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을 알아야 큰 것을 얻는다

작지만 확실한 효과를 지향하는 새해 책 두 권

등록 2008.01.23 16:44수정 2008.01.24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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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은 인생의 축소판이다. 지금 당신의 책상은 어떠한가? ⓒ 도서출판 이아소

연초에는 나오는 책들이 정해져 있다. 우선 각종 트렌드나 경제예측을 다룬 책들이 많이 보인다. ‘ㅅ’경제연구소가 발간하는 전망서는 이 분야에서 이제 연초의 베스트셀러로 자리를 굳히기까지 했다(물론 그런 예측이 맞는지 틀리는지는 논외다).

인터넷 서점의 프론트페이지나 오프라인 서점의 판매대에는 자기계발 서적도 눈에 많이 띈다. 새해의 출발이니, 아무래도 목표도 많이 세우고 결심도 많이 하는 게 인지상정이리라. 특히 요즘은 ‘ㅍ’ 다이어리가 시장을 꽉 잡은 탓인지 그 다이어리만 쓰는 법을 다루는 책도 나온다.


이런 책들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이 두 권 있다. <마이크로트렌드>와 <부자가 되려면 책상을 치워라>(이하 책상을 치워라)다. <마이크로트렌드>는 제목 그대로 트렌드 관련 서적이다. ‘메가’ 트렌드가 아니라 아주 작은 ‘마이크로’한 흐름을 추적해서 보여주는 일종의 르포 모음집 같다.

<책상을 치워라>는 사무 혹은 학습 공간을 정리하는 방법을 담고 있는 자기계발 서적이다. 열정이나 도전 같은 ‘가치’보다는 아주 쉬운 ‘방법’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일견 <아침형 인간>이나 <단순하게 살아라>를 연상케 한다.

이 두 권이 눈에 띈 이유는 모두 작은 것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트렌드>에는 ‘젊은 뜨개질’ 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필자 또한 각종 트렌드 책들을 즐겨 읽는 편이지만 ‘뭐 이런 걸 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런데 읽어보니 생각이 바뀐다.

“첨단 기술의 움직임이 있으면 1차원적인 기술을 손에 익히는 사람들이 대거 생겨난다. 서비스 경제가 발달할수록 무언가를 스스로 만들어내고 "내가 해냈다"고 외칠 수 있는 기쁨을 느끼고 싶어 한다.”

억지춘향이 아니라 뜨개질이 가진 사회적 의미나 파장을 정확히 짚어주고 있다. 노령화나 도시화 같은 거대 담론을 앞장세우는 것보다는 이처럼 ‘피부에 와 닿는’ 현상을 앞세워 분석을 하니 다른 현상들을 바라보는 눈을 틔우는 데도 보탬이 된다.


<책상을 치워라>의 핵심은 이 한 마디로 정리된다. "책상은 당신 인생의 축소판이다" 책상이 지저분한 사람은 초점이 없고 중구난방인 인생을 살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것이다. 독자의 책상 위는 어떤가? 필자의 책상은 이 책을 읽고 나서 상당히 깨끗해졌다가 지금은 살짝 지저분해진 상태이다.

이 책의 저자에 따르면 어디론가 ‘행방불명’된 자료와 책, 서류 등을 찾느라 1년에 낭비되는 시간이 거의 한 달 정도라고 한다. 살면서 없어진 물건 찾느라 스트레스 받았던 기억은 누구나 있는데, 정말 그 시간을 합쳐 보면 1년에 족히 한 달은 될 듯도 하다. 필자의 경우에는 없어진 물건을 중복 구매하는 습성도 있어서 시간, 돈, 에너지 손실이 더 크지 싶다.

작은 것들 속에는 큰 흐름이 감춰져 있다. ⓒ 해냄 출판사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당장 실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필자에게 가장 시급했던 것이 책꽂이 정리였던지라 이런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책장은 그 사람의 사고의 성장을 표현하고 있다. 몇 년이 지나도 똑같은 책이 꽂혀 있다면, 그 사람의 사고는 정지해 있는 것이다.”

이 두 권의 책을 읽으면서 다른 책들을 살펴보니 확실히 ‘작은 것’ 선호현상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심지어 책의 ‘편집 체제’에서도 그것이 발견된다. <생각의 탄생>이나 <다산선생지식경영법> 같은 인문적 취향의 두툼한 책도 서술방식은 쉽고 사례 위주이다. 필자는 두 권의 책을 모두 화장실에서 읽었다. 앞에서부터 읽을 필요가 없으니 참 편하고 한 꼭지가 짧아서 신문대신 읽어도 될 정도다.

확실히 요즘 사람들은 작은 것을 선호한다. 예전 같으면 고개를 갸우뚱했을 작고 소소한 취미에 탐닉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사회 구조가 달라진 탓인지, 거대 담론의 매력도 확 줄어들었다. 이런 성향은 정치판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사람들은 이렇게 묻는다.

“그래서 뭐? 내가 어째야 하는 건데? 그게 나하고 어떤 상관이 있는데.”

뜨개질이나 책상 치우기는 직접 계획할 수 있고, 결과를 예상할 수 있고, 느껴볼 수 있다. 반대로 (요즘 인기가 뚝 떨어진) 정치적 결정 같은 것은 아무래도 멀고 먼, 따라서 체감하기 힘든 남의 일처럼 느껴진다.

작은 것의 매력은 확실하다는 데 있는 것 같다. 물론 사람이 ‘성장’함에 따라 작은 것의 범위도 조정되겠지만, 어쨌건 우리는 자신의 손에 확 쥘 수 있는 것을 더 선호한다. 하지만 ‘생각은 크게, 행동은 작게’는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진리가 아닐까 한다. 작은 것을 작게만 생각한다면 '파편화되고 근시안적인' 사고에 빠질 테니까(다행히도 두 권의 책 역시 그런 편향을 피하느라 고심한 흔적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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