긴 사진들 카쉬가 찍은 인물사진들. 기념품 판매점에 위치한 사진들이다. ⓒ 조재환


인물사진은 의미없게 찍는 것이 아니라 납득이 가는 상황 속에서 사진을 찍는 작가는 어떤 메시지를 전할 것인가? 

근접 촬영으로 심리적 부담을 겪을 수밖에 없는 인물촬영의 모델을 카쉬는 어떻게 설득해 촬영했을까? 

이 두 가지의 의문점이 든다면 카쉬전을 방문하기 바란다. 사진이 추억을 남긴다는 말처럼, 사진이 역사와 한편의 소설을 만들 수 있다는 힘을 얻게 될 것이다. 또 보도사진을 찍는 어린 대학생인 나에게, 보도로 쓰일 인물사진은 신중함도 필요하다는 사실도 느낄 수 있는 전시였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SBSU포터, 캠퍼스라이프,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SBSU포터, 캠퍼스라이프,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카쉬 #인물사진 #오드리 헵번 #윈스턴 처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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