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6개월째 아버지 장례 못 치른 재중동포

사망 원인 규명하려 한국온 이정섭씨, 시신 병원 냉동고 보관

등록 2009.01.11 18:19수정 2009.01.11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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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섭씨 외국인 노동자로 생활하던 고 이주철씨 아들 이정섭 씨가 1년 6개월째 아버지 시신이 안치돼 있는 병원건물을 바라보다가 슬픈표정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 강태우

▲ 이정섭씨 외국인 노동자로 생활하던 고 이주철씨 아들 이정섭 씨가 1년 6개월째 아버지 시신이 안치돼 있는 병원건물을 바라보다가 슬픈표정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 강태우

"경찰 수사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사망 원인과 과정에 많은 의문점이 남아 있습니다. 하루빨리 진실이 밝혀져 불쌍한 아버지의 영혼이 조금이나마 평안해 지길 바랄 뿐입니다"

 

1년 6개월 전 돌아가신 아버지의 사망 원인을 규명하려고 장례도 미룬 채 진실을 밝히기 위해 홀로 외로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중국인 동포 이정섭(37)씨.

 

이씨는 지난 2007년 7월 27일 고인이 된 아버지(고 이주철씨)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한국에 입국한 뒤 지난 9일 현재 본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7년 4월 한국에 들어와 2개월여 만에 갑자기 사망한 아버지의 사인을 놓고 이씨는 각종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산재사고냐 변사사건이냐

 

고 이주철씨는 사고 당일 S인력회사를 통해 충북 청주의 한 대규모 시설 확장 공사현장 인부로 투입됐다.

 

경찰은 오전 7시쯤 공사현장으로부터 근로자가 필요하다고 연락받은 용역업체가 고인을 보내는 과정에서 공사현장 인근에서 쓰려졌으며, 일종의 심장마비인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판명한 국과수 부검결과에 따라 산업재해가 아닌 변사사건으로 처리했다.

 

그러나 이씨 측에 따르면 이 공사장은 오전 6시20분쯤 인부가 공사현장에 도착해 6시40분까지 아침식사를 마치고 작업 시작(오전 7시) 5분 전까지 현장에 배치된다. 이씨는 당시 아버지가 공사현장에서 아침식사를 했으며 병원 의무기록지에도 구토물이 있다고 적시돼 있는 만큼 식사 내용물을 제대로 비교했다면 아버지가 공사현장에 들어갔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공사현장 투입시간·병원 도착시간 등 풀리지 않는 의혹

 

경찰조사 결과 이씨의 아버지는 오전 8시쯤 공사현장에 도착했고 현장 밖에서 쓰러져 9시쯤 병원에 도착해 오후 10시 20분쯤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이씨는 용역업체에서 건설현장까지 거리는 2㎞ 정도로 차량으로 5~10분 거리였고 후송된 병원도 10~15분거리에 불과하지만 업체에서 연락 받고 1시간이 지나서야 인부가 투입된 점, 쓰러진 뒤 1시간 후에 병원에 도착한 점, 중간에 들른 병원에서 아무런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점 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시신상태 후송과정 등에 따른 재부검 필요성 제기

 

이씨는 아버지의 후송과정과 시신 상태를 보면 의학적으로 설명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며 경찰의 재부검을 요구하고 있다.

 

진료기록을 보면 아버지는 40도가 넘는 고열이 있었고, 오른쪽 갈비뼈 골절, 병원 검사에서의 심근 효소 수치 증가, 손상된 근육이 있는 점 등은 허혈성 심장질환에서 나타나는 현상보다 심한 외부 충격으로 인한 경련과 발작, 고열 등이 동반됐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이씨는 주장하고 있다.

 

이씨는 이 같은 의문에 대해 경찰 측에 재수사를 요청했고 경찰은 "유족 의구심에 대한 입증을 위해 수사를 벌였지만 변사자가 공사현장 내에서 쓰러졌다고 볼 만한 내용을 찾을 수 없었다"며 재수사 불가입장을 밝혔다.

 

검찰에 항고장을 접수한 이정섭씨는 "아직도 대형 건설사 관계자와 하청에서 일감을 얻는 인력회사의 구조 속에 수사는 처음부터 가해자에 의존한 편파 조사였다"면서 "경찰이 조금만 신경을 써서 목격자나 피해자 측 증인을 확보하려는 노력만 기울였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났을 것"이라며 토로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충청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1.11 18:19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충청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근로자 #의문사 #근로자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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