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도와야 기업하기도 좋은 사회"

[노동절 인터뷰] '창립 10주년'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 이철승 소장

등록 2008.04.30 12:24수정 2008.04.3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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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승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 소장은 "10년 사이 이주노동자들도 기본권은 있어야 한다는 인식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 윤성효

이철승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 소장은 "10년 사이 이주노동자들도 기본권은 있어야 한다는 인식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 윤성효

이철승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 소장은 "힘들지 않느냐"는 물음에 오히려 "삶의 의미를 충족시켜 주고 있어 고맙다"고 말했다.

 

1998년 5월 1일 개소한 상담소는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강산이 한번 바뀔 정도의 긴 시간을 이주노동자들의 친구로 활동해 오고 있는 이 소장을 29일 저녁 창원에 있는 상담소에서 만났다. 그는 이주노동자 문제로 경남은 물론 전국을 다니며 활동하고 있다. 그는 2005년 12월 '제57회 세계인권선언일 인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철승 소장은 "10년 전에는 우리 사회에서 외국인이라면 이방인으로 취급했는데 지금은 '이주노동자들도 기본권은 있어야 한다'는 인식으로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명박 정부의 이주노동자정책에 대해 우려했다. 정부에서는 국가정체성과 법질서 확립 차원에서 불법체류자 단속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철승 소장은 "23만명의 불법체류자들은 우리 사회에 노동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대책 없이 무조건 내쫓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친기업 정책을 펴면서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의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불법체류자들은 숨죽여서 노동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불법고용은 문제삼지 않으면서 노동을 제공한 측면만 법질서 차원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다, 뒷구멍으로 이주 노동자들을 쓰고 있는 고용주부터 문제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이주노동자들을 도와주는 일이 곧 기업하기 좋도록 만드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철승 소장과 나눈 대화 내용이다.

 

"솔직히 힘들다, 하지만 고맙다"

 

- 상담소는 처음에 어떻게 해서 만들어졌는지?

"인권과 환경문제를 다루던 '지역사회발전을위한기독교연대' 사무처장으로 일하면서 이주노동자들을 만나게 되었다. 우리 사회에서 이주노동자들에게 관심이 적을 때였다. 기독교연대에서 1997년 6~8월 사이 실태조사를 벌여, 전문기구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다. 그해 10월부터 활동을 시작했고, 창립은 이듬해 5월 1일에 하게 되었다."

 

- 힘들지 않는지?

"솔직히 말해 힘들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봐서 살아가는데 삶의 의미를 충족시켜주기도 해서 한편으로는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 우리 사회에서 10년 사이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고 보는지?

"사회 전반적으로 인식이 일정 부분 개선되었다. 처음에는 외국인노동자라 해서 우리와 다른 이방인으로 취급했다. 길거리에서 이주노동자들을 만나면 다소 경계하거나 피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사회 일각에서 그런 부분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 '이주노동자들도 기본권은 있어야 한다'는 인식으로 바뀌었다."

 

- 현재 이주노동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이라고 보는지?

"기본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법과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이주노동자들은 한국 사회에서 한 구성원이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돌려보낼 대상이 아니다. 그들은 정주해서 살고 있으며, 이주결혼자도 늘어나고 있다. 2세들도 태어나고 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사회통합으로 가야 한다.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한 시민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그들을 사회의 일부분으로 포용해서 함께 살아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상담소가 앞장서서 법과 제도를 개선한 것이다. 산업연수생제도를 국가나 공공기관이 주도해서 송출과 인권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데 있어, 상담소가 일정부분 역할을 했다. 산업연수생 관련 소송을 제기해 대법원까지 가서 판례를 만들기도 했다. 산업연수생을 고용한 사용주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도록 해 구속한 사례도 처음으로 만들어 냈다. 산업연수생제도에 대해 위헌소송을 제기해 위헌판결을 이끌어 냈던 것이 가장 의미있었고 기억에 남는다."

 

- 지역사회와 연대 활동도 많이 했던 것 같은데?

"이주노동자 문제에 대해 지역사회와 연대를 강화하고 국제적인 연대도 이루어냈다. 우리나라에서 태풍 '매미'로 인해 수해를 입었을 때 이주 노동자들을 조직해 복구 활동을 벌였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적 아픔을 함께 한 것이다. 그 뒤 동남아에 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했을 때 지역사회에서 대규모 모금운동을 벌여 피해 지역민을 돕기도 했다. 동남아에 학교 건립을 했던 것도 지역사회의 도움이 컸기 때문이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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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승 소장은 이명박 정부의 이주노동자정책에 대해 우려했다. ⓒ 윤성효

이철승 소장은 이명박 정부의 이주노동자정책에 대해 우려했다. ⓒ 윤성효

 

"산업연수생 제도 위헌판결이 가장 의미있었다"

 

- 아쉬웠던 일은?

"성과도 있었지만 법·제도나 인권·불법체류자 문제 등에 있어 아쉬움이 많다. 현재는 미등록자, 즉 불법체류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고민이다. 그들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이주노동자 노동시장의 50%를 차지하고 있지만 권리구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그들은 강제추방을 당하기도 하고, 단속을 피해 달아나다가 목숨을 잃기도 한다. 보호소에 있다가 화재가 나서 집단으로 사망하는 일도 벌어졌다. 현재 불법체류자가 23만명인데, 참여정부 때 합법화하지 못했다. 권리를 침해당하고 숨죽여서 노동하는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게 아쉽다."

 

- 상담소 운영에 있어 어려움은 없는지. 재정 후원 상태는?

"시간이 지났다고 해도 재정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현재 상근자가 13명인데 정상적인 대가를 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상근자들은 봉사하다시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 지원은 받지 않는다. 여러 분야에서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다. 많은 의사와 66개 병의원이 이주 노동자의 건강 도우미로 나서 무료진료를 해주고 있다.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은 법률 문제가 있으면 무료변론해주고 있으며, 교사 20여명은 한글학당에 참여하고 있다. 지역의 많은 행정기관도 우호적이다."

 

- 이명박 정부의 이주노동자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새 정부가 국민들의 동의를 얻었다고 해서, 과거 개혁적 진보정권과는 달리 보수의 기조로 갈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국민으로부터 위임을 받았다고 인정하더라도, 보수적 기조가 합리적이어야지 수구적이면서 퇴화한다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자세가 외국인 노동자 문제에 나타날 때 우려스럽다."

 

- 이명박 대통령이 이주 노동자에 대해 특별히 언급한 게 있는지?

"얼마 전 해당 부서의 업무보고 때였다. 당시 이 대통령은 '불법체류자가 노동조합을 만들고 노동인권을 떳떳하게 주장하며 법원에 소송을 내는 것은 불법체류자조차 법질서를 우습게 보는 것'이라 했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이런 현실은 없다고 했다. 외국인노동자들이 인권을 주장하는 것은 국가의 정체성에 혼란이 온다는 말이다. 친기업정책을 펴면서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의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 채 이주노동자 문제에 접근하는 것 같다."

 

- 새 정부 들어서서 이주노동자 정책이 수구적으로 될 것을 우려하는 것 같은데?

"이주노동자들은 우리 사회에서 무임승차한 게 아니며 놀고먹는 사람들도 아니다. 그들은 3D업종에서 노동을 충당하고 있다. 사용주가 불법고용을 하기에 불법체류자 문제가 발생하는 측면도 있다. 불법고용은 문제 삼지 않으면서 노동을 제공한 측면만 법질서 차원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다. 고용하지 않으면 불법은 없을 수도 있다. 뒷구멍으로 이주 노동자들을 쓰고 있는 고용주부터 문제 삼아야 한다."

 

- 새 정부 정책은 불법체류자를 없애야 한다는 것 같은데?

"현재 불법체류자는 23만 명이다. 그들을 다 내쫓는다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 기업은 연쇄 도산한다. 미등록자는 법의 잣대로 볼 게 아니라 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들을 쓸 수밖에 없는 기업의 현실도 있다. 불법체류자 문제는 과거 정부도 해결하지 못했다. 심사숙고해서 관련 단체나 전문가들과 함께 논의해서 합리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인권과 규제가 조화를 이루기를 바란다."

 

"불법체류자 23만 명인데 무조건 내쫓겠다는 거냐"

 

- 불법체류자에 대한 단속이 강화될 것으로 보는지?

"그런 측면이 있다. 불법체류자는 23만 명인데, 법무부의 단속 인원은 184명이다. 최근 정부는 전국 출입국관리사무소마다 정기적으로 단속 인원을 할당했다. 그렇게 할 경우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도망가다가 추락해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그렇게 할 경우 사회갈등의 요인이 될 것이다."

 

- 불법체류자가 각종 범죄를 저질러 사회문제가 되기도 하던데?

"불법체류자는 행정사범이지 형사사범은 아니다. 범법자이지만 범죄인은 아니다. 간혹 불법체류자들이 형사사건을 일으켜 언론에 보도되기도 한다. 그러면 범죄인한테 무슨 인권이 필요하냐고 말하기도 한다. 우리는 범죄인을 보호하자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범죄인은 법질서 차원에서 강력하게 다루어야 한다. 불법체류자가 범죄인은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 곧 18대 국회가 개원하는데 이주노동자 정책과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은?

"현재의 고용허가제는 규제기능 중심이다. 고용주나 노동자의 규제에 있어 서로 형평에 맞지 않고 현실에도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현재의 고용허가제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 체류 외국인의 지위를 보장할 수 있는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 체계적인 노동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국회에서 논의해 주기를 바란다. 앞으로 필요할 경우 한나라당이나 국회 상임위원회를 찾아다니며 설득할 것이다."

 

- 경상남도나 창원시 등 지역 자치단체와 행정기관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수도권을 제외할 경우 이주노동자들이 가장 많은 지역이 경남이다. 수도권은 자치단체에서 이주노동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종합복지센터를 건립하고 있다. 거기에 비해 경남은 도지사 공약사항인데도 종합복지센터가 없다. 창원과 김해, 양산, 거제, 진주에는 이주노동자들이 많다. 공단 주변에 그들을 돕고 행정지원을 할 수 있는 지원센터가 필요하다. 그것이 곧 기업을 돕는 일이라 본다. 이주노동자들을 돕는 길이 기업하기 좋도록 만드는 길이다."

 

- 이주노동자 문제를 외국과 비교하면 어떤가?

"몇해 전 일본에 간 적이 있다. 토론회장에 '외국인이 살기 좋은 사회는 내국인도 살기 좋은 사회'라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더라. 일본에서도 외국인은 복지나 인권 등에 있어 가장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외국인이 살기 좋은 사회라면 당연히 내국인도 살기 좋은 사회이기에 그런 사회를 만들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을 듣고 공감했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주노동자뿐만 아니라 국제결혼에다 2세까지 생겨나고 있는데, 그들이 살기 좋은 사회가 되어야 한다."

 

창립 10주년 기념식, 1일 창원 드래곤호텔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는 1998년 5월 1일 개소했다. 그해 7월 한국어학당을 시작했으며, 2003년 11월부터 2005년 1월까지 '외국인 노동자 강제추방정책 규탄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무료병원 엔젤클리닉'을 2003년 11월에 개소해 운영하고 있다.

 

상담소는 2004년 8월 '외국인산업기술연수생 제도에 대한 위헌확인소송'을 제기해 2007년 8월 일부 규정에 대해 위헌판결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이철승 소장은 2005년 12월 '제57회 세계인권선언일 인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번에 상담소는 창립 10주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연다. 5월 1일 오후 5시 창원 드래곤호텔에서는 '창립 10주년 기념식'이 열린다. 이날 기념식에는 10년간 활동 내용을 담은 <현장보고-이주민들의 대한민국>을 펴내고 출판기념식을 갖는다. 이날 행사에는 중국총영사관과 인도네시아대사관 관계자들도 참석할 예정이다.

 

상담소는 경남고용포럼과 민주사회를위한경남변호사모임과 공동으로 오는 5월 7일 창원대에서 '이주노동자포럼'을 연다. 이날 김준겸 미국 콜로라도주립대학 교수와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 김연식 노동부 외국인력고용팀 서기관 등이 참석해 발제를 한다. 이날 이철승 소장은 '이주노동자 노동실태의 현황과 해결 과제'에 대해 발제한다.

2008.04.30 12:24 ⓒ 2008 OhmyNews
#이철승 #이주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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