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치 아동'에서 다시 '충치 아동'으로

새로 나온 영구치에 벌써 충치가 생겼어요

등록 2008.12.13 19:35수정 2008.12.13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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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건치아동으로 상장을 받은 5학년 똘망이. 그 상장 하나로 구강보건교육가로 살아가는 엄마 어깨를 으쓱하게 해주었다. 3학년 밤톨이 역시 충치 하나 없이 건강한 치아를 자랑한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간 후 빠지지 않고 하는 일 중에 하나가 치과와 안과에 가서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다. 보통 방학을 하면 가는데 이번에는 방학 전에 미리 검진을 가기로 했다(똘망이의 오후 일상이 건강한 치아를 가지기에는 좀 걱정스러운 상황이라서).

 

안과는 동네 가까운 곳에 한 곳 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언제나 환자가 너무 많아 기다리는 시간이 많다. 기다리는 시간은 그렇다 쳐도 너무 많은 환자에 지친 그 곳에서 자세한 설명과 친절은 기대할 수가 없다. 더구나 아이만 보냈을 때는 무척 불친절하다. 그래서 거리가 멀어도 아예 예약을 하고 기다림도 넉넉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안과 전문병원으로 간다.

 

치과는 우리 동네에만 걸어서 10분 거리에 열 곳이 넘게 있다. 물론 단골 치과가 있지만, 거리가 좀 있다. 친정어머님, 시부모님, 남편 등은 단골치과에 가서 치료를 받는다. 단골치과에서 아이들 치료를 받으려면 반드시 보호자가 함께 가야 한다. 내가 가던가, 남편이 가던가. 하지만 아이들의 독립심을 키워주려면 의료기관도 혼자서 이용을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역시 거리가 문제다. 아이들이 혼자 다닐 수 있는 곳으로 해서 주치의치과를 정하기로 하고, 동네 치과를 한 곳씩 대부분 들러보았다.

 

더구나 나는 치과에서 근무했던 치과위생사라 치료비용에 대해 이해를 하기 때문에 비용에 대해서는 절대로 의문을 표하지 않는다. 치과입장에서는 나 같은 환자 보호자는 무척 고마운 사람이다. 해야 할 치료에 대해 의문을 표하지 않으면서 기꺼이 치료를 맡기고, 치료비용을 지불하니 말이다. 그러나  여러 가지 상황이 벌어졌다. 대부분 환자에 대한 자세도, 치료도 설명도 친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친절하지는 않아도 마음편한 치료를 해 준다면 좋으련만, 정기적인 검진과 치료를 받으러 가기에는 씁쓸했다(주관적인 판단이라 그 치과를 이용하는 단골들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그 많은 치과들이 모두 함께 공존하고 있다).

 

아이들이 혼자서도 치과에 갈 수 있도록 가까운 거리를 선택해서 단골치과를 만들어야하는데 쉽게 선택을 못하고 있을 때, 같은 이름을 가지고 각 지역에 분점을 내는 형식으로 운영하는 치과가 우리 동네에도 생겼다. 똘망이가 그 곳에 한 번 다녀오더니 좋다고 한다. 그래서 그 다음에는 6개월에 한 번 정도 그 곳에 갔다. 그다지 많이 친절하지는 않았지만, 너무 친절해도 좀 부담스러운 법. 모든 면에서 마음에 들었다. 올해 초에는 똘망이도 밤톨이도 충치가 하나도 없어 치료할 치아가 없는 덕분에 기본진료비만 내고 담당치과의사의 칭찬까지 들었다.

 

그 날은 오면서 아이들이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을 (비용이 높아 평소에는 사 주기 힘든 것) 맘껏 먹으라고 사주었다. 그리고 올해 똘망이가 건치 아동 상을 받고 나서는 아이 치아에 신경 쓰던 정성이 좀 줄어들었다. 이제 스스로 알아서 잘 하리라는 믿음 덕분이었다. 그런데 똘망이도 그 상 덕분에 더 신경 쓰지 않고 치아에 소홀하게 되었나 보다.

 

나는 사탕과 과자가 정말 싫다. 먹고 싶으면 집에서 먹고, 먹자마자 물을 마시던가, 이를 닦던가, 할 텐데 집에서 아무리 신경 쓰고 해도 집 밖으로 나가면 그런 환경조성이 아무 힘을 못 쓴다. 밤톨이는 여자아이라 그나마 자기 조절을 잘 한다. 많이 안 먹어 버릇하니 사탕도 한 개를 다 먹지 못하거나, 탄산음료도 많이 마시지 않는다. 그러나 똘망이는 그런 욕구조절을 잘 못한다. 특히 집에서 잘 먹질 않으니 먹을 기회가 생기면 참질 못한다. 너무나 먹고 싶은 그런 음식들을 엄마 없는 곳에서 주니 얼마나 좋겠는가?

 

충치 권하는 환경을 보면. ▲ 아이들 하교시간 되면 교문 앞에서 누군가가 사탕을 나눠 준다. (교회에서 교회 나오라고 맛있는 사탕을 아이들에게 나눠 준다. 학원 다니라고 막대사탕을 공책과 함께 나눠 준다.) ▲ 더울 때는 어느 마음씨 좋은 어머니가 공부 열심히 하라고 음료수나 빵을 교실에 넣어준다. 또는 닭튀김과 콜라 세트나 피자를  주기도 한다. 물론 아이들은 그 음식을 먹고 이를 닦을 시간이 없으며 굉장히 즐거워한다.(미국에서는 정크푸드를 학교 내에 자판기로 설치할 수도 없고 판매할 수 없다고 하는 기사는 아무 힘도 발휘하지 못한다.) ▲ 특정한 날이 되면 학교에 과자가 넘쳐나기도 한다. 선생님들의 금지공지도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똘망이는 그 과자의 수로 인기를 가늠하니 자랑스럽게 받아들고 와서 엄마에게도 나눠 준다. 다 먹고 나서는 이 닦으라고 할까 봐 재빠른 속도로 현관문을 나가 자신의 남은 일정을 소화한다.

 

우리 집에서는 음식을 많이 가리지 않는다. 먹고 싶을 때는 패스트푸드 음식도, 인스턴트 음식도 먹는다. 엿도 먹고 과자도 먹고 사탕도 먹는다. 케이크나 잼 바른 빵도 먹는다. 설탕 들어간 호떡도 먹는다. 단지 이러한 간식을 자주 먹지 않을 뿐이고(식사 때가 되면 밥과 반찬들을 많이 먹는다), 먹고 나서는 바로 올바른 방법으로 이를 닦고 있으며, 밖에서 걸어 다니거나 이를 닦기 힘든 상황에서는 잘 먹지 않는 규칙이 있을 뿐이다.

 

똘망이는 올 해, 얼굴정면에서 보이는 치아를 1번이라고 할 때 아래쪽 7번째로 있는 두 번째 어금니가 올라오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올라오면 썩기 전에 ‘어금니 홈 메우기(실란트)’를 해 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4학년, 5학년(11세,12세)이 되면 여섯 살 때 나온 ‘육세구치’ 뒤로 어금니가 하나 더 나오는데, 이 두개의 어금니들(한 곳에 2개씩 위, 아래, 오른쪽, 왼쪽, 모두 8개가 난다. 사랑니는 이 두 개의 어금니 뒤로 20세 정도가 되면 나오기도 한다)이 바로 음식을 씹을 때, 식도로 음식물이 넘어가기 전에 큰 덩어리가 없도록 믹서처럼 가는 일을 하여 소화가 잘 되도록 해 주는 것이다.

 

아이들은 아침식사 후에 바로 이를 닦고, (급식 후에는 1학기에는 닦았는데 2학기에는 자기 혼자만 닦는다고 부끄러워서 닦기 싫다며 안 닦는다고 했다. 자일리톨 사탕이라도 먹으라 하니 자기 혼자만 먹는다고 그것도 싫다고 한다) 저녁 식사 후에 바로 이를 닦고, 자기 전에도 이를 닦는다. 자기 전에 이를 닦은 후에는 아이들 급식용으로 나오는 자일리톨 사탕을 먹고 잔다. 스스로 치실도 사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걱정 된 것은 점심 급식 후와 저녁식사 전까지 아이 입 속에 음식물이 너무 자주 들어간다는 것이었다. 밖에서부터 입에 물고 들어오니 엄마의 통제가 통할 수가 없다. 한 번 두 번 이를 안 닦는 횟수가 늘어나니, 나중에는 참 귀찮아한다. 아기도 아니라서 강제로 이를 닦일 수도 없다. 오늘 드디어 맘에 들어 한 그 치과에 정기검진을 받으러 갔다. 토요일이라 예약이 꽉 차서 예약도 못하고 기다릴 생각으로 오전 9시부터 갔다.

 

밤톨이는 금방 나왔다. 치아는 건강하다며 불소도포만 하고 나왔다. 밤톨이를 먼저 보내고 기다리니 똘망이의 진단이 나왔다. 1, 7번 어금니 씹는 면에 벌써 충치가 생겼다. 양 쪽 모두 생겨 치료해야 한다. 레진치료로 가능하다. 양쪽이지만 오늘 하루 한 번에 다 치료 가능하다. (이런 벌써 썩어버리다니, 씹는 면이 항상 걱정되었건만 이미 썩어서 홈 메우기는 할 수도 없고, 썩은 부분을 제거하고 없어진 부분만큼 채워주는 충전치료를 해야 한단다) 2, 6번 어금니 볼 쪽 부분에도 이상이 있으며, 실란트 한 치아들은 모두 조금씩 깨져있지만, 지금 상태는 이만 잘 닦으면 괜찮겠다고 한다. 그래서 바로 치료를 하고 불소도포까지 하고 나왔다. 똘망이의 오늘 치료비는 10만원.

 

2008년 12월 이 똘망. 12세. 태권도 연습하다가 다쳐서 현재 정형외과 치료 받고 있다. 불의의 사고로 똘망이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물리치료와 체외충격파치료로 비보험이 많은 부분을 차지해서 치료비는 100만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보험을 들어놓았지만 모두 배상 받기는 힘들 수도 있겠다. 13일 치과치료비 십 만원. 썩기 전에 예방할 목적으로 갔는데 이미 썩어서 1단계치료를 했다. 안과에도 가야 하는데, 도대체 이 겨울에 똘망이에게 들어가는 치료비가 얼마나 될지. 똘망이는 이미 정기검진, 예방처치가 아닌 상황발생으로 치료단계라서 비용이 많아진 것이다.

 

다른 쪽 분야는 잘 몰라서 그렇다 해도, 치아는 너무 아쉽다. 그래도 오늘 하루로 치료가 끝나고 비용은 십만 원으로 막았으니 그 나마 위로삼아야 할까? 충치를 일으키는 원인균인 뮤탄스는 힘이 엄청 강하다. 치과는 평생 충치 없이 스스로 관리하기가 힘들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으니 정기검진 기간은 다 똑같을 수는 없겠지만, 6개월이나 일 년에 한 번은 반드시 치과에 가서 검진을 하는 것이 좋다. 거주하는 곳 가까운 거리에 편안하고 신뢰할 만한 치과가 있다는 것도 행복한 일이다.

 

이 엄마는 이렇게 열심히 아이를 충치로부터 보호하고 과자, 사탕, 패스트푸드 음식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사탕으로 사랑을 베푸는 어른들. 우리 똘망이의 충치치료비까지도 부담해 줄 것인가? 평생 써야하는 치아. 썩기 전에 예방이 정말 중요하다. 건치아동에서 충치아동으로 변신한 똘망이는 올 해 경험을 잘 간직했으면 한다. 오늘 충치가 없어도, 관리 잘 안 해주면 뮤탄스는 바로 공격을 시작해서 ‘산’이라는 이름으로 치아에 구멍을 뚫어 놓을 테니 말이다.

 

설탕의 달콤한 맛보다, 과일의 달콤한 맛, 시금치의 달콤한 맛, 음식에서 느껴지는 달콤한 맛이 얼마나 훌륭한지, 좋아하는 꼬막과 톳 무침, 파래무침, 낙지, 오징어, 문어들을 씹으려면 치아가 얼마나 건강해야 하는지, 좋아하는 현미밥, 삼겹살, 샤브샤브의 고기를 먹으려면 얼마나 잘 씹어야 하는지, 머리 길이로 폼생폼사하기 보다는 오른쪽 왼쪽 잘 씹어서 균형 있게 발달한 얼굴과 치열이 폼생폼사 할 수 있는 기본이 된다는 것을 똘망이는 잘 알아야 한다.

 

치과 수익 면에서는 많이 썩어 고비용 치료를 하는 환자가 많아야 하지만, 이렇게 큰 비용이 아니더라도 무리한 치료계획을 세우지 않고, 환자에게 맞는 진단을 내려 치아건강을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가 없어 임플란트나 틀니를 해야 하는 사람. 교정치료나 미백치료를 하는 사람 등. 치과에서는 이제 불가능한 치료가 없을 정도다.

 

그런 환자들 속에서, 진료의자에서 오래 머무르지 않고 짧은 시간을 차지하며 꾸준하게 내원하는 건강한 환자를 대하는 건강한 자세. 오늘 다녀 온 그 치과에 앞으로도 계속 그런 치과가 되길 바라는 기대를 해 본다. 그래서 우린 벌써 내 년 3월에 불소도포를 하러, 흔들리고 있는 똘망이의 마지막 남은 유치를 관찰하러 그 치과에 갈 계획을 세워 놓았다. 그 때는 아이만 갈 것이다. 다시 갈 날이 절로 기다려지는 치과가 있다는 것도 행복한 일이다.

2008.12.13 19:35 ⓒ 2008 OhmyNews
#치과치료 #어금니 #불소도포 #건치 #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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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위생사 . 구강건강교육 하는 치과위생사. 이웃들 이야기와 아이들 학교 교육, 책, 영화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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