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동안 23권의 책을 읽었어요

등록 2008.08.26 09:34수정 2008.08.26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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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맛보고, 어떤 책은 삼키고, 소수의 어떤 책은 잘 씹어서 소화해야 한다. 독서는 알찬 사람을 만들고, 회의는 민속한 사람을 만들고, 작문(作文)은 정확한 사람을 만든다. 남의 의견에 반대하거나 논박하기 위하여 독서하지 마라. 혹은 얘기나 논의(論議)의 밑천을 삼기 위하여 독서하지 마라. 다만 재량(裁量)하고 고찰(考察)하기 위하여 독서하라. 《F. 베이컨/ 隨想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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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 보는 바보 표지 `이덕무가 1761년에 쓴 <간서치전(看書痴傳)>(책만 보는 바보 이야기)이라는, 짧은 자서전을 안소영이 '이덕무와 그의 벗들 이야기'를 여섯 꼭지로 엮어놨다. ⓒ 박종국

▲ 책만 보는 바보 표지 `이덕무가 1761년에 쓴 <간서치전(看書痴傳)>(책만 보는 바보 이야기)이라는, 짧은 자서전을 안소영이 '이덕무와 그의 벗들 이야기'를 여섯 꼭지로 엮어놨다. ⓒ 박종국

흔히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한다. 하나 나의 독서 이력(履歷)은 가을보다는 여름철에 더 많은 책을 읽는다. 푹푹 찌는 더위에 책을 읽는다는 게 특이한 것 같지만, 그건 고정관념화한 오해다. 연신 땀을 쏟아가며 바깥나들이를 하는 것보다 집안의 시원한 거실에서 책을 읽는 기분이란 무시로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그 진가를 가늠해 볼 수 없다.
 
때문에 나는 바람결 시원한 가을이면 역마살이 돋는다. 책과는 담을 쌓고 낯선 고장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오색단풍을 찾아 산행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등화가친의 계절, 다만 책을 붙들고 그저 보내기엔 아깝다는 생각이다. 그렇기에 여름 내내 충분하게 책을 읽었다면 가을엔 훌쩍 떠나도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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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동안 읽었던 책들(1) 여름방학 동안 읽었던 책들이다. 워낙에 잡식성이 강해서 어느 한 분야를 한정해서 읽어보지는 못했다. 일독을 권해본다. ⓒ 박종국

▲ 여름방학 동안 읽었던 책들(1) 여름방학 동안 읽었던 책들이다. 워낙에 잡식성이 강해서 어느 한 분야를 한정해서 읽어보지는 못했다. 일독을 권해본다. ⓒ 박종국

이번 방학동안 많은 책을 읽었다. 『책만 보는 바보』(안소영, 진경문고), 『6학년 1반 구덕천』(허은순, 현암사),『칭찬과 꾸중의 힘』(상진아, 랜덤하우스), 『완득이』(김려령, 창비), 『곡쟁이 톨로키』(자케스 음다, 검둥소), 『마당을 나온 암탉』(황선미, 사계절), 『내게는 꿈을 꿀 권리가 있다』(간디학교아이들, 간디학교), 『아버지를 위한 변명』(김병후, 리더스북), 『남자 나이 50』(홀거 라이너스, 한스미디어), 『누구나 홀로 선 나무』(조정래, 문학동네), 『곽재구의 포구기행』(곽재구, 열림원), 『너무 완벽한 세상』(라인홀트 치글러, 양철북), 『이런 부모가 자식을 정신병자로 만든다』(김정일, 박영률출판사), 『박탈과 비행』(도널드 위니캇, 한국심리치료연구소), 『톨스토이 단편선』(L. N. 톨스토이, 인디북), 『눈부시게 아름다운 노후』(헤닝 쉐르프, 휴먼비즈니스), 『상계동 아이들』(노경실, 사계절), 『지금은 자연과 대화할 때』(서정록, 열린책들). 『월든』(헨리 데이빗, 이레), 『소로와 함께』(에드워드 애비, 문예출판사), 『호미』(박완서, 열림원), 『토토의 친구들』(구로야나기 데츠고), 『산중일기』(최인호, 랜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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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동안 읽었던 책들(2) 많은 책들 중 간디학교아이들이 쓴 <내게는 꿈을 꿀 권리가 있다>는 참 색다른 의미로 읽혔다. <곡쟁이 틀로키>, <마당을 나온 암탉>도 마찬가지다. ⓒ 박종국

▲ 여름방학 동안 읽었던 책들(2) 많은 책들 중 간디학교아이들이 쓴 <내게는 꿈을 꿀 권리가 있다>는 참 색다른 의미로 읽혔다. <곡쟁이 틀로키>, <마당을 나온 암탉>도 마찬가지다. ⓒ 박종국

모두 23권을 읽었다. 동화책과 산문집이 주종이다. 면면을 헤아려보니 잡서(雜書)의 난독(亂讀)이었다. 잡서의 난독은 일시적으로는 도움을 줄지 모르나, 궁극적으로는 시간과 정력의 낭비다. 평균수명이 늘었지만 여전히 인생은 짧다. 더구나 조용한 시간은 너무나 짧다. 그래서 조금의 자투리 시간이라도 너절하게 책을 읽어서 인생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독서의 미덕(美德)이란 무언가. 참다운 사람은 책을 읽을 때 책의 종류에 개의하지 않는다. 마치 그것은 우수한 여행가가 험한 길을 개의하지 않고, 설경을 보려고 하는 사람이 낡은 다리 난간을 개의하지 않고, 전원생활을 원하는 사람이 야인(野人)에 개의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그와 같은 독서는 읽으면 읽을수록 사리(事理)를 판단하는 눈이 밝아진다. 독서의 진정한 즐거움은 책 속에 비친 자기 얼굴을 바라볼 수 있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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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동안 읽었던 책들(3) 읽었던 책들 다 새로운 의미를 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6학년 1반 구덕천>, <완득이>는 청소년을 보다 이해하는 데 일익을 담당할 수 있는 책이다. ⓒ 박종국

▲ 여름방학 동안 읽었던 책들(3) 읽었던 책들 다 새로운 의미를 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6학년 1반 구덕천>, <완득이>는 청소년을 보다 이해하는 데 일익을 담당할 수 있는 책이다. ⓒ 박종국

한 나라의 경제성장의 척도가 국민총생산량으로 가늠하지만, 문화선진국의 척도는 전체 국민들이 한 해 동안 읽는 독서량이 아닐까. 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의 한해 독서량은 두서너 권 남짓이다. 통계수치 안에는 초중등학생들이 읽는 도서가 다량 포함되어 있어 그나마 면피를 당하지 않게 되었다.
 
독서가 정신에 미치는 영향은 운동이 육체에 미치는 영향과 다름없다. 인터넷 보급으로 종이매체에 대한 근접성이 크게 떨어졌다고 한다. 책도 마찬가지다. 대형서점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는 현실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남의 책을 읽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다. 남이 고생한 것에 의해 쉽게 자기를 개선할 수 있다. 서늘한 계절, 책 읽는 소리가 낭랑하게 들렸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미디어 블로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8.26 09:34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미디어 블로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덕무 #완득이 #박완서 #최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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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기자는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한국작가회의회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과 <하심>을 펴냈으며, 다음블로그 '박종국의 일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김해 진영중앙초등학교 교감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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