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로 시집간 사람들이 부럽당께요"

장흥군 대덕읍 양하마을에서 만난 이정순 할머니

등록 2008.05.20 13:27수정 2008.05.20 13:27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대덕읍 양하마을 이정순(70)할머니 할머니는 그래도 노부부가 함께 살지 않느냐며 말하자 그것은 그라제 하면서 환하게 웃었다. ⓒ 마동욱




"도시로 시집간 사람들이 부렀당께."

장흥군 대덕읍 양하리 마을에서 허리조차 제대로 펴지 못한 채 논둑을 거의 기다시피 흙을 붙이고 있는 이정순(70) 할머니 한 분을 만났다.

"어서 왔는디, 그라고 사진들을 찍어싼다요, 친환경으로 농사를 지을라믄 이라고 논둑에 옛날처럼 흙을 붙여야 한다고 안하요, 참말로 죽것쇼, 사방 군데 안 아픈 데가 없쇼, 김대중이가 이라고 밉당께요, 김대중이 찍은 이 손가락을 꽉 짤라 불고 싶당께요.”

사진을 촬영하는 우리를 보며 할머니는 느닷없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향해 욕을 퍼 부었다.

"그랑께 그 김대중 대통령 때 공공근로가 뭔가 해갔고, 사람들이 인자 일을 안 해분당께, 시골에서 인자 사람 구하기가 무지하게 성가시단 말이요, 농삿일은 안 그래도 심든께 안 할라고 한디, 근로사업인가 고것은 편하디 편하면서 일당 3만원인가를 줘분께 거그가서 일하제 누가 농삿일 해주것쇼, 일당도 올라 불고 일해 줄 사람도 없어분께 이라고 허리가 짤라져불라고 해도 으짤 수 없당께요."


할머니는 카메라를 든 우리들을 향해 힘든 일에 지쳐 있음에도 끝없이 하소연을 한다.

a

장흥군 대덕읍 양하마을 양하마을은 대덕읍에서 강진 칠량쪽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작고 암담한 마을이다. 마을의 옛 모습이 잘 간직된 곳이기도 하여 종종 이 마을에 들린다. ⓒ 마동욱



"맨날 병원에 간디 병원도 우리처럼 통장에 돈 쬐끔 있고, 농사가 쬐끔 있다고 해서 병원비도 안 깍아주고 노인수당도 안 준당께요, 이라고 시골에 살믄 뭔 혜택도 있다고 그란디 우리들 한테는 아무런 혜택도 없당께요, 정부에서 노인수당 8만원인가도 준다고 하드마, 안 줘서 읍사무소까지 찾아가 봤드마, 통장에 돈 쬐끔 있다고 못 준다고 하드랑께, 돈 있어도 남의 통장에다 돈 넣어 놓고, 시상 편하게 사는 사람들은 꼬박꼬박 정부로부터 노인수당도 받고 한디, 우리들은 뭣인가 모르 것 당께."

할머니는 40여마지기 논 농사를 할아버지와 단둘이 짓고 있다고 한다.

a

논 둑에 흙을 붙이는 이정순 할머니, 논 둑과 마치 하나가되어 버린 할머니의 모습은 할머니의 말처럼 힘들다기보다 행복하게 보였다. 힘든 노동일은 때론 즐거움인지 모른다. ⓒ 마동욱



"서울로 시집간 사람들이 부럽당께요, 이라고 고상 않고 편하게 살 것인디, 시골로 시집을 와 이라고 고생한 당께요, 관산읍 삼산리가 친정인디, 그 때 부잣집이라 부자 집에 시집오면서 시집도 잘 왔다고 했는디, 농사가 많은께 참말로 고상이 심했지라, 자식들 5남매를 모두 잘 키운 거 말고는 해 놓은 것은 없고, 온 몸이 이라고 아프지만 일해 줄 사람이 없응께 두 내외가 꼼짝없이 심든 농삿 일을 해야 한단 말이요."
"왔따 그래도 할머니처럼 두부부가 동갑인데도 건강하게 함께 안 사요, 그것만 봐도 할머니는 행복하구만요, 그라요."

a

양하마을 빈집 어쩌면 이렇게 다 쓰러져가고 있는 모습이 우리 농촌의 현실인지 모른다. ⓒ 마동욱



"그건 그라지라, 서울로 가서 잘 산다고 하는 친구들 알고 본께, 인자 영감들이 대부분 다 죽고 혼자 삽디다, 고상은 했어도 이라고 시골서 산께 더 오래산지 모르지라, 그란디 몸이 몸이라요, 맨 날 병원만 존일 시키지라, 그라고 인자 정말 농사 더 못지슨당께요, 비료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가지 소값은 완전히 폭락을 하지 시골서 뭣 해묵고 살라고 그란지 모른단 말이요, 그랑께 친환경 농사를 지서야 쌀이 잘 팔린다고 해서 친환경농사를 지슬라고 이라고 고상 안 하요, 작년에 모심고 우렁이를 집어 넣었는디, 올해도 우렁이를 사와서 넣어야 그래도 고상을 덜 하지라."

확대 ( 1 / 32 )
ⓒ 마동욱


농촌의 들녘에서 만난 농부들은 시골 사는 사람들에게 정부에서 많은 혜택을 준다고 방송을 통해 자주 듣지만 몸으로 느끼는 혜택은 많지 않다고 한다. 금년 들어 벌써 두 번째 비료값 인상이 이야기되고 있으며, 농기구를 사용하려면 면세유가 저렴해야 하지만 면세유 폭등으로 농촌에서 농사를 짓기가 갈수록 어렵다고 한다.

지금의 농촌. 농지은행을 통해 대도시 사람들이 농촌의 농토를 마구잡이로 사들이면서 농촌 사람들은 자신의 농토를 팔고 남의 논을 임대하여 농사를 짓게 되는 날이 얼마남지 않았다고 불평을 한다. 농민들을 위해 농촌공사에서 농지은행제도를 시행했지만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우리들의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일차산업인 농업을 자본의 흐름에 따라 시장의 경제논리로 이끌어간다면 오래 가지 않아 모두 농사를 포기해야 할 것이다.
#양하마을 #이정순 #친환경농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고향인 장흥군 마을과 사람들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경찰서에서 고3 아들에 보낸 우편물의 전말
  4. 4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5. 5 하이브-민희진 사태, 결국 '이게' 문제였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