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그림책으로 아이들과 이야기꽃 피워요

설, 단오, 추석 한가위, 그림책으로 만나기

등록 2008.09.12 12:00수정 2008.09.1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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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단오, 추석은 우리나라의 3대 명절로 꼽힙니다. 어릴 때 많이 놀아서 그런지 '명절'이라는 생각만 했지, 각자 어떤 의미가 있고 무엇을 하는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윷놀이는 언제 하고, 연날리기나 씨름 같은 것은 언제 하는지 정확히 모를 때가 많습니다.

이번에 추석 특집으로 온고지신 우리문화그림책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책읽는곰)가 나옴으로써 설, 단오, 추석에 대한 어린이 그림책이 모두 만들어졌습니다. 이 책들의 내용을 토대로 각각의 명절이 어떤 의미이고,  어떤 놀이를 하는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홀수가 좋아요

1월1일, 3월3일, 5월5일, 7월7일, 9월9일

우리 조상들이 좋아한 숫자입니다. 홀수는 모든 것이 활발하게 살아나는 기운, 곧 '양기'를 뜻하는 데 좋은 기운의 숫자가 두 개나 겹쳤으니 그 날을 길일로 삼은 것이지요. 1월1일부터 순서대로 설날, 삼짇날, 단오, 칠석, 중양절이라고 합니다.

설날의 '설'은 아직 익숙하지 않고 낯설다는 뜻이죠. 새로운 날이 시작된다는 뜻입니다. 누구나 처음은 익숙하지 않은 법이지요. 영어로 1월을 january라고 하잖아요. 고대 로마신화에 나오는 문(門)의 수호신을 야누스라고 하는데, 흔히 두 얼굴을 가진 이중적인 모습을 일컬을 때 쓰는 말이죠.

야누스의 묵은해의 얼굴과 새해의 얼굴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해서 1월을 상징하는 신이 되었습니다. 1월1일은 다른 말로 '정월초하루'라고도 합니다. 5월5일은 여름이 시작될 무렵에 돌아오는 태양의 축제로, 오랫동안 우리 겨레의 가장 큰 명절이었습니다. 양의 기운 그 자체인 태양의 날이니까 오죽하겠어요.


'명절놀이' 명절에 맞게 놀아보자

놀기 좋아하는 우리 민족이 최대의 명절 때 가만히 있을 수 없죠. 명절마다 독특한 놀이가 있었고, 그 놀이에는 저마다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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윷놀이는 설에 가장 많이 하는 놀이입니다. 나무 막대기 넷을 던져서 몇 개가 뒤집히고 누웠는지에 따라 도개걸윳모를 매기고 그 만큼 윷판을 움직이는 데 도에서부터 돼지, 개, 양, 소, 말을 뜻한다고 해요. 뒤로 갈수록 걷는 속도가 빨라지니 도개걸윷모가 된 것이죠. 윷놀이를 하다 보면 윷을 던지는 사람과 말을 움직이는 사람 간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합니다. 윷을 던진 사람은 말을 겹쳐서 가고 싶은데, 윷을 옮기는 사람은 위험하니 앞선 말을 빨리 움직이자며 시비를 겁니다. 이런 실랑이들이 모두 재밌습니다. ⓒ 책읽는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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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날리기는 정월 초하루부터 대보름까지 했다고 합니다. 연날리기는 다른 나라에서도 많이 하지만, 연싸움을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해요. 연싸움에서 이기려면 연줄을 튼튼하게 하는 것은 물론, 연줄에 날카로운 사금파리 같은 것을 발라서 상대방 연줄을 끊어놓는 게 관건이죠. 하지만 연싸움에서 이기려면 무엇보다 연이 훨훨 높이 잘 날아야 합니다. 연을 만들 때 균형을 잘 맞추지 못하면 바람을 제대로 탈 수 없으니 주의하세요. ⓒ 책읽는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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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옷날에는 씨름을 많이 했습니다. 씨름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다양한 기원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힘 쓰는 일이 좀 많겠어요. 전쟁도 해야 하고 논밭도 일궈야 하고. 원시시대에도 맹수(猛獸)나 기타 종족에게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 오로지 자기의 힘과 체력으로 싸워서 이겨야만 했으니 씨름은 가장 원초적이며 인간적인 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씨름에 대한 기록은 고구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며 잦은 전쟁에 시달린 조선시대에는 시험과목이 되기도 했습니다. 씨름은 개인과 개인 간의 겨루기를 떠나 마을 대항전의 성격이 강해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하였습니다. ⓒ 책읽는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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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는 역시 강강수월래죠. 강강술래의 유래에 대해서는 너무나 많은 논란이 있어서 정설이라고 할 수 있는 게 따로 없을 지경입니다. 임진왜란 때 전투를 하면서 만들어졌다는 설에서부터 남편들 고깃배 타고 바다에 가면 아낙네들이 만선을 기원하며 췄다는 설도 있고, 도둑을 잡으려고 하던 행위라는 설도 있죠. 설도 좋지만, 보름달을 보면 싱글벙글 입가에 웃음이 나잖아요. 모두가 손을 맞잡으면 보름달처럼 동그란 모양이 될 테니 동그란 달을 보며 동그란 표정으로 동그란 원을 그리는 놀이라고 생각하면 딱인 것 같습니다. ⓒ 책읽는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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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싸움은 주로 서당 다니는 학동들이 많이 했습니다. 나무로 만든 가마에 바퀴를 달아 서로 부딪쳐서 부서지는 편이 지는 놀이인데, 이긴 편 서당에서 그 해 과거 시험에 붙는 사람이 많이 나온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거의 목숨걸고 다투곤 했습니다^^ ⓒ 책읽는곰


명절의 먹거리와 풍습

우리나라 사람들은 첫째도 조상, 둘째도 조상이었습니다. 햇과일이 나오면 조상에게 가장 먼저 바치고, 추수 전에도 풍작이 나도록 음식을 제대로 차려놓고 기원을 하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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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연이네 설맞이>의 주인공)네는 가래떡을 빚었네요. 떡국은 가래떡을 짧게 썰어서 만든 음식입니다. 먼저 쌀가루를 반죽하여 찐 뒤에 떡메로 쳐서 차지게 하고 양초 가락처럼 길게 비벼 가래떡을 만들어 가래떡을 말려 꾸덕꾸덕해지면 타원 모양으로 얇게 썰어서 떡국을 끓입니다. 가래떡의 흰색은 새해 첫날의 밝음을 나타내고 둥그런 모양은 해의 모양을 나타낸 거라고 합니다. ⓒ 책읽는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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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는 온 식구가 밝은 달을 보며 송편을 빚었다고 합니다. 저는 이제까지 방 안에서만 빚었는데, 다음부터는 유리창이라도 열어놓고 빚어야겠네요. 송편 속에는 콩이나 팥, 밤, 대추 같은 소를 넣어서 맛을 내는데 모두 그 해에 새로 거둔 곡식들입니다. 송편을 예쁘게 빚으면 잘 생긴 짝을 만나고 밉게 빚으면 못생긴 짝을 만난다고 해서 처녀 총각들은 또 송편을 목숨걸고 예쁘게 빚었다고 합니다. 그 분들은 모두 시집 장가를 잘 가셨겠죠^^ ⓒ 책읽는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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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네 옆집에 사는 덕이네가 달걀 꾸러미를 갚았습니다. 지난 봄 햇병아리를 내느라 꾸었던 달걀인데, 묵은해에 진 빚은 섣달그믈이 가기 전에 갚아야 한다고 합니다. 참 좋은 풍습이죠. ⓒ 책읽는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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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를 전후해 잘 익은 벼, 수수, 조 등 햇곡식의 이삭을 한줌 베어다가 묶어 기둥에 걸어 두는데 이것을 올게심니라 합니다. 내년에도 풍년이 들게 해달라고 비는 거지요. 올게심니를 할 때에는 이웃을 불러 술과 음식을 대접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 책읽는곰


경제사정도 좋지 않고 분위기도 어수선해서 명절 분위기는 잘 나지 않지만, 아이들에게까지 그런 기분을 전해주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어릴 때 그랬지만, 아이들은 명절날을 그야말로 손꼽아 기다렸을 테니까요.

신문을 보니 노인정이나 요양원 같은 데에서 이런 명절은 처음 본다며 혀를 내두른다고 합니다. 우리 민족은 예부터 음식이 있으면 이웃과 나누어 먹었습니다. 언제 한번 풍족한 적이 있겠습니까마는, 마음만은 넉넉했죠.

옛날보다 사람들의 '욕심'이 과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조금만 더 마음을 넉넉하게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과 명절 그림책을 가지고 이야기꽃을 피워보세요.
#추석 #설 #단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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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놀이 책>,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 <공자, 사람답게 사는 인의 세상을 열다> 이제 세 권째네요. 네 번째는 사마천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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