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밥통 되겠다, 단 국민 밥을 지키는"

[인터뷰] 정헌재 전국민주공무원노조 위원장

등록 2008.11.20 12:42수정 2008.11.20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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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은 오는 22일 오후 여의도 공원에서 '100만 공무원·교원·공공부문 노동자 총궐기 대회'를 열 예정이다.

 

이들은 ▲행정·교육·물·전기·가스 등 공공부문의 사유화 저지와 ▲공공행정 구조조정 저지 ▲노동탄압분쇄 ▲해직자 원상회복 ▲공무원연금 개악저지 등을 내걸고 총력투쟁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이들의 행동은 전부터 예고됐다. 이명박정부 들어서 정부부처를 통폐합하면서 올해 중앙부처에서 3427명, 지방자치단체에서 1만명의 공무원이 감축됐고 지난 6월부터 정부와 협의해 온 공무원연금 개혁방안도 파행으로 끝났다.

 

한미 쇠고기협상, 제주도 영리병원 설립, 대운하 건설 등 각종 국정시책에 양심선언·행정거부선언·시국선언 등 비판을 쏟아내고, 광역지자체단체장 업무추진비 내역·기초의회 의원 입법 활동 등을 모니터링해 공개하는 공무원에 대한 '옥죄기'도 본격화되고 있다.

 

공무원 산별 전국단일노조 중 최대 규모인 전국민주공무원노조(이하 민공노)는 지난 10월 24일부터 인터넷·신문·라디오 등을 통해 대국민 홍보캠페인을 진행했다.

 

그러나 전국민주공무원노조 특별페이지(www.001004.net) 게시판에 올라온 의견은 반반이다. 이들을 격려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지만 여전히 공무원을 '무능력하고, 밥그릇만 챙기려는 집단'으로 비판하는 이도 적지 않다.

 

18일 오전 서울 성동구 마장동 사무실에서 만난 정헌재 민공노 위원장은 이에 대해 "공무원노조가 이익단체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국민의 삶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정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국민을 위한 활동이야말로 공무원노조의 '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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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헌재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 유성호

정헌재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 유성호

- 광고 페이지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다양했다. "공무원도 이런 분들이 있구나 싶었다"고 격려하는 이들도 있는가 하면, 여전히 자기 밥그릇만 챙긴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역대 정권이 다 그랬지만, 정권이 정당성이나 힘이 약할 땐 항상 공무원들을 먼저 걸고 넘어졌다. 100만이 넘는 공무원 중 고압적이거나 부정을 저지르는 공무원은 소수인데 전체 모습으로 비춰져왔다. 진짜 공무원들은 국민의 편이다. 이번 홍보 캠페인은 공무원의 참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첫 시도였다.

 

종부세든 쌀 직불금 문제든, 공무원이 사실 일반 국민들보단 제도의 문제점이나 개선할 부분이 무엇인지 잘 안다. 이를 국민들에게 알려나가고 해결방법을 제시하는 것이야말로 공무원노조가 할 일인데 부족했다. 내년부터 그런 사업에 더 집중하려고 한다."

 

- 한미쇠고기협상 관련 양심선언, 제주도 영리병원 설립 반대 선언, 광역지자체단체장 업무추진비 공개 등 올해 여러 방면에서 정부 비판활동을 했는데 그를 말하는 것인지.

"맞다. 지금까지 우리가 해온 일들은 공무원노조의 숙명과도 같다. 공무원노조가 국민 모두의 밥을 지키는 '철밥통'이 되어야 한다. 그를 보고 국민들이 '속이 시원하다' '공무원노조가 잘하고 있구나' 하셔야 된다. 흔히 공무원노조를 '자기 철밥통을 지키기 위해 만든 것'이라 생각하시는데 정말 공무원노조가 왜 필요한지 보여드려야 한다."

 

- 최근 행정안전부에서 공문을 보내 '유급 노조전임자 전원 중징계' '비조합원의 노조후원금 원천공제 금지' 등을 지시하기도 했다.

"사실 공무원노동조합법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 많은 이들이 제정 당시부터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만들어져 불필요한 사회갈등을 초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 때문에 당시 전국공무원노조가 총파업을 한 것이고….

 

예를 들면 '공무원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공무원의 제한'에 대해서는 법원만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행안부가 지금 월권행위를 하고 있다. 사실 공무원노조법 자체가 노조활동을 못하게 하려는 법이라 생각한다. 이를 국민만이 아니라 공무원 사회에도 알려내야 한다."

 

"공무원연금으로 이간질 시켜 국민연금까지 하향평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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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헌재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 유성호

정헌재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 유성호

- 정부가 경기불황을 이유로 인력감축·임금동결 등 공무원들의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

"경기가 어렵고 국민이 힘들다면 고통분담에 나설 각오가 돼있다. 그런데 무조건적으로 '공무원이니까 앞장서라' 일방적으로 강요하면 애초 가졌던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접근방식이 달라야 한다. 경제위기를 초래한 이유를 밝히고 잘잘못부터 가려야 하지 않나. 원인을 분석한 뒤 처방을 내놓는 게 정석이다. 그런데 정부는 다 덮어두고, '국민이 힘들다, 그러니 공복인 공무원이 고통 분담에 앞장서야한다'고 주장한다. 잘못은 위에서 해놓고 죄 없는 이에게 덮어씌우는 꼴이다.

 

공무원이 임금 덜 받고 '금모으기 운동' 같은 데 앞장서는 것이 정말 국민을 위한 길일까? 정말 공무원이 할 일은 대통령이나 고위급 인사들을 설득해 문제를 개선하도록 하는 것이다."

 

- 하지만 국민들은 공무원연금 개악저지 등이 대표적인 밥그릇 챙기기라 생각한다.

"국민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국민연금에 비해 공무원연금 지급액이 높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공무원연금은 공무원들의 유일한 복지수단이다.

 

일반 국민들은 국민연금 외에 근로기준법에 맞춰 기업이 산재보험·부조 등을 제공하고 있지만 공무원은 그 모든 것들이 공무원연금에 들어있다. 퇴직금 역시 민간의 40% 정도에 불과한데 차액이 공무원연금에 들어있다. 또 20년을 재직해야 공무원연금을 지급하지만 국민연금은 10년만 가입하면 지급한다. 공무원연금은 최대 33년분만 지급하지만 국민연금은 최대 40년치를 지급한다. 지급요건도 공무원에게 유리하지 않다.

 

차라리 민간 기준과 동일하게 퇴직금·산재보험, 부조 등을 보장한다면 공무원연금 없어져도 된다는 공무원도 있다. 6급 이하 하위직 공무원들은 모두 동의할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이런 식으로 국민과 공무원을 이간질시키면서 사회공적 보장제도인 연금제도 자체를 하향평준화 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을 개악시켜 지급액을 낮추고 그 뒤 여론을 조장해 공무원연금을 낮추는 식이다. 어느 연금이 높고 낮고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국민이 노후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연금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지금처럼 공적영역인 연금제도를 사적영역으로 넘기는 것은 서민이 아닌 대기업을 위한 정책이다."

 

"공공부문 사유화는 국민 모두의 문제"

 

- 22일 총궐기대회 때 공공부문 사유화 저지도 투쟁방침에 들어있다.

"공공부문 사유화는 공무원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국민 모두의 문제다. 지금 정부는 공기업을 마치 '물먹는 하마'처럼 매도하고 있다. '공기업은 비효율적이고 그 속에 속해 있는 직원들의 배만 불리는 업체다' '공기업을 민간이 운영하면 더 발전할 것이다'고 호도하고 있다. 그러나 분명히 공기업 분야 중 사기업으로 넘어가선 안될 분야가 있다. 국가가 국민을 책임지기 위해 분명히 있어야 할 부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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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헌재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 유성호

정헌재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 유성호

예를 들어 상수도사업의 경우, 물을 사유화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선진화'라는 미명 하에 차츰 사유화 단계로 진행한다. 책임운영기관제·민간위탁 도입 등이 그 예다. '소유는 국가가 하고 운영은 민간이 하기 때문에 민영화가 아니다'고 하는데, 말도 안되는 소리다. 민간이 운영하게 되면 이윤을 창출해야 한다. 국민들에게 과도한 비용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한편으론 이런 의심도 든다. 지금 정부가 감세정책을 펴고 있지 않나. 세수가 줄어들면 지출을 줄이든가 새로운 세원을 발굴해야 하는데 그러다보니 공공분야를 팔아 보충하려고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사실 상수도와 같은 부문을 살 수 있는 기업이 국내에 얼마나 되나? 대기업 몇 곳 외에는 외국 자본 밖에 없다. 운영권과 소유권 분리와 같은 이야기는 국민들을 속이는 것이다. 가랑비에 옷 젖듯 공공부문 사유화가 진행된다."

 

- 공무원노조는 100여 개로 나눠져 있다. 특히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는 지난 2007년 분리되는 일까지 있었다. 통합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나.  

"지금 모든 공무원노조가 다 단결하더라도 이명박 정권과 싸워 이길 수 있겠나. 지난해 공무원노총·법원공무원노조 등과 함께 구성했던 '공무원노조통합추진위원회'를 올 초 '통합공무원노동조합 설립준비위원회'로 변경하고 단일노조 설립을 목표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한 집에 살았던 전공노와의 통합은 기존에 있었던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원탁회의를 제안한 상태다.

 

또 오는 22일 치르는 공무원·교원·공공부문 총궐기대회가 공무원노조 통합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리라 생각한다. 올 초부터 사업계획을 세우면서 공동행동·공동투쟁을 통한 공감대를 확대하도록 모든 공무원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사실 통합에 대한 열망은 민공노 조합원이 더 갖고 있다. 그러나 쉽게 '통합하시라'고 말하고 '통합하겠다'고 공언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이에게 '공부 잘해라' 말하고 아이가 '잘할 거예요'라고 답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무엇이 통합에 걸림돌이 되는지 같이 고민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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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20 12:42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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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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