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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쓰린 허재 '서장훈에 이어 하승진까지...'

농구 천재의 카리스마는 어디로...흔들리는 리더십

09.01.17 12:18최종업데이트09.01.17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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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 감독 ⓒ 전주 KCC

전주 KCC를 이끌고 있는 '초보 사령탑' 허재 감독이 연이은 악재에 흔들리고 있다.

 

올 시즌 눈에 띄게 줄어든 출전 시간으로 벤치에 앉아있는 것을 참지 못하고 다른 팀으로 떠난 서장훈과 '개운치 않은' 작별을 한데 이어 하승진까지 같은 이유를 들어 불만을 터뜨린 것이다.

 

지난 15일 열린 안양 KT&G와의 원정경기에서 잦은 교체로 코트와 벤치를 바쁘게 오갔던 하승진은 불과 7분에 그친 짧은 출전시간과 그동안의 허재 감독의 들쭉날쭉한 기용 방식을 참지 못했다.

 

결국 하승진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하기에 이르렀다. 

 

속쓰린 허재 '서장훈에 이어 하승진까지...'

 

하승진이 곧바로 허재 감독에게 공식 사과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서장훈을 내보낸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터진 이번 일은 가뜩이나 살얼음판 같은 순위경쟁에 시달리는 허재 감독의 속을 무척 쓰리게 했을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허재 감독은 '와룡'과 '봉추'를 모두 얻은 유비가 부럽지 않은 행복한 감독이었다. 국보급 센터 서장훈에 이어 한국농구 역사상 최장신 센터 하승진까지 두 명의 '거인'을 거느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승진과 외국인 선수들의 틈에서 임무가 줄어든 서장훈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인천 전자랜드로 떠났고, 하승진마저 젊은 혈기를 누르지 못하고 돌출 발언을 하면서 허재 감독의 지도력과 리더십에 물음표가 따라붙고 있다.

 

선수시절 '농구 천재', '농구 대통령' 등으로 불리며 화려한 실력과 강력한 카리스마를 자랑하던 최고의 스타플레이어였지만 정작 지도자가 되어서는 스타플레이어들을 다루는데 서툴러 힘들어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월 허재 감독이 신인 드래프트에서 하승진을 지명할 때만해도 우승의 꿈에 한껏 부풀어있던 전주 KCC가 예상치 못한 '내부의 적'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시험대 오른 허재 감독의 리더십

 

하승진 ⓒ 전주 KCC

물론 하승진의 잘못도 있다. 신인선수가 감독의 고유권한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한 것은 경솔한 행동이다. 농구팬들 역시 30%대에 불과한 하승진의 저조한 자유투 성공률 등을 예로 들며 "불평을 하기 전에 실력을 키우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이번 일도 결국 허재 감독의 몫일 수밖에 없다. 불만을 가진 선수를 납득시키고, 부족한 점을 다듬어주는 것 역시 감독이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이다.

 

허재 감독이 선수생활을 그만두고 짧은 시간 만에 지도자로 돌아왔기 때문에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는 반박도 있지만 오로지 성적으로 모든 것을 말하는 프로무대에서는 받아들여지기 힘든 논리다.

 

전주 KCC는 오는 18일 서장훈이 버티고 있는 인천 전자랜드와 맞붙는다. 서로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고 헤어진 스승과 제자의 대결에 농구팬들 역시 눈길을 모으고 있다. 동료에서 적이 되어 만난 하승진과 서장훈이 벌일 '높이 대결'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선수들을 이끄는 지도자로서 진정한 시험대에 오른 허재 감독이 과연 자존심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09.01.17 12:18 ⓒ 2009 OhmyNews
허재 전주 KCC 하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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