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 팔아 국악카페 만들고 싶어요"

석가탄신일에 만난 국악 소리꾼 김준희씨의 삶

등록 2008.05.12 17:24수정 2008.05.13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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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소리꾼 김준희 씨 그는 한적한 시골에 허브샵을 차렸다. 돈을 벌어 국악 카페를 짓기 위해서다. ⓒ 김철관

▲ 국악 소리꾼 김준희 씨 그는 한적한 시골에 허브샵을 차렸다. 돈을 벌어 국악 카페를 짓기 위해서다. ⓒ 김철관

 

“허브를 키우고 팔아 국악연주를 하는 국악카페를 만드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논과 밭 그리고 산으로 둘러싸인 시골길 옆에 허브샵이 생겼다. 정확하게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용암리 416-3번지다. ‘아로마피아’라고 붙인 허브샵은 마을 인구가 한적한 시골동네 2차선 도로 한 모퉁이에 우뚝 서있다. 지난 4월 5일 경기 창가인 ‘휘모리 잡가’를 부른 국악소리꾼 김준희(47)씨가 연 허브샵이다.

 

인구가 많이 오가는 대도시 가장자리도 아니고 한적한 시골길에 옆에 지어놓은 허브샵이 너무 궁금했다.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청학리에서 그곳 용암리까지는 걸어서 30~40분 정도의 거리다. 시간이 날 때면 맑은 공기를 흠뻑 마실 수 있는 그곳까지 산책을 자주 한다. 최근 일정이 바빠 두 달여 산책을 하지 못했다. 석가탄신일인 12일 오후 용암리에 있는 '해인사'라는 절을 가기 위해 길게 줄지어 걸어 놓은 연등을 따라 산책에 나섰는데 얼마 전까지 허름한 식당이 존재했던 자리에 아름답게 지은 허브샵이 눈에 띄었다. 궁금해 그곳을 둘러보기로 작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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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샵 다양한 종류의 허브를 선보이고 있다. ⓒ 김철관

▲ 허브샵 다양한 종류의 허브를 선보이고 있다. ⓒ 김철관

 

허브샵 건물 마당에 들어서자 입구 좌측에 투명유리 테이블을 놓고 40대로 보이는 한 여인이 명상을 하고 있었다. 샵으로 들어서자 40대로 보이는 한 여직원이 반갑게 맞이한다. 곧바로 박하향이 은은한 허브차를 건넨다. 마시면서 허브향으로 가득한 가게의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그중 대마초 코너가 가장 눈에 띄었다. 팬티, 가방, 잠옷과 속옷, 아대 등 대마로 만든 상품들이 진열돼 있었다. 평소 마약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사람 몸에 유익한 허브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던 터였다.

 

이때 밖에서 명상을 하던 여자가 들어와 대마도 사람 몸에 좋은 허브라고 알려줬다. 태어나 처음 대마가 허브라고 인식하게 된 계기가 됐다. 대마가 허브라고 알려준 바로 그 사람이 샵 주인인 국악소리꾼 김준희씨였다. 여름에 시원하다는 대마(대마 50%, 면 50%)로 만든 파란 팬티와 바로 옆 사탕 코너에서 케모마일 허브 캔디도 하나 샀다. 옆에 있던 김씨는 "대마는 일반 면실처럼 뽑아내는 것이 아니라 여러겹이 꼬여 뽑아 내는 것이 특징"이라고 알려줬다.

 

그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 봤다. 먼저 그는 소리꾼과 허브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제가 여성이라 그런지 과거 생활 속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스트레스는 몸의 에너지가 돌지 않는 것을 뜻합니다. 스트레스라는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지난 2000년 말부터 무형문화재 21호 국악인 큰스승 박상옥 선생을 찾아 신명나는 국악(경기 창가 ‘휘모리 잡가’)을 배웠지요. 또 허브가 몸에 좋다는 말에 허브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제 몸에 허브를 직접 접해보니 건강이 좋아졌어요. 이제 허브를 수입하고 상거래를 할 정도가 됐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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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 코너 대마로 만든 다양한 물품이 전시됐다. ⓒ 김철관

▲ 대마 코너 대마로 만든 다양한 물품이 전시됐다. ⓒ 김철관

그는 허브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우리나라에도 많이 있는 쑥, 국화, 대마, 박하 등 수많은 식물들이 사람 몸에 좋습니다. 그래서 약제로 쓰기도 하지요. 약, 식용, 몸 접촉 등 사람 몸에 유익한 식물들을 허브라고 합니다. 특별히 아로마, 로즈메리 등 외국에서 들어온 식물만이 허브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착각입니다. 특히 여러가지 허브를 섞어 만든 찜질팩은 긴장, 통증, 스트레스 해소에 일품이지요.”

 

오는 24일 저녁 7시 서울 경희궁에서 열릴 국악공연에 출연해 장기타령, 육칠월 등 ‘휘모리 잡가’를 부른다고도 강조했다.

 

그의 전공 ‘휘모리 잡가’는 민요를 부르기 전, 장고 장단에 맞춰 해악, 익살, 풍자 등을 섞어 흥을 돋기 위한 국악의 일종이다. 이날 ‘휘모리 잡가’의 대표적 곡인 ‘육칠월’을 즉석에서 부르기도 했다. “육칠월 흐린 날, 삿갓 쓰고, 도롱이 입고, 곰뱅이 물고, 잠뱅이 입고, 낫 갈아 차고, 큰가래 메고, 호미 메고, 채죽 들고….”

 

특히 그는 3년 전부터 기수련을 시작해 이제 기발출까지 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이날 가계를 들린 한 손님이 그에게 기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도 엿보였다. “샵에 들린 손님들의 요구가 있으면 무료로 기치료(기발출)를 해줍니다. 선진국에서는 기치료가 의료행위로 인정받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인정을 하지 않고 있지요.”

 

처음 동대문에서 약국을 경영하는 사람에게서 기수련을 배웠다. 어느 정도 감을 잡은 그는 홀로 기수련을 해 올 초부터 기치료(기발출) 단계까지 터득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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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샵 입구 허브샵 입구에는 여러가지 자연 허브가 있다. ⓒ 김철관

▲ 허브샵 입구 허브샵 입구에는 여러가지 자연 허브가 있다. ⓒ 김철관

 

그는 행복한 사람의 기준을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잘라 말했다.

 

“국악 소리꾼은 배워도 돈이 안 됩니다. 환갑이나 칠순잔치를 계속 찾아다닌다면 몰라도, 국악인이 그럴 수만은 없는 것 아닙니까. 허브샵을 통해 돈을 번다면 국악에 국민들이 더욱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국악카페를 짓는 것이 꿈입니다. 차를 마시면서 직접 국악 연주도 하고, 국악인 초청 공연과 국악에 대한 정보도 주고받고, 이렇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큰 욕심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살 수 있으니까요.”

 

그는 허브샵 옆에 온실을 지어 허브를 직접 재배해 판매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실제 온실을 지을 공간 기초공사가 진행 중에 있었다. 이곳 허브샵을 지나면 용암리 카페촌이 나온다. 카페촌 안에도 한두 군데 허브샵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8.05.12 17:24 ⓒ 2008 OhmyNews
#허브 #국악카페 #김준희 #아로마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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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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