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한국경제, 정권의 서툰 정책이 가장 큰 문제

등록 2008.09.02 15:39수정 2008.09.0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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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이 사상 최대의 감세안을 발표했다. 세금부담을 줄이면 가계는 소비할 여력이 생기고, 기업은 투자여력이 생길 것이라고 한다. 소비가 늘고, 투자가 늘면 다시 고용이 늘고,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느는 선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진다는 자평이다. 과연 이 정권의 처방은 올바른 것일까? 아니 효과를 좀 볼 수 있을까?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점

 

단기간의 압축성장과 수출드라이브 및 개발독재의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 또 문민정부의 세계화 전략과 외환위기를 거치며 해외의존도가 더욱 높아졌다. 원하지 않는 속도로 시장개방이 강요된 측면도 있고, 장기적 플랜에 따른 점진적 개방전략을 추구할 수 없었다. 그래서 수많은 구조적 문제점들이 발생한 것이다.

 

첫째, 다양한 형태의 양극화가 극심하다. 빈부간의 격차, 도농간의 격차, 내수와 수출의 부조화 등 양극화의 형태는 다방면으로 그 도가 깊어지고 있다. 이미 충분히 소비시장에 참여하고 기여하는 고소득층이 있는 반면 전혀 소비시장에 참여할 여력이 없는 극빈층과 저소득층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내수기반이 극히 취약한 것도 바로 여기에 기인한다. 사회안전망은 부실하고, 복지예산은 거론하기 민망할 정도에 머물고 있다.

 

둘째, 부동산 시장의 과도한 버블현상이다. 인구는 수도권에 50% 가까이 집중되어 있다. 수도권은 집을 지어도 지어도 끝없이 모자란다. 경기가 활력을 잃으면 항상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여 과잉투자를 일으키고 투기광풍을 촉발하였다. 건설수요에 비하여 건설회사나 종사인력은 과잉상태다. 부동산의 가격상승은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뿐 아니라 기업의 입장에서는 원가를 대폭 상승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대대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셋째, 에너지를 과잉소비한다. 석유를 전량 수입하는 나라치고는 과도한 석유소비를 하고 있다. 경제규모와는 달리 석유소비는 세계 4~5위권에 속한다. 산업구조가 에너지를 과소비하게 짜여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비스업의 발전이 더딘 것도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산업구조의 한 원인이다. 에너지를 다량소비하는 제조업에 오랫동안 집중해온 것이 지금의 문제점을 낳았다. 3차산업의 질을 높이고 비중을 높여나가야할 과제를 안고 있다.

 

각종의 양극화, 부동산 시장과 건설부문의 비대화, 에너지 과소비는 한국경제가 장기적으로 극복해야 할 구조적 문제점들이다. 이러한 과제는 그 자체로 해결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을 뿐 아니라 방치해서는 발전을 지속할 수 없는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경제의 장기적 계획은 바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거나 완화해 나가는 관점에서 수립되어야 한다.

 

한국경제가 봉착한 단기적 문제점

 

지금 한국경제가 봉착한 문제점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스스로 통제하거나 대처할 수 있는 문제들이 있는가 하면 전혀 손도 대지 못하는 것도 있다. 통제가능한 문제들은 정책에 반영하여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할 것이고, 통제불능한 변수들은 정확한 인식에 바탕을 두고 충격을 적절히 흡수하는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첫째, 국제원자재 시장의 가격불안이다. 이미 지난 5년간 석유값은 5배 이상 상승하였다. 그에 따라서 곡물이나 원자재들의 가격도 폭등하였다. 이미 시장에 반영되어 충격이 상당부분 흡수되었으나 여전히 한국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다. 지금 경상수지가 지속적으로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원인이기도 하다.

 

둘째, 외환시장의 불안이다. 지속적으로 원화의 가치가 하락하며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있다. 특히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하여 미국의 금융기관들은 파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로 인하여 한국에 들어왔던 외국계 자금의 이탈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경상수지의 적자와 외국계 자금의 이탈로 달러의 수요는 폭증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 출범시 900원대에 머물던 원달러 환율이 어제는 1111원에 도달하였다. 정부가 개입하여 외환보유고를 쏟아 붓고 있음에도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없다. 정부의 개입은 오히려 시장에 불안감을 심화시킬 뿐이다. 환율이 어디까지 오를지 섣불리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급격이 변동선이 증가하고 있다. 경제주체들의 불안감이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셋째, 부동산 시장의 침체이다. 지방에서 시작된 미분양 아파트의 문제는 이제 수도권에서도 일부 늘어만가고 있는 형편이다. 이미 많은 건설회사들이 부도가 나거나 심각한 자금난에 봉착하였다. 분양가에 대한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 마구잡이로 사업을 서두른 것이 원인이다. 집을 살 사람도 팔사람도 정부의 눈치를 보며 의사결정을 미루고 있는 상태이다. 내수를 더욱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넷째,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가하였다. 이명박 정권의 정책에 대한 기대와 걱정이 교차하여 미래에 대한 예측이 더욱 어려워졌다. 이러한 불확실성이 제거되지 않으면 기업은 투자하지 않고, 가계는 소비하지 않는다. 정권의 정책에 대한 명확한 방향제시와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이유이다. 예를 들어 부동산에 관련된 각종 세금과 규제철폐는 여러차례 언급된 일이 있지만 확실히 발표되지 않거나 시행이 미뤄진 것이 많다. 시장주체들이 사지도 팔지도 않고 관망하는 이유이다.

 

국제원자재 가격이나 원유가격의 변동에 대하여 우리가 대처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굳이 분류하자면 이러한 변수는 통제불능변수인 것이다. 통제불능 변수에 대한 정책적 대응은 매우 제한적이며 한국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거나 흡수하는 수준의 대응 밖에 할 수가 없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의 문제나 정책의 불확실성에 대한 것은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정권의 대응은 적절한가?

 

지금까지 정부가 내어놓은 정책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시장에서의 효과는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미미하다. 경제가 어려워진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정책적 대응 또한 엉뚱한 처방이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볼 때가 되었다.

 

첫째, 인플레이션과 외환시장에 대한 대응은 매우 서툴렀다. 정권초기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하고, 물가가 요동치는 와중에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외환시장 구도개입은 삼척동자도 비웃일 일이었다. 그간 경상수지가 큰 폭의 흑자를 기록하고 외국인 투자가 늘어서 원달러 환율이 많이 낮아져 있던 상태이다.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고, 국제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 당연히 환율이 급격히 올라갈 수 밖에 없었다. 그 것을 구두개입하여 변동성을 증폭시킨 것이다.

 

그러다 강력한 여론의 비판에 직면하였다. 그러더니 이제는 환율의 폭등을 막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려고 외환보유고를 떨어서 반대로 시장개입에 나섰다. 그렇게 시장자율을 외치던 사람들이 집권후 시장을 마구 손에 넣고 주무르려 하고 있다. 이제 정부의 시장개입이 악제로 작용하여 더욱 환율이 강하게 변동하는 현상까지 일어날 정도가 되었다. 시장의 메커니즘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곳에 함부러 개입하는 버릇은 하루빨리 고쳐야할 것이다.

 

둘째, 부동산 시장에 대한 대응도 대단히 미숙해 보인다. 정권이 바뀌면서 부동산 시장은 꽁꽁 얼어 붙었다. 정권이 대선 전부터 주장해온 대대적인 부동산 정책변화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팔 사람도 기다리고, 살 사람도 기다릴 수 밖에는 없었다. 거래는 완전히 실종되고 서로 정부의 눈치만 보고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정책의 골자를 확실히 정해서 발표를 하든지 아니면 정책의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확약을 했어야 한다.

 

점점 시장의 상황이 심각해지자 뒤늦게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다고 호들갑을 떨고, 보유세를 완화한다는 설이 나돌았다. 양도세도 이제야 낮춘다고 발표를 하였다. 그 것도 시행시기를 내년 이후로 잡아서 올해 안에는 더더욱 거래를 할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 재건축 규제완화도 설은 많으나 구체적으로 진전이 없다. 정부가 오히려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건설업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과잉투자 상태이다.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기인데 한계상황에 도달한 건설회사를 돕겠다는 것도 적절한 처방이 아니다.

 

셋째, 9월 1일 발표된 감세안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국경제의 핵심적 문제는 양극화이다. 서민층의 가처분 소득이 줄어 내수가 안되고, 내수의 위축이 기업에게 투자를 못하게 만드는 원인이다. 감세를 한다고 투자가 유발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세금이 무서워서 투자를 못하는 기업은 찾아보기 어렵다. 세금은 기업이 창출한 이익에 대하여 부과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익에서 일부 세금을 부담하는 것 때문에 무서워서 투자를 못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특히 감세가 극히 일부 상위층에 혜택이 집중된 것이라는 문제가 있다. 그 들은 이미 충분한 투자여력이 있고, 소비에 충분히 기여하고 있다. 그들의 가처분 소득을 더 늘려준다고 투자나 소비로 연결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차라리 세금을 그대로 두고 복지지출을 늘려서 서민층의 가처분 소득을 직접 늘려주는 재정정책을 펴는 쪽이 훨씬 지금 한국경제의 현실에 부합하는 것이다. 지금 재정건전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을 우려하여 더더욱 외국인 자금의 엑소더스가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정권이 태도를 바꾸야 한다

 

이렇게 이명박 정권이 경제를 다루는 것을 보면 암담한 일들뿐이다. 문제에 대한 진단이 틀릴 뿐 아니라 원인분석이 잘못되었으니 당연히 처방도 전혀 맞지 않는 것이다. 또 자신들이 주장하던 경제철학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까지 서슴치 않고 저지르고 있다. 시장자율은 어디가고 시장조작국의 오명을 두려워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일관성도 전혀 없이 우왕좌왕이다. 이래서는 경제를 살릴 수 없다.

 

오로지 지난 정권이 하던 것을 뒤집고 흔들어서 반대로만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지난 정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자신들의 집권을 가져온 추억이라면 이제 잊어야 한다. 지난 정권이 하던 일이라고 모두 잘못된 것일 수는 없다. 따라서 그와 반대로 하는 것이 항상 옳은 가능성은 더더욱 낮다. 진정한 실용적 태도가 필요한 태가 되었다.

 

외환시장에서의 환율은 시장의 자율을 존중하는 것이 옳다. 부분적 미세조정은 크게 문제가 안될 테지만 지금처럼 효과도 없는 외환보유고 소진은 안된다. 건설부문은 이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한계기업들을 지원해서 살릴 것이 아니라 자율적 구조조정이 일어나도록 그냥 둬야한다. 정책에 대한 기대와 우려로 의사결정을 미루는 일을 피하기 위해 확실한 입장을 정리해서 신속히 발표하고 시행하라. 기득권층의 배만 불리는 감세정책을 철회하고 적극적 재정정책으로 서민층을 보호하라. 

 

시장을 조작하고, 불확실성을 양산하며, 재정의 건전성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머지않아 한국경제는 심각한 붕괴가 일어날 것이다. 정권의 대책없는 경제운용으로 온국민이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질까 두려울 뿐이다.

덧붙이는 글 |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2008.09.02 15:39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수렁 빠진 한국경제 #시장개입 #감세정책 #불확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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