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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삼표 블록버스터 사극의 매력

<적벽대전>, <삼국지> 팬보다 오우삼 팬의 영화

09.01.23 19:16최종업데이트09.01.24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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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벽대전 제갈량(금성무)과 주유(양조위) ⓒ 쇼박스

처음 영화 <적벽대전>에 걸었던 관객의 기대는 크게 두 가지다. 거장 오우삼의 스타일이 블록버스터 사극에서 어떻게 발휘될까 하는 점과, <삼국지>라는 문자 텍스트가 영화화되면 어떤 모습일까 하는 점이다. 그러나 어떤 기대를 했든, 지난 여름 개봉한 <적벽대전1 : 거대한 전쟁의 시작>만으로 이 영화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엔 성급한 감이 있었다.

 

부제 그대로 ‘거대한 전쟁의 시작’까지만 보여주기 때문이다. 장대한 스케일 탓에 ‘계륵’이라면 계륵. 이는 이 영화에 대해 호불호가 엇갈렸던 이유이기도 한데, ‘무난한 시작’이라는 호평이 있었던 반면 ‘정작 적벽대전이 없는 예고편’이라는 ‘백안시’도 나왔던 게 사실이다. 더구나 <적벽대전>은 <삼국지> 중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적벽대전만을 다루는 영화. 아무래도 후자 중 더러는 “복숭아나무 아래서 형제가 되기로 맹세를 했네” 같은 앞 이야기를 몰라 흥미가 반감된 탓도 있었을 터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적벽대전2 : 최후의 결전>은 반년여 만에 돌아왔고 드디어 온전한 평가를 내릴 때다. 본 전쟁은 이제 막 시작된다.

 

<적벽대전1>에서 극적으로 동맹을 맺고 ‘파죽지세’의 조조(장풍의)군에 첫 승리를 거둔 손권(장첸)군과 유비(우용)군. 하지만 연합군은 수적 열세에다 조조의 계략으로 군사들이 열병에 걸리면서 궁지에 몰린다. 이에 맞서 유비군의 책사 제갈량(금성무)이 계략으로 조조군으로부터 화살 10만 개를 얻어오는 데 이어, 손권군의 도독 주유(양조위) 또한 계략으로 조조군의 유일한 수군 책임자들을 제거하면서 전세를 뒤집기 시작한다.

 

드디어 본격적인 전쟁을 앞두고 연합군은 조조의 대군에 맞설 유일한 승부수로 화공을 택하지만 결정적으로 바람이 조조군에 유리하게 불고 있는 상황. ‘위급존망지추’의 순간, 하늘의 기운을 읽곤 바람이 바뀌길 기다려야 한다는 제갈량의 말에 주유의 부인 소교(린즈링)가 조조군의 공격을 지연시키고자 혈혈단신 적진으로 찾아간다.  

 

‘최후의 결전’을 그리는 <적벽대전2>의 스펙터클은 ‘괄목’할 만하다. 실제로 이 영화에서 CG로 구현된 전쟁신은 <반지의 제왕>에 견줄 만해 <적벽대전1>의 밋밋함을 상쇄하기에 충분하다. 예컨대, 적벽대전에서 한 덩어리로 엮인 조조군의 배에 시뻘건 화염이 번져나가는 장면은 상상의 스케치에 현실의 채색이 입혀지는 쾌감마저 불러일으킨다. 나아가서 이 영화는 적벽대전의 또 다른 묘미인 심리전 또한 아슬아슬하게 잘 담아내는데, 이때 쟁쟁한 배우들의 존재가 결정적이다. 특히 주유 역을 맡은 양조위와 제갈량 역을 맡은 금성무의 눈빛 연기는 단연 돋보인다.

 

▲ 적벽대전 화염에 휩싸인 조조(장풍의)군 진영 ⓒ 쇼박스

아닌 게 아니라, 영웅들의 끈적끈적한 눈빛과 대사는 <영웅본색>과 <첩혈쌍웅>으로 대표되는 오우삼 영화의 기본 정서로 남자들의 의리를 담고 있다. <적벽대전1>보다 <적벽대전2>에서 더 선명히 드러나는데, 이를테면 주유와 제갈량은 <적벽대전1>에서 음악을 매개로 교감한 데 이어 눈빛과 대사로 우정을 나누고 또 훗날의 숙명을 예감한다.

 

나아가서 이 영화 후반 죽어가는 손숙제(동대위)와 손상향(조미)의 대화에선 좀더 본색이 드러난다. 그런가 하면 이런 정서를 직접 나타내는 장면도 눈에 띄는데, <적벽대전1>에서 주유가 조자룡을 대신해 화살을 향해 몸을 날리는 장면이나 <적벽대전2>에서 주유와 조자룡 그리고 손권이 서로 등을 지고 대화를 나누며 적과 싸우는 장면이 그것이다. 마찬가지로 이 영화 마지막에 조조와 주유 등의 삼각 대치도 총에서 칼로 바뀌었을 뿐 오우삼 팬들에겐 익숙한 장면이다. 아니나 다를까 오우삼의 트레이드마크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비둘기는 실사에서 CG로 바뀌어 직접 영화 장치로 설정되고 쌍권총은 쌍칼로 대체돼 등장한다. 

 

이렇듯 오우삼의 인장이 오롯한 <적벽대전2>는 그만큼 그의 장점과 단점을 확연히 드러낸다. 요컨대, 그는 스타일엔 강하지만 스토리엔 약한 감독이다. 당초 그가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보다 (정사) <삼국지>를 주로 참고했다”고 했을 때, 그 말은 정사에 자신의 스타일과 어우러지는 살을 취사선택한 뒤 판타지와 함께 붙이겠다는 소리였다. 곧 연환계나 고육지계 같은 <삼국지연의>의 이야기는 덜어내고 인물간의 의리라는 정서를 확연히 드러내는 데 집중했다는 얘기다.

 

자못 아쉬운 건 이 대목이다. 전쟁의 긴장감을 더하는 이야기와 다층적인 인물의 심리 묘사가 줄어든 탓에 적벽대전과 영웅들은 다소 단선적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자신의 정서에 맞게 재탄생시킨 주유의 캐릭터야말로 그렇다. 짐짓 제갈량과 ‘수어지교’처럼 보이기도 하는 주유는 <삼국지연의>에선 종국에 “하늘은 주유를 낳으시고 어찌 제갈량을 또 낳으셨나이까”라고 부르짖을 정도로 살리에리 못지않게 제갈량에게 열등감을 느낀 캐릭터다. 소설 속 캐릭터가 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물론 273분이라는 시간 안에 세부 이야기나 인물의 심리 묘사까지 담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더구나 기존 소설을 영화로 옮기는 건 오우삼 입장에선 애당초 불가능한 도전이니 자신의 스타일을 입히는 쪽을 택할 수밖에 없었을 터이다. <적벽대전>이 부응한 건 <삼국지>라는 텍스트의 영화화보단 오우삼 스타일이 빚어낸 블록버스터 사극에 대한 기대다. 결국, <적벽대전>은 소설 <삼국지> 팬들에겐 못내 아쉬운 영화일지 몰라도 오우삼 팬들에겐 그의 인장이 새로이 찍힌 블록버스터 사극으로서 유의미하다. 오우삼은 오우삼이니까.

2009.01.23 19:16 ⓒ 2009 OhmyNews
적벽대전 삼국지 오우삼 양조위 금성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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