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미 쇠고기 사태' 동맹휴업 이뤄질까

재학생들 총학 늑장 대응에 불만 "총투표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

등록 2008.05.31 12:05수정 2008.05.3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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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사태와 관련 총학의 동맹휴업 계획에 대한 의견을 묻는 찬반총투표가 한창인 서울대의 모습. ⓒ 송주민


서울대 총학생회가 장관고시 철회와 미국과의 재협상을 촉구하기 위한 동맹휴업을 실행할 것인지를 학생들에게 묻는 총투표에 들어갔다. 지난 28일부터 6월 2일까지 총 4일(수·목·금·월)동안 진행되는 총투표에서 50%이상의 투표율에 과반의 학생들이 찬성 입장을 표하게 된다면 6월 5일부터 바로 동맹휴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총투표의 정식 명칭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재협상 요구 및 장관고시 철회요구, 이를 위한 서울대 총학생회의 광범위한 활동(ex. 동맹휴업- 6월 5일 예정) 인준에 대한 찬반의결'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사태로 인해 '동맹휴업'이라는 조건까지 내걸고 실시되는 총투표는 어떻게 결정된 것일까? 또 총투표를 바라보는 서울대 재학생들의 반응은 어떨까? 30일 오후, 서울대학교를 직접 방문하여 '동맹휴업 총투표'가 진행되는 풍경과 이를 바라보는 재학생들의 목소리를 지면에 담았다.  

[배경] 총학생회의 소극적인 움직임... "성명 하나 발표 안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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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총학생회에서 학내에 붙인 대자보. 총투표 실시를 알리고 있다. ⓒ 송주민

서울대 총학생회가 미국산 쇠고기 사태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묻는 총투표에 '동맹휴업'이라는 조건을 단 것은 단과대 대표를 비롯한 재학생들의 빗발치는 요구에 의한 측면이 강하다.

각 단과대 학생회와 동아리연합회 등의 학생자치기구들은 전 국민적인 이슈로 떠오른 광우병 쇠고기 문제에 대한 총학생회 차원에서의 성명서 발표 하나 없다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해왔다. 서울대 총학생회 게시판을 비롯한 학내 커뮤니티 등에는 총학생회의 소극적인 움직임에 대한 비난 글이 많이 올라와있는 상태다.

총학생회 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 재학생은 "광우병 쇠고기 문제는 정치적인 문제도 아닌데  총학에서는 지금 뭐하고 있는 거냐고 학생들이 난리가 났다"며 "당신들 모습이 너무 답답했던지 동아리연합회 회장이 학관 앞에서 학생들을 모아 촛불 집회에 참여하더라. 총 우두머리가 그렇게밖에 못하니까 이러는 거 아니냐"고 성토했다. 


이와 관련 서울대 전창열 총학생회장은 "민주적인 절차를 위해서는 충분한 의견수렴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서울대 총학생회에는 정치적인 중립과 학내 복지문제 해결에 대한 공약을 중심으로 당선된 이른바 '비운동권' 학생회다.

또한 총학생회 측은 학내 대자보를 통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에 대한) 총학생회의 입장 표명에 대해 언론사, 자치단위, 학우들의 다양한 요구가 있어 왔고, 지난 총학 선거 때 말씀드렸던 상향식 의사결정 원칙에 따라 의견수렴 없이 입장을 제시하는 것을 자제해왔다"며 "선거 당시 대외문제에 대해 민주주의의 일반원칙을 따르겠다고 천명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총학생회는 "미국산 쇠고기 문제는 학교 단위를 벗어나 전 국민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이며 다양한 쟁점이 혼재되어 있는 어렵고 중요한 문제"라며 "총학생회 차원의 입장과 행동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높은 수준의 의견수렴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 절차가 전체 학생 총회를 대신할 총투표"라고 밝혔다. 

총학생회는 또 "총투표를 발의하기 위해서, 총운영위원회(총·부총학생회장, 단과대 학생회장, 동아리연합회장)의 의결을 받으려 했으나 지난 12일 총운위에서 총운영위원들을 설득치 못해 부결되었다"며 "하지만 이번 26일 총운위에서 결국 총투표가 합의되어 발의되었다. 시기가 늦었다고 보일 수 있으나 이 사안을 단기적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면, 또한 범서울대 차원의 문제라면 지금부터라도 총투표를 진행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조미경 인문대 학생회장은 "총학은 총투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쇠고기 사태에 대한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겠다고 했다"며 "총학은 항상 정치적인 중립을 말하며 사안에 대한 자의적인 해석으로 '의견수렴'만을 외치는데 이번에는 학우들이 총학이 나설 것을 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씨는 또 "지난 12일 총운위에서도 미 쇠고기 문제에 대한 학우들의 의견을 묻는 찬반 총투표를 실시하겠다고 해서 그렇게 하기는 늦었으니 총학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구했다"며 "부결된 후 26일 총운위에서는 총학생회 측에 '정 못 움직이겠으면 동맹휴업이라는 조건을 걸고 총투표를 실시하자'고 제안했고, 이게 받아들여져 총투표를 실시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재학생들 불만] "대응 늦고 마지못해 하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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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연합회 등 학생자치기구에서 붙인 광우병 쇠고기 문제에 대한 입장과 광고모금운동 등을 벌이자는 대자보를 붙인 모습. ⓒ 송주민


총투표 실시 결정과 관련 인문대 07학번 이다민(20)씨는 "총학생회의 대응이 너무 늦었고, 마지못해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동아리연합회 등은 <경향신문>에 광고를 내자며 모금운동도 하고 있는데 총학생회는 총투표에 대한 홍보도 소극적이고, 투표소를 비우는 경우도 봤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타학교 친구들이 서울대는 왜 가만히 있냐는 얘기를 많이 한다"며 "총학은 항상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의견수렴을 하겠다는 말만 하며 소극적인 방법만 취한다"고 지적했다.

공대 07학번 정민성(21)씨는 "총학생회의 대응이 좀 늦은 감이 있어 보인다"며 "총학생회가 학우들의 대표로 선출이 됐으면 대표성이 있는 것인데 전사회적인 이슈와 학우들이 원하는 바를 적극적으로 받아 안지 못하고 굳이 총투표까지 하면서 대응해야 하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인문대 08학번 유환(20)씨는 "단대와 동아리, 일반 학생들의 반대 움직임에 대한 성명과 대응이 계속되는데 총학생회는 그동안 입장표명도 없었고 대응이 너무 늦었다"며 "총학은 항상 정치적인 중립을 말하지만 말이 중립이지 결국 침묵하겠다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유씨는 "광우병 쇠고기 문제는 굳이 이렇게 총투표를 거쳐 가며 대응하지 않더라도 다수가 공감하는 사항"이라며 "성명 하나 발표하는 데도 '민주적인 절차'를 따라야 한다면 결국 현안에 대해 무시하겠다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총투표에 대한 반응] "늦긴 했지만 다행"-"실효성 있을까?"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총투표 실시를 바라보는 서울대 재학생들의 반응은 어떨까?

인문대 앞 투표소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던 재학생 유환(20)씨는 "늦긴 했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빨리 동맹휴업을 결정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중고생도 나서는 상황인데 대학생들이 가만히 있으면 누가 나서겠나. 우리가 주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투표를 마친 공대 재학생 정민성(21)씨는 "20대는 뭐든지 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냐"며 "꼭 동맹휴업이 달성돼서 지금이라도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나만 앉아서 포기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나"고 말했다.

중앙도서관 앞 투표소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인문대 이다민(21)씨는 "집회에서 대학생들이 보이기 시작하자 주위 아주머니들이 '대학생이 나서니 뭔가 다르다'는 말을 많이 한다"며 "대학생이여서 꼭 진보적이고, 정부를 상대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도 관심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동맹휴업'에 대한 취지에는 공감하나 너무 늦게 추진되는데다가 기말고사까지 겹친 상황이라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표하는 재학생도 있었다.   

경제학과에 재학 중인 박꽃보라(23)씨는 "이렇게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는 당연히 목소리를 내야 한다. 오늘 촛불 문화제에도 참여할 예정"이라며 "하지만 동맹휴업을 한다면 시험을 포기해야 하는데 현실을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시험까지 빠지고 참여하지는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자연대 장윤수(23)씨는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분명 잘못됐으며 동맹휴업을 한다는 취지는 좋으나 기말고사 기간이 끼어 있어서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생활과학대의 유세라(24)씨는 "개인적으로 총학이 정치적인 활동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며 "학우들의 의견을 받아 결정하는 것에 대한 취지에는 백번 공감한다. 그러나 이미 협약이 된 만큼 특별법 등의 방법이 아니면 전면적인 재협상은 불가능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한편 이틀째인 29일까지의 투표율은 24.92%를 보여 다소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투표율이 높지 않은 것과 관련하여 서울대 전창열 총학생회장은 "반드시 성사시키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결의를 다졌다.
#서울대 #총투표 #미국산 쇠고기 #촛불 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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