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내 아이만은 그렇지 않겠지?

[새해 바란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기

등록 2009.01.09 11:51수정 2009.01.09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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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 쑥부쟁이 너댓잎 쑥부쟁이가 꼭 시샘하며 노는 아이들같다. ⓒ 박종국

▲ 가을날 쑥부쟁이 너댓잎 쑥부쟁이가 꼭 시샘하며 노는 아이들같다. ⓒ 박종국

 

더러 아이들의 좋잖은 행동을 볼 때가 있습니다. 대부분 그냥 지나쳐도 좋을 만큼 미덥습니다. 고만고만할 때는 괜한 일에도 자기 것에 대한 애착을 보일 때가 있거든요. 하지만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거친 폭력을 동반하는 거친 행동에는 신경이 곤두섭니다. 과잉행동장앱니다. 그렇다고 분기충천한 사춘기 아이들을 뜯어말릴 만한 힘을 가진 것도 아니고 해서 발만 동동 굴렀을 때가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은연 중에 어른들의 언행을 따라합니다. 친구들과 떼거리로 몰려다니며 해작질을 하는 것도 아이들 스스로 하는 행동이 아닙니다. 단순한 해코지 같지만 그저 보아 넘길 일이 아닙니다. 어쩌면 그것은 어른들이 아이들 앞에서 생각 없이 보여 주었던 이상행동이 그대로 드러난 것일 뿐입니다. 문제는 한번 실행된 문제행동은 끊임없이 반복된다는 데 있습니다.

 

“이 놈의 자식, 누굴 닮아 그렇게 속을 썩이나?”

“내 아무리 생각해 봐도 네 놈의 행동은 이해 못해. 넌 도대체 어느 속아지로 난 놈이냐?”

“어휴, 자식이 원수여! 넌 내 자식이 아니다, 아냐!”

 

하늘보고 침 데데 뱉습니다. 가슴을 탕탕 쳐봅니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 때늦은 후회를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모두가 내 탓일 뿐입니다.

 

사람을 함부로 대하면 아이들도 그렇게 합니다. 어떤 사람이 장애인입니까. 몸은 멀쩡해도 마음을 바르게 쓰지 못하는 사람이 장애인입니다.

 

평소 말이 어눌하고, 하고자 하는 의지가 미약하여 일마다 소극적인 아이가 있습니다. 곧잘 소리 지르고 성격이 급박합니다. 그래서 친구들이 잘 놀아주지 않습니다. 혼자일 때가 많습니다. 수업 중에도 무시로 고함을 칩니다. 주의를 줘도 막무가냅니다. 손장난까지 심합니다. 관심을 갖고 대하지만, 그 아이는 자꾸만 엇나가려 합니다. 아이의 행동이 쉽게 바로 잡히지 않습니다. 

 

그러한 행동으로 인하여 그 아이는 또래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그 아이는 친구들과 노는 데 늘 뒤처져 있습니다. 또래집단에서 소외되고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쉽게 놀림을 받고, 두려워하거나 불안해하며, 심각한 정서 불안을 겪고 있습니다.

 

물론 아이의 잘못된 행동양태가 한 둘이 아닙니다. 자기 것에 너무 집착이 강합니다.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고 의존적입니다. 오직 제 것만 챙깁니다. 공부하는데도 강박관념이 뚜렷하게 엿보입니다. 이런 아이일수록 문제행동의 단초는 부모의 잘못된 양육방식에 있을 때가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아이가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어떻게 대처합니까. 내 아이는 그럴 리 없다고 다그치며 그냥 외면합니까. 아니면 따돌림을 당한 까닭을 알아서 아이가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의논합니까. 당연히 후자의 방법을 모색할 겁니다. 그게 바람직한 방법입니다. 

 

아이가 따돌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어떻게 대처합니까

 

먼저, 집단따돌림 문제를 해결하려면 부모나 식구들의 도움이 매우 중요합니다. 자녀 양육방식을 되짚어보아야 합니다. 지나치게 보호해 주고, 이기적으로 키우지 않았는지. 자기중심적이고 의존적으로 키우지 않았는지. 이것 하라 저것 하라며 닦달하지 않았는지. 공부하라고만 몰아세우지 않았는지. 너무 아이의 의견을 함부로 무시하지 않았는지 아이의 입장에서 상황을 냉정하게 살펴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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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른밭 쑥부쟁이 너른 풀밭에 쑥부쟁이가 한껏 어울렸다. ⓒ 박종국

▲ 너른밭 쑥부쟁이 너른 풀밭에 쑥부쟁이가 한껏 어울렸다. ⓒ 박종국

집단따돌림의 문제는 부모도 모르게 가정 밖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게 되면 문제가 커집니다.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라면 스스로 자학하게 되고, 심하면 좌절감이나 비애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약점이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어린 아이일수록 더욱 그러합니다.

 

행동이 느려서, 능력이 뒤떨어져서, 몸의 일부가 다른 사람과 달라서, 자신의 행위가 민활(敏活)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은 그것만으로도 두려움을 갖게 되고, 수치심을 느끼게 되어 몸과 마음을 움츠리게 됩니다. 아이의 요구와 관심을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아이의 입장에서, 아이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기

 

아이들의 삶의 영역은 그리 넓지 않습니다. 자기 눈높이에 따라 행동합니다. 그것으로 만족하기 때문입니다. 자폐성향을 가진 아이일수록, 집단따돌림을 당하는 아이일수록, 자기중심적이고 의존적인 아이일수록, 자기와 다른 것을 인정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어야 하고, 자기 힘으로 자제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하고 싶은 일도 때에 따라서는 자제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어야 합니다.

 

내 아이만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아이가 원하는 것을 다 해 주는 것은 아이의 삶을 더욱 망가뜨립니다. 그것은 부모가 아이를 망치는 행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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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랗게 잘 익은 감 가을햇살에 잘익은 감이 의좋게 매달렸다. ⓒ 박종국

▲ 노랗게 잘 익은 감 가을햇살에 잘익은 감이 의좋게 매달렸다. ⓒ 박종국

 

아이의 좋은 점은 크게 살려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좋지 않은 행동은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게 아이들 살리는 일입니다. 아이의 성격이나 버릇,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다고 해도 강압적인 권유나 다그침은 금물입니다.

 

그러한 일들로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나쁜 행동을 유발합니다. 그냥 내버려두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아이의 싹을 짓뭉개는 일입니다. 무엇보다도 아이 스스로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깨우쳐서 고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게 부모가 할 일입니다.

 

더구나 소심한 아이일수록 애써 다그치지 말고 진득하게 기다려주고, 따뜻하게 응원할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설마 내 아이만은 그럴 리 없다고 한탄할 게 아니라 아이만이 가지고 있는 좋은 점을 살려주고, 계발할 수 있는 장(場)을 챙겨주어야 합니다. 점진적으로 자신감을 심어주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스펀지 상태입니다. 무엇이든지 다 받아들일 수 있는 가소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다음미디어 블로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집단따돌림 #왕따 #자폐아 #해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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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기자는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한국작가회의회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과 <하심>을 펴냈으며, 다음블로그 '박종국의 일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김해 진영중앙초등학교 교감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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