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치킨, 평일에만 먹어라?

주말엔 사용할 수 없는 치킨 쿠폰 때문에 기분 상하다

등록 2008.08.09 12:34수정 2008.08.09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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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가사에도 있듯이 토요일은 밤이 좋다. 특히 축구 경기를 하거나, 재미있는 오락 프로를 하는 토요일 밤에는 치킨과 맥주의 궁합이 생각나면서 가슴이 뛴다. 설레는 맘으로 냉장고에 다닥다닥 붙여놓은 치킨집의 쿠폰들을 세어 보니 모두 열 개! 나는 쾌재를 부르며 '룰루랄라' 전화기 앞으로 달려가 번호를 재빨리 누르고 외쳤다. "여기 치킨 한 마리요!", 그때 갑자기 생각지 못한 문제가 발생한다.


"여기 치킨 한 마리요. 아, 쿠폰으로 해주세요."
"주말에는 쿠폰이 안 됩니다."
"네?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주말에는 너무 바빠서 배달이 안 돼요. 평일에 시키세요."
"열 개나 먹었는데 한 번만 해주세요."
"안 됩니다. 다른 집들도 원래 쿠폰은 주말에 안 되는데요."

말도 안 되는 이런 경험, 나만 겪은 것이 아니다. 그동안 열 번이나 시켜줘서 감사하다는 차원에서 쿠폰 서비스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왜? 생각해보니 궁금하다.

공짜 치킨은 평일에만 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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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쌓여있는 쿠폰들 갖가지 쿠폰들이 쌓여있다. ⓒ 이보라


앞서 말한 치킨집의 사례는 인터넷에도 무수히 많았다. 종류도 천차만별이어서, 쿠폰을 10개를 모아야 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12개를 모아야 비로소 한 마리를 시킬 수 있는 곳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곳에서 주말과 공휴일에 배달을 거부한다니.

치킨 한 마리 당 요즘은 1만3000원 정도 한다. 열두 마리의 치킨을 먹으려면 15만6000원이다. 15만6000원어치를 먹은 사람에게 돌아오는 것은 "주말은 배달 안 돼요. 원래 그래요"라는 말 한 마디뿐이라는 데 고객은 분노한다. 다음은 포털사이트 네이버 지식인에 올라온 사례들.


"제가 OO치킨 무료쿠폰 10개로 오늘 (토요일) 시키려고 했는데 10개 모았다고 하니까 평일 날 쓰라고 하더군요. 아 욕 나오네. 쿠폰에 공휴일이나 주말에 쓰라는 말 써 있지도 않은데 내가 학생이라고 무시하는 건가요?"

"14000원짜리를 열 번 시켜도 쿠폰 닭은 무조건 1만3000원짜리? 쿠폰이면 쿠폰 닭이라고 미리 말해야 한다? 주말에는 안 된다. 평일에만 먹어라? OO치킨은 왜 이런 정책을 쓸까요?"

알쏭달쏭한 치킨 업체의 답변

모아놓은 쿠폰으로 시키는 것뿐인데 왜 우리는 이렇게 움츠러들고, 못 먹기까지 해야 하나? 궁금증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OO치킨 본사에 전화를 해봤다. 서비스 팀장에게서는 알쏭달쏭한 답변이 돌아왔다.

"쿠폰 발급은 고객 관리 차원이다. 한 마리 시킬 때마다 그 금액의 8~10%가 적립된다. 본사에서 쿠폰 발행을 의무화하는 것은 아닌데, 경쟁업체에서 다들 하니까 가맹점 내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쿠폰 제도를 본사에서 권장하는 것은 아닌데, 고객 관리 차원에서 개별 지점에서 한다는 얘기다. 본사에서는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말과도 같은 것.

고객 관리 차원이라면서 주말에는 왜 배달을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모든 지점이 그런 것은 아니다. 고객 관리의 개념이 잡혀있는 지점에서는 다 하는데, 주말에 워낙 바쁜 지점에서는 안 하는 곳도 있다. 서비스 개념이 부족해서 그런데 우리도 아쉬운 점이다. 하지만 본사에서 제재를 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라는 말이 돌아왔다.

모호하다. 쿠폰 제도를 실시하고 있으면서 본사에서는 개별 지점마다 자유롭게 적용하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말이나 공휴일에 쿠폰 적용이 되는 매장, 안 되는 매장이 제각각이다. 그에 따른 소비자들의 불만이 당연히 클 수밖에 없다.

쿠폰으로 치킨을 주문할 때 기본 제품(프라이드치킨)만 가능한 건가 묻자, 역시 "개별 지점마다 다르다"고 말했다. 본사의 정책이 이렇기 때문에 개별 프랜차이즈 지점에서는 배달이 밀리는 주말 저녁에는 되도록 쿠폰 고객을 피하려고 하는 실정이다.

주말엔 배달 밀려 인건비도 못 건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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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공휴일은 사용안됨 한 치킨 집의 쿠폰에서는 토요일, 공휴일이 사용 불가능 하다고 명시돼있다. ⓒ 이보라

쿠폰에는 '주말 및 공휴일은 제외'라는 글씨가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거의 보이지 않게 처리되어 있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경기도 구리시에 사는 김 아무개씨(22)는 즐거운 마음으로 전화한 치킨 집에서 쿠폰 적용이 안 된다는 말을 듣고, "그런 말이 쿠폰 어디에 적혀있냐"고 항의하다가 "전단지에 주말 및 공휴일 제외라고 적혀 있는데요"라는 핀잔을 들어야 했다. 전단지에 있더라도 쿠폰에 그 한 마디 써주는 것이 그리 힘든가.

그는 제대로 된 공지 하나 없다는 게 화가 났지만 기세등등한 태도에 주눅이 들었다. 주말에 안 되는 이유는 "배달이 너무 밀려서 공짜 치킨을 배달하면 인건비가 부족하다"는 것.

'열심히 먹어줘서 감사하다. 앞으로도 많은 이용 바란다'는 고객 관리 차원에서 만들어졌다는 쿠폰. 하지만 바로 그 쿠폰 때문에 오히려 등을 돌리는 고객도 있다. 쿠폰에 대한 소비자 불만은 비단 치킨 집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드러난다. 쿠폰 고객을 '공짜로 먹으려는 사람'으로밖에 인식하지 않는다는 소리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각한다면 쿠폰 사용 소비자에게 더 좋은 서비스로 대해야 한다. "배달이 밀려 인건비를 못 건지기 때문에 쿠폰은 안 받는다"는 말은 무책임하다.

오늘도 기분 좋은 토요일 밤, 치킨 먹으려다 실패한 그 누군가들은 분노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길 바란다. 단지 그 이유만으로도 고객은 충분히 돌아설 수 있다는 것도.

덧붙이는 글 | 이보라 기자는 <오마이뉴스> 8기 인턴기자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보라 기자는 <오마이뉴스> 8기 인턴기자입니다.
#쿠폰 #주말 쿠폰 #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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