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규제완화] "지방은 죽었다" vs. "더 과감하게 풀어야"

[지역언론 별곡 252] 언론에 투영된 '수도권 규제완화'의 두 스펙트럼

등록 2008.11.04 18:11수정 2008.11.04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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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기업유치 치명타..." <전남일보> 10월 31일자 3면. ⓒ 잔남일보


'지방은 죽었다.'

'정부는 끝내 지방을 포기하는가.'
'수도권 규제 완화, 지방은 어쩌라고.'
'경제위기 빌미로 비수도권 포기하다니.'

제목만 봐도 무엇을 말하려는지 짐작이 간다. 지역신문들이 약속이나 한듯 일제히 쏟아낸 사설 제목들이다. 10월의 마지막 날부터 '지방 잔혹사'는 시작됐다. 그토록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닥친 때문일까. 이 정부가 기어코 수도권 규제의 빗장을 풀어준데 대한 충격과 분노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30일 내놓은 '국토이용의 효율화 방안'의 뼈대가 주범이다.

정부가 이날 내놓은 방안은 대기업도 수도권에서 공장을 새로 짓거나 늘릴 수 있도록 규제를 크게 풀어주는 것을 골자로 한 것이다. 그러나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수도권의 주요기업 119개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가 나온 지 불과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어서 연쇄적 공분은 전혀 누그러들지 않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선 지방 발전, 후 수도권 규제 합리화'를 약속한 지 4개월 만에 뒤집었다. 이 때문에 여진은 전 지역으로 계속 확산되는 양상이다. 비수도권 지자체들은 마치 벌집 쑤셔 놓은 형국이다. "경제위기를 틈타 슬그머니 대국민 약속을 깨고 수도권에 손을 들어준 정부에 실망을 금치 않을 수 없다"며 들끓고 있다. 잇따른 성명과 논평에서 묻어난다.

부랴부랴 이명박 대통령은 3일 "내년 상반기 중 수도권 개발이익을 활용한 지방지원 방안을 마련해서 2010년부터 지원할 예정"이라며 "이달 중 지방발전 종합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지만 뿔난 민심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인 듯하다. 큼지막한 활자와 사진에서 묻어난다. 실망과 분노를 주관적 관점에서 표출한 피처(feature)기사들이 자주 눈에 띈다. 비판의 날이 갈수록 예리해져만 간다.

[부산·경남] "지방 뿔나게 해서 어쩌겠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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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무시 뿔났다...." <국제신문> 4일자 1면 머리기사. ⓒ 국제신문


각종 경제지표가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부산·경남지역의 반발이 드세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지방을 죽이는 처사'라며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제신문>은 정부가 '국토이용의 효율화 방안'을 발표한 30일 이후 "수도권 규제완화는 지방, 서민포기", "지금은 지방에 특혜 줘도 모자라", "균형발전 팽개치고 지방 죽이기냐" 등에서 연일 시민단체와 지역 정치권의 목소리를 실었다.

<국제신문> 김태경 기자는 분을 참지 못했던지 3일 '균형발전에 종언 고한 10·30 수도권 규제완화'란 제목의 기자칼럼에서 "수도권의 발전이 지방경제의 발전에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지방경제가 점점 수도권으로 흡입되는 '빨대효과'가 더 심화된다"며 "국토 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의 47%, 100대 기업체 중 95개, 대기업 본사의 91%, 공공기관의 85%가 몰려 있다"고 재삼 강조했다.

이 신문은 4일에도 '지방무시 "뿔났다" 비수도권 "뭉쳤다"'란 제목의 1면 머리기사에서 "정부의 '지방 무시' 정책에 분노한 부산지역 및 비수도권 시민·사회단체들이 강도 높은 연대투쟁에 나섰다"며 "특히 부산의 NGO(비정부 조직)들은 대규모 연대기구를 결성해 수도권 규제 완화 방침이 철회될 때까지 대정부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고 전했다.

<경남도민일보>는 3일 '지방은 죽었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지방은 기 한번 펴보지 못한 채 바로 혼수상태로 빠질 것"이라며 비관론을 펼치곤 한나라당에 화살을 돌렸다.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조만간 지방활성화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래 봐야 눈감고 아웅하는 것이며 지방균형발전은 이미 틀이 깨져버렸다"고 실망과 허탈감을 나타냈다.

수도권 규제가 해제되면 백약이 소용없다는 것이다. <경남신문>도 31일 사설 '수도권 규제 완화, 지방은 어쩌라고'에서 "수도권 규제완화는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것이 정부 입장이지만 지방과 수도권의 격차를 더 심화시킬 게 뻔하다"고 전제하면서 "당장 어느 기업이 인프라가 열악한 지방으로 옮겨 오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사설은 또 "정부 논리대로라면 수도권 물탱크부터 가득 채운 후 지방은 흘러나오는 물이나 받아먹으라는 것 아닌가"라며 "지방을 뿔나게 해서 어쩌겠다는 것인가"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대구·경북] "왜 정부는 약속 지키지 않고 약자 편에 안 서나"

대구·경북지역도 충격은 역시 컸다. <매일신문>은 31일 사설 '경제위기 틈타 선 지방, 후 수도권 뒤엎은 정부'에서 "정부의 '국토 이용 효율화 방안'은 수사로 포장된 '지방 죽이기 정책'이나 다를 바 없다"며 "지방경제 활성화 없이 경제 선진화는 없다던 정부가 스스로 정책 신조를 휴지조각으로 만든 셈"이라고 꼬집었다. "지방이 균형발전을 외치는 핵심은 기업유치에 있다"는 이 사설은 "'선 지방, 후 수도권' 약속을 식언해 버린 정부"라고 비토 했다.

<영남일보>는 1일 사설에서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서울언론을 비판했다. '수도권은 규제완화 아닌 구조조정 대상'이란 사설은 "김문수 경기도지사 같은 이는 한술 더 떠 이번 규제완화가 미흡하다며, 완화를 요구하고 있고 일부 중앙언론 역시 수도권 규제를 더욱 과감히 풀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인다"며 힐난했다.

사설은 '선(先) 균형발전, 후(後) 규제완화'에 초점을 맞췄다. "수도권은 규제완화의 대상이 아니라, 국토개선을 위한 '구조조정'의 대상이 돼야 마땅하다"며 "대구경북연구원의 조사결과 이번 수도권 규제 완화로 인한 대구경북의 손실은 2011년 기준, 일자리 2만4천개와 부가가치 13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고 피해규모까지 전망했다.

이어 3일에도 <영남>은 '왜 이 정부는 약자편에 서지 않는가'란 사설에서 "출범 8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현 정부가 추진해온 정책들을 되새겨 보면 지방보다는 수도권에, 중소기업보다는 재벌기업에, 서민보다는 부자들 쪽에 무게가 실렸음을 알 수 있다"며 "굳이 비유하자면 수도권에는 현찰을 주고, 지방에는 10년짜리 어음을 주는 형국"이라고 표현했다.

[광주·전남] "광주·전남 기업 씨 말릴 셈인가"

수도권의 자동차 부품 등 몇몇 기업들로부터 이전을 약속받은 광주·전남지역의 충격도 만만치 않다. <전남일보>는 31일 사설 '광주·전남 기업 씨를 말릴 셈인가'에서 "역대 정부가 집중을 막고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한 것은 이런 고질병을 치유하면서 국토의 균형 발전과 효율화를 기하기 위한 것임에도 이명박 정부가 갑자기 정책을 바꿔 수도권 규제를 완화한다면 인구와 경제력을 더 집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런 뒤 사설은 "올해 광주는 자동차 부품 및 광 관련 기업 90여 개, 전남은 6개의 수도권 기업으로부터 이전을 약속 받았다"며 "그러나 수도권 규제가 풀린다면 이들 기업이 지방에 내려올 리 만무하다, 그동안 지방으로 내려왔던 많은 기업들이 오히려 수도권으로 유턴하는 현상도 생길 것"이라고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무등일보>도 이날 사설 '연구로도 입증된 지방경제 붕괴 우려'에서 "수도권 규제 완화로 인한 광주·전남의 피해는 막대한 것으로 분석됐다"며 "3년 뒤 광주·전남의 25개 첨단업종 종사자 수는 3800여명이 줄어들고 생산액과 부가가치는 각각 2조7800억원, 1조600억원이 감소할 전망"이라는 연구결과를 강조했다.

"균형발전 전문가 집단의 연구 결과 역시 수도권 규제 완화의 문제점을 입증하고 있다"는 이 사설은 "그런데도 수도권 규제 완화를 강행하는 정부는 누구를 위한 누구의 정부인가"라며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강하게 드러냈다.

[전북] "전북, 2011년까지 2조2451억원 피해가 발생할 것"

<전북도민일보>는 31일 사설 '수도권 규제완화 절대 허용해선 안돼'에서 "정부의 이번 조치는 정책의 일관성 결여뿐 아니라 혁신도시의 성공적 실현에 찬물을 껴안는 일이라 보지 않을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역균형발전협의체가 정책연구 과제로 학계에 의뢰한 '공장입지규제에 따른 비수도권 파급영향 분석' 결과를 인용한 이 사설은 "전북의 경우 해당업종의 비율이 높지 않아 오는 2011년까지 생산액과 부가가치 측면에서 2조2451억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며 "그렇지 않아도 새만금사업의 부진과 더불어 전북의 산업기반이 매우 열악한 가운데 무엇인가 지역발전의 견인차로 수도권의 공장을 전북에 유치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는데 정부의 정책적 반전으로 하여금 이런 문제가 벽에 부딪치게 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개탄했다.

이날 <전북일보>도 사설 '지방 죽이는 수도권 규제완화 대책'에서 "첨단업종의 공장을 수도권에 지을 수 있게 돼 지방업체들은 고사위기에 놓이게 됐다"며 "전북은 자동차 부품 산업을 전략산업으로 키워 나가고 있는데 엄청난 차질이 예상되며 그간 어렵게 공장을 유치한 결과가 수포로 돌아갈 형편"이라고 우려했다.

이 신문은 4일 사설 '수도권 규제완화 대응전략 마련을'에서도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규제완화 조치는, 지방으로서 충격이 아닐 수 없다"며 "지난 정부 5년 동안 화두로 삼았던 국가균형발전 전략으로 이제 겨우, 회생 기미를 보이던 지방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충청] "티끌만큼이라도 지방 생각한다면 이럴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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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도권 대폭발' 4일 <충청투데이> 인터넷신문 메인화면 캡쳐. ⓒ 충청투데이


행정중심 복합도시와 과학비즈니스 벨트 등 굵직한 국책사업을 놓고 걱정을 많이 해 온 충청지역의 분노와 우려는 더욱 컸다.

31일 사설 '금융위기 물탄 수도권 규제완화 용납 안 돼'에서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어제 발표한 '국토이용의 효율화 방안'은 '지역균형발전 포기 선언'에 다름이 아니"라고 한 <대전일보>는 "수도권 규제는 수도권과 지방의 상생발전을 위해 20년 넘게 추진돼온 국가 핵심정책"이라며 "이번 조치는 지난 7월 정부가 '선(先) 지역발전, 후(後) 수도권 규제완화'라는 약속을 4개월 만에 뒤집는 것이어서 지방으로서는 묵과할 수 없는 중대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4일 '이 정부, 지방을 티끌만큼이라도 생각한다면'이란 제목의 사설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청와대에서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수도권 규제 완화로 인한 개발이익을 지방으로 이전, 지방발전 재원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지방 달래기용 '립 서비스'라 아니할 수 없다"고 톤을 높였다.

<충청투데이>는 3일 사설 '수도권 규제완화에 뿔난 지방의 절규'에서 "비수도권 각 지역마다 '선 지방발전, 후 수도권 규제완화' 기조로 회귀할 때까지 전방위적인 대정부 투쟁을 벌일 태세다"라며 "경제위기 타개책을 빌미로 삼아 '지방 죽이기'에 나섰으니 당연한 귀결"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4일에는 '비수도권 참아왔던 불만 대폭발'이라는 1면 머리기사에서 다시 기름을 부었다. "정부가 경제위기의 타개책으로 내놓은 '국토이용의 효율화 방안'이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으로 점철되면서 비수도권의 총궐기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며 "기름 값에 걷잡을 수 없는 환율 걱정,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에 애태우고 있는 지방민은 이젠 아예 지방경제의 기반붕괴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이면서 참아왔던 정부에 대한 불신을 속속 표출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중도일보>는 31일 사설 '정부는 끝내 지방을 포기하는가'에서 "애당초 정부의 균형발전 의지를 못 미더워하면서도 대통령의 언약에 기대를 걸었던 지방민들로서는 뒤통수를 맞은 셈"이라며 충격과 분노를 애써 감추려 했다. 그러면서 사설은 "이명박 대통령과 최상철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이 '선(先) 지방발전-후(後) 수도권 규제완화'를 언급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며 "지난 23일 총리실 국정감사에서도 그랬고, 충북도 업무보고에서도 대통령은 '수도권 규제를 무조건 풀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는 내용을 강조했다.

[강원] "정부, 국토를 계속 편향되게 디자인할 건가?"

<강원도민일보>는 3일 사설 '새 국면 맞은 비수도권의 저항활동'에서 "이번 정책으로 국토 균형 발전은 물 건너갔으며, 지방 공동화가 심화될 개연성이 더욱 높아졌다"며 볼륨을 한 단계 더 높였다. "비수도권 지역의 반발을 달래기 위해 수도권 규제 완화로 창출되는 경제적 성과를 비수도권 지역의 투자 지원에 적극 활용 하겠다는 식의 정부 주장은 지난 두 세대 동안 시험하여 이미 실패한 정책"이라고 지적하면서 "새 국면을 맞은 지금 결코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다"고 했다.

"물리적 논리적 모든 강온 전략을 총동원하여 그야말로 생존의 몸부림을 쳐야 할 때"라고 사설은 격앙된 표현을 사용했다. <강원일보>는 1일 사설 '정부, 국토를 편향되게 디자인할 건가'에서 "경제위기의 실제 피해는 수도권보다는 비수도권이 더 심각하다"며 "수도권 규제 완화가 경제를 살리는 위기극복의 대안이라면 비수도권을 위한 대책도 마땅히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원일보>는 3일 사설 '정부, 지역의 규제개혁은 왜 미루나'에서 재차 요구하며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 사설은 말미에서 "수도권 규제는 시대와 상황에 맞게 조정하면서 지역은 그대로 두면, 이는 지역에 대한 또 다른 역차별"이라고 표현했다.

[제주] "제주 첨단과학기술단지 기업유치는 어떡하나?"

제주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당장 몰아닥칠 지역경제 위기를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제주일보>는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방안이 발표되던 다음날인 31일 '수도권 규제완화, 제주 기업유치 '빨간불''이란 제목의 기사를 비중 있게 다뤘다.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조치로 제주특별자치도의 기업유치에 악영향이 우려되고 있다"는 기사는 "수도권 규제완화는 제주국제자유도시의 핵심프로젝트인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내 기업 유치에도 '적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는 현재 9개 업체가 입주계약을 맺고 산업용지의 40% 정도가 분양돼 있는데 향후 입주업체 모집에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민일보>는 이날 사설 '추락하는 제주경제, 어찌할건가'에서 통계청 자료를 인용하면서 "제주와 전국의 소득차가 10년동안 더욱 커진 것은 제주경제의 심각한 불명예가 아닐 수 없다"며 "강산이 변한다는 10년 세월 속에 지역내 소득이 거꾸로 내리막 타는 현실은 도민사회에 실망과 충격을 안겨주고도 남을 일"이라고 탄식했다.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방침을 의식한 듯 사설은 “10년 후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마당에 추락한 10년 소득을 보는 것은 속상하다”며 “지역적 한계 타령만 할 게 아니라 미래발전전략을 비롯, 현실적 대안마련을 위한 보다 구체적인 행정에 뛰어들 것”을 당부했다.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방안과 '서울 공화국' 체제를 겨냥한 지역신문들의 쓴 소리 릴레이는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지역이 들끓고 있는데도 위로는커녕 수도권 규제완화를 더 확대해야 한다는 논리를 들고 나선 서울의 몇몇 부자신문들은 눈총을 살만하다. 그야말로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꼴이다. 그 중 <중앙일보>와 <문화일보>의 사설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중앙> <문화> "수도권 규제 더 과감하게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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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규제 더 과감하게 풀어야" <중앙일보> 10월 31일자 사설. ⓒ 중앙일보


<중앙>의 31일 '수도권 규제 더 과감하게 풀어야'라는 사설은 제목만 봐도 무얼 말하려는지 읽혀진다. 한 마디로 정부의 이번 수도권 규제완화 방침엔 양이 차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저히 말이 안 될 정도로 불합리한 부분만 손보는 데 그쳤다"는 사설은 "덩어리 규제의 몸통인 수도권정비법은 전혀 건드리지 않고 대통령령이나 시행규칙만을 고쳐 행정적으로 편의를 봐줄 수 있는 범위 내로 대책을 국한한 것"이라고 오히려 서운해 했다.

<문화일보>도 이날 사설 '수도권 규제, 더 진취적으로 혁파해야'에서 "충청권 등 지방자치단체 대부분의 반발은 예상대로 극심하다"며 "수도권과 지방의 발전이 '제로섬 관계'가 아니며, 수도권 - 지방의 이분법적 대립구도로 접근하는 것은 '공멸(共滅)의 우(愚)'이기 십상이라고 지적해온 우리는 그 같은 일련의 반발이 막연한 피해의식의 소산이어서 더더욱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 사설은 또 "시대착오성이 드러난 환경 관련 규제 리스트는 일대 재정비가 절실하다"며 "비근한 예로 수도권 규제의 상징이다시피 한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계획부터 면적·수질오염 규제에 막혀 미해결로 남아 있다. 정부가 보다 진취적인 의지로 규제혁파를 가속화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도 모자라 3일 '경제전문가 100명 설문'이란 기획기사에서 "10명중 9명 '수도권 규제 과감히 혁신'"이란 제목과 함께 더욱 과감한 규제 완화를 주문했다.

민언련, "MBC·SBS, 수도권 규제완화 '긍정적 전망'에 초점" 비난

30일 정부의 '국토이용의 효율화 방안'과 관련, 방송사들의 보도태도 또한 정부정책에 힘을 싣거나 긍정적 전망에 치중해 보도함으로써 비난을 샀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이날 방송 3사 저녁종합뉴스 일일 브리핑, 'MBC·SBS, 수도권·전경련 시각에 무게'에서 "30일 방송3사는 각각 2건씩의 관련 보도를 했는데, 첫 번째 보도에서는 정부 발표를 다루고 두 번째 보도에서는 정부 발표에 대한 반응과 평가를 전했다"며 "MBC와 SBS는 수도권 규제로 공장증설을 못했던 삼성테크윈 사례를 들어 정부정책에 힘을 실었다"고 비판했다.

"또 SBS는 두 번째 보도의 제목을 <투자 4조원 증가>라고 달아 <지방강력 반발>(MBC), <'지역경제타격' 반발>(KBS) 보다 적극적으로 '수도권'과 '기업(전경련)'의 시각을 반영했다"는 민언련은 지역의 많은 비판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방송이 정부 방침의 필요성과 수도권 규제 완화에 따른 기대 효과에 포커스를 맞춘 이날 지상파 방송들의 뉴스보도 태도에 유감을 표했다.

민언련은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 시도가 노골화되면서 지상파 방송 보도의 공정성 후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며 "일각에서는 군사독재정권 시절의 이른바 '땡전뉴스'가 부활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언론에 투영된 스펙트럼은 크게 두 가지. 즉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언론의 역할과 기능을 새삼 되뇌게 하는 순간이다. 오죽하면 '서울공화국'이란 표현을 하겠는가. 우리 사회의 수도권 집중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언론은 그럴수록 '지역은 싹수가 없다'는 체념과 비관론을 앞세워 열악한 상황을 더욱 무력화하는데 앞장서고 있지는 않은지 통렬히 반성해야 할 때다.

강준만 교수, "지방은 이제 '내 탓'을 더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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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 식민지다' 강준만 전북대 신방과 교수가 최근 펴낸 <지방은 식민지다>(개마고원). ⓒ 개마고원

그렇다면 한국사회의 뿌리 깊은 '중앙병'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참으로 무거운 화두다. 강준만 전북대 신방과 교수는 '잘못된 권력제도'와 더불어 '사람들의 인식'을 꼽는다. 그가 최근 펴낸 <지방은 식민지다>(개마고원 펴냄)는 이런 관점에서 냉철하게 물음을 던지고 답을 구하고자 했다.

과도한 수도권 쏠림 현상을 강 교수는 이 책에서 1970년대 종속이론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내부 식민지' 개념으로 바라보았다. 서울과 지방이 단순한 정치·경제적 불균형 관계를 넘어 사회·문화적 지배와 종속 관계로까지 확대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심각한 '지역모순'은 중앙과 지방 모두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 그는 "중앙에서는 지방분권이 위험하다는 시각이 팽배하고, 지방은 연고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내부개혁과 지방 인재육성에 소홀했다"며 통렬한 성찰과 반성을 주문한다.

오죽하면 '식민지'라는 표현을 사용했을까. 강 교수는 이렇게 어두운 낱말을 자신의 새 책 제목으로 썼다. <지방은 식민지다>라는 책은 논평집 또는 시론집 성격을 띠었지만 '내부식민지론-지방자치·지방문화·지방언론의 정치학'이란 부제에선 아직도 다분한 문제점과 해쳐나가야 해법들이 공존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그는 이 책에서 "지방은 이제 '서울 탓' 보다는 '내 탓'을 더 해야 한다"며 "그런 내부 교정 노력과 더불어 차분한 설득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더 이상 지방의 현실을 비장하게 토로하는 것만으로는 현실을 바꿀 수 없으며, 서울에서 재정지원을 받거나 우수한 인재를 서울로 보내려 하는 내부 식민지 근성을 청산하고, 지방 스스로가 대안을 구축하여야 한다"는 뼈있는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지역의 살 길, 그리고 갈 길을 고민하는 지역 언론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선샤인뉴스(sun4in.com)에도 올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선샤인뉴스(sun4in.com)에도 올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수도권 규제완화 #비수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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