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무한도전>이 계속 1등 해야 하나"

김태호 PD가 말하는 <무한도전> 100회

등록 2008.04.16 12:02수정 2008.04.16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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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영 MBC 사장이 지난 3일 <무한도전> 촬영장을 방문해 특유의 포즈를 함께 취하고 있다. 맨 오른쪽이 김태호 PD. ⓒ MBC



MBC <무한도전>이 12일 100회를 맞았다. 여느 프로그램이라면 조용히 자축하고 넘어갔을 '100'이란 숫자. 그러나 <무한도전>의 100회는 안팎으로 요란했다. <무한도전>은 단지 한 편의 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은 예능프로그램이면서 예능프로그램의 유행을 창조하는 트렌드세터이고, 언제 어디서나 잘 팔리는 '상품'이며, 동시에 숱한 화제와 기사를 쏟아내는 이슈메이커이기도 하다. 2001년 MBC에 입사한 '회사원' 김태호 PD는 <무한도전>을 모르는 사람까지 이름을 알 법한 스타가 됐다.
   
모든 것은 <무한도전>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뤄졌다. '2% 모자란 평균 이하'의 여섯 명이 어떻게 대한민국 예능프로그램을 장악한 '거성'으로 성장했는지, 시청률 20%에도 어째서 위기설이 나도는 것인지 설명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쉽게 정의한다. <무한도전>이 매너리즘에 빠졌다고, 초심을 버렸다고 못 박아 버린다.

그러나 모르는 소리다. <무한도전>은 어제처럼 오늘도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물론 내일도 변할 것이다. <무한도전>은 정박된 배가 아니라 항해중인 배이고, 끊임없이 꿈틀대는 유기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한도전>이 100회를 지난 지금, <무한도전>의 어제를 돌아보고 오늘을 응시하며, 내일을 기대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김태호 PD와 80분간 대화를 나누며 정리해 본 <무한도전> 100회, 그리고 또 다른 100회 이야기.

0- 어제의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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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PD가 '무리한 도전'에 합류하면서 '무한도전-퀴즈의 달인'이 탄생했다. 왼쪽에서 세번째에 앉은 이윤석이 빠지고 정준하가 '무한도전'에 들어왔다. ⓒ MBC




시작은 <무모한 도전>이었다. 2005년 4월 23일 <토요일>에서 말 그대로 '무모한 도전'을 펼치던 프로그램이 <무한도전>의 시초였다. 이후 '무리한 도전' '무한도전-퀴즈의 달인'을 거쳐 2006년 5월 6일 비로소 독립하며 <무한도전>의 역사를 새로 쓰기 시작했다. 

'국내최초 리얼 버라이어티' 콘셉트를 내건 <무한도전>은 초반에만 해도 한자리수 시청률에 허덕이곤 했다. 그러나 MBC는 개편 때마다 <무한도전>을 살려뒀다. 유재석·박명수·하하·노홍철·정준하·정형돈 이 여섯 명의 캐릭터가 자리를 잡으면 '큰 웃음'이 터질 것을 짐작했던 까닭이다.

예상은 서서히 현실로 드러났다. 첫 번째 계기는 2006년 8월의 뉴질랜드 원정이었다. 더운 여름에 시원한 바다만을 찾던 여느 예능프로그램들과 달리 <무한도전>은 뉴질랜드로 원정을 떠났다. 그리고 여기서 드러난 각각의 캐릭터를 바탕으로 '친해지길 바래' '일찍 와주길 바래' 등의 시리즈로 흥행가도에 들어서더니 '패션쇼' '무인도 특집' 등을 거쳐 대한민국 최강 예능프로그램으로 등극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야심차게 준비한 드라마 '로맨스'가 혹평을 받는 등 고비도 있었다. 또 조금 느슨한 도전을 할라 치면 어김없이 언론과 네티즌의 질타가 쏟아졌다. 시청자들의 취향에 따라 매주 방송마다 호불호가 크게 엇갈리기도 했다.

표절 시비는 때를 가리지 않고 불쑥불쑥 튀어나왔고, 급기야 정준하의 술집 접대부 고용 사건으로 <무한도전>은 '무빠'(무한도전의 극성팬을 지칭하는 말)들과 함께 숱한 안티를 거느리게 됐다.

100-<무한도전>은 위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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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방송된 '댄스스포츠' 편은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과 웃음을 선사하며 호평을 받았다. ⓒ MBC


<무한도전>의 어제와 오늘의 가장 큰 차이는 하하다. 하하는 지난 2월 16일 '게릴라 콘서트'편을 끝으로 군에 입대하며 <무한도전>을 떠났다. '리얼 버라이어티'만큼이나 중요한 콘셉트였던 '6인 체제'가 무너진 것이다. 공백은 생각보다 컸다.

"거 봐라. 하하의 고마움을 알겠지?" 김태호 PD의 말이다. 그는 "하하는 제작자의 마인드를 갖고 있어서 정말 고마운 멤버였다"며 "이제 조금씩 빈 자리를 채워가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무한도전>은 계속해서 추락하고 있다. 언론의 표현을 빌리면 그렇다.

하하의 입대 뒤 3주 연속 방송된 '인도 특집' 편으로 시청률은 20% 초반까지 무너졌고, 3월 29일 '식목일 특사' 편에선 20%에 겨우 걸치더니 지난 5일 19%대까지 하락했다. 인터넷에선 <무한도전>의 위기를 진단하는 기사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온다. 김 PD의 말대로 "곧 있으면 부고가 나올 판"이다.

그는 말했다. "그동안 전교 1등을 했으니, 앞으로도 전교 1등을 해야 한다는 소린데, 왜 우리가 예능 1등을 해야 하나? 꼭 30%를 넘어야만 하나?"

그는 정작 <무한도전> 멤버들은 시청률이나 기사에 신경쓰지 않지만, 위기설이 하나의 사실이 되고 이 때문에 시청자들이 흔들릴까 걱정이라고 했다. 그는 <무한도전>이란 이름이 과소비되는 현상을 우려하고 있었다.

'인도 특집'이나 '식목일 특사' 편의 함의를 몰라주는 데 대한 원망도 있는 듯 했다. 김 PD는 지난 100회를 정리하고픈 마음에 '인도 특집' 편집을 외주에 맡기는 희생까지 감수했고, '식목일 특사' 편에선 사막에 나무를 심는다는 의미 외에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다 보면 언젠가 물이 무기가 되는 세상이 올 것이란 경고를 전하고 싶었단다. 하지만 대다수 언론은 시청률 수치로만 <무한도전>을 판단하기 급급했다.

200-그리고, 내일

방송가에선 3~4월을 '죽음의 달'이라고 한단다. 지난해 이맘 때도 그랬다. 그래서 <무한도전>은 3~4월에 소프트한 아이템을 다루고, 100회 이후로 고삐를 당길 계획이다.

<무한도전>은 지난해 50회 특집에서 100회를 기대했고, 이번 100회 특집에선 200회를 내다봤다. 그러면 200회도 이 멤버, 이 제작진 그대로? 답은 '알 수 없다'이다.

<무한도전>은 어떤 가능성에 대해서도 답을 열어뒀다. 지금의 '리얼 버라이어티' 콘셉트나 5인 체제 혹은 6인 체제, 김태호 PD나 유재석, 박명수 등의 멤버까지도 모두 바뀌지 않으리라고 장담하지 않는다. 김 PD는 "아이템도 구성도 중요하지만, 시스템이 중요하다"며 "바꿔보려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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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의 창조자 김태호 PD. ⓒ PD저널


김 PD는 <무한도전>을 처음 시작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단다. <베스트극장>처럼 PD들이 돌아가며 연출하면 좋겠다고. 그는 "나와 <무한도전>의 연결고리가 단단하다고 생각하지만, 닫힌 생각일 뿐"이라며 "1년씩 다른 PD들이 연출하거나, 후배 PD들이 와서 프로그램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PD의 말대로라면 <무한도전>은 200회에서 구성이나 형식이 바뀔 수도, 새로운 멤버가 들어올 수도 있다. "슈퍼주니어처럼 많은 인원이 따로 또 같이 활동하게 하고도 싶고, 2명씩 3명씩 활동하게 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게 그의 말이다.

아이템의 변화도 짐작 가능하다. 김 PD는 올해 들어 사회적 책임을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그는 "큰 주제를 더 크고 깊게, 고민할 건 같이 고민하고, 함께 방법을 모색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그의 관심 분야는 지구 온난화와 대체에너지 등이다. 앞서 방송된 '대체에너지 특집'이나 '식목일 특사'편이 그에 대한 예고라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이 같이 묵직한 주제들을 공익적으로 풀 생각은 없다. 어떤 주제든 <무한도전>은 '도전'으로 푼다.

시청자 참여 유도 또한 <무한도전>이 고민하고 있는 숙제. 김 PD는 "<무한도전>은 이제 우리 꺼라고 우기기엔 시청자들이 깊이 관여하고 있다"며 "시청자들에게도 프로그램에 대한 책임감을 조금 나눠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는 덧붙였다. "지금처럼 폭발적이진 않겠지만 <무한도전>이 장수하는 길로 가기 위해선 올해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꾸준히 늙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무한도전>의 오늘과 내일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무한도전>에 대한 사소한 궁금증

<무한도전>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화제를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임에 분명하다. 누가 게스트로 출연했는지, 지난 주 시청률이 얼마인지, PD의 패션은 어떤지 등 시청자들은 <무한도전>에 대한 모든 것을 궁금해 한다. 그 중에서도 사소하지만 너무나 궁금한 질문들을 던졌고, 김태호 PD가 답했다. 

- 제7의 멤버는 개그맨 김현철?
"논의된 바 없다. 지금은 이 생각 저 생각을 해보고 있다. 막내인 홍철이가 형이 되면 어떨까, 내가 형돈이와 준하 형의 중간 나이니까 내 나이쯤 된 멤버가 들어오면 어떨까, 하고 또 다른 그림을 그려보는 재미가 있다. 당분간은 하하의 빈 자리를 남겨둘 생각이다."

- 인기가 많아졌으니 출연료도 올랐나?
"처음에 비해 크게 변하진 않았다. 사실 우리 프로그램이 출연료를 좀 적게 주는 편이다. 하루 몇 시간 촬영하는 게 아니라, 1주일에 며칠씩 촬영하기도 하니까. 또 제작비도 큰 변화는 없다."

- 멤버들이 CF에 많이 출연하고 있는데.
"처음엔 좀 막았다. 사람들은 연예인이 CF에 출연하면 절정이라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연예인이 돈 버는 걸 내가 막을 순 없지 않나. '찍지 마' 할 수도 없고. 다른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건 눈여겨보는 편이다. 두 사람의 관계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소진시키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니까…. 그게 한계다."

- <무한도전> 티셔츠와 모자를 구입할 수 있나?
"조만간 MBC 기념품 판매 숍에서 구입할 수 있을 것 같다. MBC 기획조정실과 얘기를 마쳤다. <무한도전>의 로고는 아는 사람에게 부탁해서 직접 제작했고, 이를 새겨넣은 모자와 티셔츠 등 그동안 제작한 아이템만 10개가 넘는다. 언제까지 방송사가 광고를 팔아먹고 살 순 없지 않겠나. 비즈니스 마인드를 방송에 연결해 캐릭터 사업을 펼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PD저널'(http://www.pdjournal.com)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PD저널'(http://www.pdjournal.com)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무한도전 #김태호 #예능프로그램 #리얼버라이어티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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