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연 봄날에 웬 선글라스? 그럼 집에 있든지

[뉴스 속 건강 35] 초강력 황사 예고...만만히 보지 마세요

등록 2008.03.28 16:54수정 2008.03.2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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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봄기운과 함께 슬며시 따라오는 황사. '봄의 불청객'인 황사가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는 3월 말부터 4월까지 병원에는 유난히 기침, 가래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호흡기 환자들로 북적거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황사

몽골의 고비사막과 중국의 황토지대에서 형성되어 봄마다 우리나라로 날아오는 흙먼지.

 

급속한 공업화로 아황산가스등 유해물질이 많이 배출되고 있는 중국을 경유하면서 오염물질이 섞여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편 초강력 황사란 일반 황사(공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m³당 400∼800μg)를 훨씬 뛰어넘는 황사로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2년 4월 서울에서 m³당 2070μg, 2006년 4월 서울에 m³당 2321μg 이 나타난 적이 있다.

정기석 한림대학교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황사는 호흡기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과 응급실 방문 및 입원횟수를 증가시킨다"고 황사가 호흡기 질환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경고합니다.

 

올 초 기상청이 '올 봄은 황사가 없을 것'이라고 예보했었지만, 이런 예측을 무시하고 '황사'가 이미 몇 차례 우리를 찾아왔습니다. 더구나 최근 기상청은 기존의 예측을 깨고 다가올 4월 '초강력 황사 경계령'을 내렸습니다.

 

영국 시인 T. S. 엘리엇은 죽은 땅에서조차 라일락을 키워내기에 '4월을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표현했지요. 그러나 우리나라의 4월은 황사의 습격으로 인해 건강을 해치는 실제로 '잔인한 달'이 될 전망입니다. 

 

황사, 건강한 사람들은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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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황사에 영향을 주는 지역을 분석한 한국 기상청 자료. 기상청은 4월을 앞두고 ‘초강력 황사’의 경계령을 내렸습니다. ⓒ 기상청

우리나라 황사에 영향을 주는 지역을 분석한 한국 기상청 자료. 기상청은 4월을 앞두고 ‘초강력 황사’의 경계령을 내렸습니다. ⓒ 기상청

황사가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입니다.

 

특히 기관지천식 환자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가 황사를 흡입하면 기관지 수축 및 기도염증이 심해져서 호흡곤란이 유발될 수 있으며 심한 경우에는 급성호흡부전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정기석 교수는 "일반인보다 비염이나 천식과 같은 알레르기성 기도 질환을 가진 환자나 만성 폐질환에 의해 폐기능이 저하된 사람과 노인들은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런가 하면 황사는 평소 건강한 사람들의 호흡기까지도 위협합니다.

 

이양덕 을지대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황사 자체는 입자가 커서 대부분 폐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지는 못하지만 기도를 자극해 기침이나 가래 등의 증상을 유발하는가 하면, 몸의 1차 방어선인 코와 기관지 점막을 건조하게 만들어 바이러스나 세균 등이 우리 몸 안으로 쉽게 침입하여 감기 등 호흡기 질환에 쉽게 노출되게 한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므로 황사 주의보가 발령되었다면 가급적 야외 활동을 줄이고, 황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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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가 자욱했던 서울 도심의 자동차 행렬 ⓒ 오마이뉴스 권우성

황사가 자욱했던 서울 도심의 자동차 행렬 ⓒ 오마이뉴스 권우성

황사가 심할 때, 외출을 삼가야

 

황사는 호흡기에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닙니다. 황사의 이물질에 의한 자극성 결막염, 알레르기성 결막염, 안구 건조증 등을 악화시키거나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황사가 눈에 붙으면 각막에 이물반응을 일으키거나 자극이 느껴져 눈을 비빌 때 각막에 상처를 줄 수 있으며, 기존에 있던 안구 건조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김희영 강남성심병원 안과 교수는 "황사가 있는 날에는 외출을 삼가는 것이 상책"이라며 "부득이 외출해야 할 경우 보호안경을 끼고 귀가 후에는 미지근한 물로 눈을 깨끗이 씻어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하지만 소금물은 눈을 자극하므로 피해야 합니다.

 

실내에서는 가습기를 틀어 습도를 높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수나 을지대학병원 안과 교수는 "충혈을 가라앉히기 위해 시중에서 함부로 약제들을 장기간 사용하면 세균성 각막염이나 녹내장, 백내장 등의 부작용들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며 "전문의를 찾아 처방에 따라 안약을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합니다.

 

한편 황사현상이 있는 날에는 콘택트렌즈를 착용하는 사람들은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이수나 교수는 "황사가 심한 날에는 안경을 착용하는 것이 좋지만 굳이 콘택트렌즈를 착용할 때에는 가능하면 소프트 콘택트렌즈보다는 하드 RGP 렌즈를 착용하는 것이 알러지 결막염이나 안구 건조증을 예방할 수 있다"면서 "외출 후에는 손을 깨끗이 세척하고 렌즈를 빨리 빼는 것이 좋으며 물을 충분히 마셔 눈물이 원활하게 분비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합니다.

 

집에 돌아오면 우선 깨끗이 씻어야

 

광화문 일대. 황사에 코와 입을 가린 행인들. 외출 시에는 긴 소매 의복을 입고, 선글라스나 안경, 스카프, 모자, 마스크 등을 착용해야 합니다. 또한 콘텍트렌즈 사용자는 안경으로 대체해야 합니다.(자료사진) ⓒ 안홍기

광화문 일대. 황사에 코와 입을 가린 행인들. 외출 시에는 긴 소매 의복을 입고, 선글라스나 안경, 스카프, 모자, 마스크 등을 착용해야 합니다. 또한 콘텍트렌즈 사용자는 안경으로 대체해야 합니다.(자료사진) ⓒ 안홍기

황사는 봄철 피부에도 악영향을 끼칩니다.

 

피부가 황사에 노출되면 가려움증, 따가움, 심하면 발진, 발열, 부종 등을 일으킬 수 있고, 황사 먼지와 꽃가루에 의해서 알레르기성 피부질환도 발생하기 쉽습니다.

 

한편 황사에 실려 온 먼지가 모공에 달라붙으면서 모공을 막아 여드름, 뾰루지 등 피부 트러블이 빈번히 발생하므로 피부가 민감한 여성들은 더 주의해야 합니다.

 

구대원 을지대학병원 피부과 교수는 "황사가 있는 날에 외출할 때는 피부 보호를 위해 외출 전에 꼭 크림을 바르는 것이 좋으며 집에 돌아와서는 자신의 피부특성에 맞는 클렌징 제품을 선택해 클렌징 후 다시 비누로 씻는 이중 세안을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합니다.

 

또한 구 교수는 "세안을 할 때 너무 강하게 세안하지 말고 깨끗한 물에 여러 번 헹구어 내는 식의 방법을 쓰는 것이 좋다"고 덧붙입니다.

 

김상석 강동성심병원 피부과 교수는 "피부가 민감해져 있는 봄철 환절기에는 세안 시 얼굴을 너무 세게 문지르지 말고 자극이 강한 스크럽이나 클렌징 제품, 팩, 심한 마사지 등은 당분간 중단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합니다.

 

한편 김 교수는 "비누도 무자극성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피부가 민감할 때 새로운 화장품은 자극이 될 수 있으므로 평소 바르던 화장품을 바꾸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다가올 4월에는 '초강력 황사'에 의한 잔인한 달이 되지 않도록 건강관리에 더 신경을 써주시기 바랍니다.

 

황사 대처 10계명

1. 가급적 외출을 자제한다.

2. 집안청소 및 세탁을 자주하여 세균에의 노출을 차단한다.

3. 황사가 실내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창문 등을 점검하고, 실내에서는 공기정화기 등을 이  용하여 실내공기를 쾌적하게 유지한다.

4. 외출 시에는 긴 소매 의복을 입고, 선글라스나 안경, 스카프, 모자, 마스크 등을 착용한다. 콘텍트렌즈 사용자는 안경으로 대체한다.

5. 외출하고 돌아온 뒤에는 손, 발 등을 깨끗이 씻고, 양치질을 한다.

 

6. 평상시 물을 자주 마시고, 가습기 등을 이용하여 적절 습도를 유지한다.

7. 음식은 오염되지 않도록 위생용기에 보관하며, 식품가공 및 조리 시 종사자의 철저한 손씻기 등으로 2차 오염을 방지한다.

8. 황사에 노출된 채소, 과일 등 농수산물은 충분히 세척 후 섭취한다.

9. 황사 후 발생할 수 있는 전염병에 대한 예방접종을 실시한다.

10. 기침, 안구충혈 및 가려움, 피부소양감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의사와 상의한다.

 

(설인찬 대전대 대전한방병원 병원장)

덧붙이는 글 | - 엄두영 기자는 현재 경북 의성군의 작은 보건지소에서 동네 어르신들을 진료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입니다. 많은 독자들과 '뉴스 속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2008.03.28 16:54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 엄두영 기자는 현재 경북 의성군의 작은 보건지소에서 동네 어르신들을 진료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입니다. 많은 독자들과 '뉴스 속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황사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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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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