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님이 흘린 눈물... 굳게 믿고 있다!"

청와대 앞 '1인 시위' 하는 한국진폐재해자협회

등록 2008.09.24 11:18수정 2008.09.24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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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신문고를 울리는 1인 시위'를 한 (사)한국진폐재해자협회 주응환 회장 ⓒ 이종찬


"우리 불쌍한 진폐환자들 제발 좀 살려 주십시오. 하늘의 불을 훔쳐 인간에게 전해준 인류에게 가장 고마운 신이 '프로메테우스'라면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진폐환자들은 어떤 존재입니까? 대한민국 국민에게 불을 선물한 우리들을 산업폐기물 취급, 연탄재 취급을 해서야 되겠습니까?"

23일(화)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2시간 동안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신문고를 울리는 1인 시위'를 마치고 나온 (사)한국진폐재해자협회 주응환(74) 회장의 절규다. 주 회장은 지난 30년 동안 태백에 있는 지하 막장에서 광부로 일하다 진폐 장애 13급을 받았다. 주 회장은 그동안 3만여 진폐환자들과 어깨를 걸고 "우리는 산업폐기물이 아니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삭발 및 단식투쟁, 대규모궐기대회를 여러 차례 벌였다.  

이 과정에서 성희직(51) 한국진폐재해자협회 후원회장은 폭력행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었다가 지난 7월 1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와 함께 주응환 회장도 벌금 100만원을 선고 받았다.

23일 낮 12시 30분 청와대 앞길에서 만난 성희직 후원회장은 "이번 1인 시위는 인생막장에서 또다시 세상의 벼랑 끝으로 내몰린 진폐환자들의 아픔과 처절한 삶에 희망을 안길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라며 "비록 1인 시위이긴 하지만 3만 진폐환자들의 피눈물을 세상에 알리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왜 청와대 앞에서 '신문고'를 울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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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직 한국진폐재해자협회 후원회장 ⓒ 이종찬


주 회장과 성 후원회장이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노동부 '진폐제도개선협의회'는 요즈음 '진폐의 예방과 진폐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개정작업을 하고 있다. 이 협의회는 그동안 13차례 회의를 거쳐 진폐제도개선(안)을 내놓았다. 이 개선(안)에 따르면 진폐환자들에게 월 40만원이 지급될 예정이다.

그러나 한국진폐재해자협회(이하 한진협)는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2007년에 정한 '2인 가족 최저 생계비' 월 73만원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주 회장에 따르면 "최저생계비 산정은 통상 '건강한 가정 기준'이지만 진폐환자 가정은 병원비 지출 등 생활비가 더 많이 들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는 "그럼에도 2009년도 최저생계비가 아닌 2007년도 최저생계비조차 반 토막을 지급하겠다는 것은 진폐환자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주 회장과 한진협이 이번 1인시위에서 요구하는 사항은 ▲월 73만원 이상 연금 지급 ▲공정하고 합리적인 진폐 판정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재가 진폐환자들도 요양환자처럼 치료와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 ▲기존 병원요양환자들의 기득권 반드시 보장 ▲대통령 면담 등이다.

피눈물을 외면한 채 예산절감을 위한 법개정 추진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 진폐환자들에게 빚이 있다. 후보시절인 2007년 5월 태백 진폐전문병원을 찾아 진폐환자들을 위문하면서 '진폐환자들을 돕겠다'며 눈물까지 흘렸다. 그 모습은 동행한 기자에 의해 사진으로 찍혀져 여러 언론에 보도되었다. 우리는 그 눈물의 진정성을 믿고 지난 대선 때 이명박 후보를 적극 지지했다."

성 후원회장은 "그때의 눈물이 단지 표를 얻기 위해 보인 '악어의 눈물'이 아니라 '인간사랑의 눈물'이었다면 그 진정성을 이번 '진폐법개정'을 통해 분명하게 입증해 보여야 한다"고 못 박는다. 그는 "노동부가 대한민국 사회의 대표적 소외계층이자 직업병환자인 우리의 피눈물과 아픔을 외면한 채 오직 예산절감을 위한 법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금 울분에 찬 우리 진폐환자들의 민심을 이명박 대통령께 직접 전달하기 위해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며 신문고를 울리고 있다"며 "이번에 이명박 대통령님 면담을 요청하는 진폐환자 1500명의 탄원서 서명부도 청와대에 전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주응환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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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응환 회장 조선시대에도 억울한 일을 당한 백성이 신문고를 울리면 임금이 직접 소원을 들어 주었다고 했다 ⓒ 이종찬


"이명박 대통령의 눈물에 진정성이 담겨 있다고 믿는다"

- 왜 '신문고를 울리는 1인 시위'라는 이름을 붙였는가?
"조선시대에도 억울한 일을 당한 백성이 신문고를 울리면 임금이 직접 소원을 들어주었다고 했다. 21세기 문명사회에 3만 진폐환자들의 피눈물과 간절한 소망을 대통령께서 결코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태백 진폐병원에서 눈물까지 흘리지 않았는가. 저는 그 눈물에 진정성이 담겨 있다고 지금까지도 믿고 있다."

- 언제부터 진폐문제를 거론했는가?
"2004년 '진폐브로커사건'이 터지면서 2005년도에 한국진폐재해자협회를 만들었다. 그때부터 협회는 재가진폐자 권익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이어 2007년 6월에 강원도 도의원을 지낸 성희직 씨가 후원회장을 맡게 되면서 그해 시월부터 본격적인 대정부투쟁을 하기 시작했다. 이때 성희직씨는 손가락까지 잘랐다."

- 재가 진폐환자와 진폐병원 요양환자의 차이는?
"2007년도에 진폐로 인해 유족보상금을 받은 사람은 420~430여 명이며, 금액은 884억원(위로금 포함)쯤 된다. 이들 대부분은 진폐병원 요양환자이며 사망원인이 진폐증으로 인정받은 재가환자는 65명 정도에 불과하다. 요양환자들은 약 90%가 유족보상금을 받지만 재가 진폐환자는 연 평균 사망자 600~700명 중 약 10%만 유족 보상금을 받고 있다."

- 재가 진폐환자는 왜 진폐병원 요양환자가 되지 못하는가?
"정선군에 사는 박아무개씨는 2005년 진폐장해 5급 판정을 받았는데 다음해 '정밀검진' 결과 9급으로 하향판정을 받았다. 이에 재심을 요청, 다시 5급으로 재조정통보를 받았다. 그리고 그 다음 해 정밀검진결과 다시 9급 판정이 떨어져 또다시 재심 요청한 결과 5급으로 재조정되었는데 올해 또 다시 9급 판정을 받았다며 협회를 찾아와 하소연하고 있다.

예영기씨도 장해등급 7급을 받았는데 올해는 11급 통보를 받았다. 이러한 하향판정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대구에 사는 송유열씨는 올해 9월 대구 영남대학병원에서 '원발성 폐암'진단을 받았다. 송씨는 1999년부터 2006년까지 정밀검진 때마다 0/1 진폐 '의증판정'을 받았는데 올해는 '정상'이란 판정을 받았다.

바로 이러한 이상한 판정 때문에 우리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진폐 판정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과 '재가 진폐환자들도 요양환자처럼 치료와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반드시 해 달라는 것이다. 재가 진폐환자들은 '합병증 유무'에 따라 생사가 결정된다. 오죽했으면 많은 재가 진폐환자들이 '몸에 합병증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겠는가."

- 노동부가 개정을 추진하는 '진폐의 예방과 진폐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어떻게 개정되기를 바라는가?
"노동부는 불쌍한 진폐환자들의 피눈물을 닦아주기보다 '장사꾼 셈법'만 계속하고 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진폐제도 개선인지 묻고 싶다. 지금의 진폐제도개선(안)은 진폐환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분명 개악이다. 정부의 인간사랑과 복지라는 '휴머니즘철학'은 찾아 볼 수 없고 오직 예산절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결혼식에 멋진 양복을 입고 입장을 기다리는 신랑에게 예산이 모자란다며 한쪽 팔소매가 없는 양복을 내놓는 꼴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기형적 진폐제도개선'이란 비난을 받지 않으려면 한국진폐재해자협회와 노동계의 주장을 적극 수용한 합리적인 정부(안)을 제시해야 한다."

- 지난달 한승수 국무총리도 진폐환자를 찾아 위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때 총리는 무슨 말을 남겼는가.
"우리들은 총리에게 '진폐환자들 좀 도와달라'고 했다. 그러자 총리께서 '진폐환자들 사정을 알고 있다. 협조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 진폐환자 문제가 노동부로 몽땅 이첩되고 말았다."

- 앞으로의 계획은?
"재가 진폐환자들의 권익보호와 인간다운 삶을 위해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죽는 것은 마찬가지 아닌가. 이명박 대통령님도 진폐환자를 위로하면서 흘린 그때 그 눈물을 잊지 않았으리라 본다."
#한국진폐재해자협회 #청와대 앞 1인 시위 #신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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