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은 누가 만드는가?

쫄바지에서 레깅스로

등록 2007.11.27 09:36수정 2007.11.27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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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겨울, 그 초입이다. 가을 비가 그간 물 들었던 잎들을 떨어뜨리더니 하루 아침 나절 사이에 칼 바람이 매섭다. 보온에 유의해야 할 때다. 이와 동시에 여성들의 치마 아래로 드러난 다리가 슬쩍 걱정스러워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거리를 걷는 치마나 짧은 바지를 입은 여성들 중에서 맨 다리를 내놓고 다니는 경우는 찾기 힘들다. 거의 대부분이 한참 유행중인 '레깅스'를 신고 있기 때문이다.

 

올 가을부터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며 이른바 '레깅스 패션'이 20~30대 여성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이와 같은 추세로 현재 시장에는 다양한 종류와 색상을 가진 레깅스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유행의 중심에 선 이 '레깅스'란 무엇일까. 

 

한 백과사전은 레깅스를 '허리에서 발끝까지 덮이는 유유아용(乳幼兒用) 바지'라고 정의내리면서 보온성이 뛰어나 겨울옷으로 없어서는 안될 옷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 레깅스를 보다 보면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바로 과거에 우리가 어릴 적부터 즐겨 입었던 '쫄바지'가 그것이다.

 

사실 '쫄바지'는 레깅스의 우리나라 말 정도로 보아도 될 법 싶다. 백과사전에서 설명하고 있는 바와 마찬가지로 신축성이 좋고 보온성 또한 뛰어나 어린아이들이 즐겨 입었던 쫄바지는 이제 성인 여성들이 즐겨 입는 옷으로 그것을 입는 주체가 바뀌었을 뿐이다. 유행을 즐기기에는 그 힘이 미약한 어린아이들에서 유행을 한참 즐기며 동시에 그 흐름을 만드는 성인 여성으로 그 주체가 바뀌면서 쫄바지는 이제 레깅스로 '개명'됨과 동시에 올 가을 머스트 해브 아이템(Must-Have-Item)으로 급부상 했다.

 

그렇다면 그 흐름은 누가 만드는가? 트랜드메이커(Trend Maker)인 일반 성인 여성 한 명이 만드는 것일까. 대답은 'No'이다. 현재 유행하는 패션의 흐름이란 자연스러운 생성보다는 '만들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시작은 해외 유명 디자이너의 패션쇼일 수도 있고, 그것을 발 빠르게 흡수해 미디어에 선 보이는 연예인일 수도 있다. 또는 '이것이 올 가을 유행 아이템이다'라고 예측하는 유명한 스타일리스트일 수도 있겠다.

 

그들은 유행을 만들며 그것을 유통시킨다. 처음엔 유행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흐름을 쫓고 그 다음엔 그저 유행을 따르는 소비자들이 흐름에 동참한다. 유행의 시발점은 소수이지만 그 소수들은 대중을 사로잡을 수 있는 위치에 있기에 소수가 만든 흐름에 다수가 동참하면서 진짜 유행이 된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대중들은 한 가지를 오래 즐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행을 따르지 못한다고 '나는 패션 감각이 떨어지나봐'라고 걱정할 필요 없다. 유행은 말 그대로 흘러가고 있으며 지금도 누군가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있다. 당신도 유행을 만들 수 있다.

 

물론 그것은 남들이 보기에도 아름다워야 한다. 보기 좋아야 할 것이다. 당신이 미디어에 자주 출현하거나 대중을 움직일 만한 힘이 없다면 유행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갑절이나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남들보기에 역시 아름답다면 그것이 시작이 될지도 모른다. 과거의 쫄바지가 현재의 레깅스가 된 것처럼 말이다.

2007.11.27 09:36 ⓒ 2007 OhmyNews
#유행 #쫄바지 #레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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