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와 참여로 일군 작은 승리

부천시의회, '거주외국인지원조례(안)' 본회의서 부결

등록 2007.10.30 08:43수정 2007.10.30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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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6일 오전 10시, 부천시의회에서는 논란이 뜨거웠던 ‘거주외국인지원조례(안)’을 포함해 4대 상임위에서 심의·상정한 안건을 처리하기 위한 본회의가 열렸다. 부천시의 조례안 기습 상정에 대한 민간단체의 문제제기와 긴급 대응이 이어지는 가운데, 10월 22일 부천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 상임위에서 ‘다문화교류센터 설치·운영’ 내용을 담은 13조를 삭제한 조례(안)이 수정·통과되었다.

이 날 시에서 발의한 조례(안)에 대해 답변자로 나선 부천시청 총무과장의 맥락없고 무책임한 인종차별 조장 발언이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된 바 있고, 이에 대해 ‘차별없는 조례 제정’을 촉구하며 모인 부천시 27개 시민사회단체와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가 규탄 성명서를 발표하고 지역일간지 및 한겨레와 오마이뉴스 등에 비판 기사가 게재되는 등 조례(안)의 처리 결과는 그 자체로 귀추가 주목되는 사안이었다.

이에 14명의 시민단체활동가가 본회의 방청에 참여하여 ‘거주외국인지원조례(안)’의 처리 과정을 지켜보았다. 
 
윤병국 의원의 양심과 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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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국 의원의 반대발언 15분이 넘도록 간곡하게 이어진 반대토론 모습, 끝까지 소신을 굽히지 않은 윤의원의 노력으로 부천시는 치명적인 독소 조항을 포함한 '거주외국인지원조례' 제정을 피할 수 있었다. ⓒ 김정온@부천매일

▲ 윤병국 의원의 반대발언 15분이 넘도록 간곡하게 이어진 반대토론 모습, 끝까지 소신을 굽히지 않은 윤의원의 노력으로 부천시는 치명적인 독소 조항을 포함한 '거주외국인지원조례' 제정을 피할 수 있었다. ⓒ 김정온@부천매일

본회의는 각 상임위에서 심사보고한 안건에 대한 시정질문과 답변 그리고 처리로 이어졌다.

 

정회 후 속개된 회의에서 각 상임위의 안건 처리는 충분히 토의된 결과라는 전제 하에 오로지 원안 가결을 위한 요식 행위인 듯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단지 통과의례에 지나지 않는 본회의를 지켜보는 시민단체활동가들의 관심은 ‘거주외국인지원조례(안)’의 처리 결과에 모아졌다.


의사결정 제 17항 ‘거주외국인지원조례(안)’의 원안 가결을 묻는 위원장에 발언에 윤병국 의원이 반대의사를 표명했고, 다른 안건들을 모두 처리한 후 찬반토론과 표결이 진행되었다.


반대토론에 나선 윤병국 의원은, 외국인의 지역사회 적응과 편익 향상을 목적으로 상정된 조례가 지원대상을 합법체류자에 한정하는 독소조항을 담고 있다는 지적을 시작으로 이번 ‘거주외국인지원조례(안)’이 그대로 제정되어서는 안되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하며 의원들에게 부결을 호소했다.


윤 의원은 현실에 근거한 중앙정부의 이주민 관련 지원과 인권지향적인 국제법의 사례를 들어 법제상 명확한 상위법 없이 제정된 행정자치부 표준조례안의 허구성을 반박하며 이주노동자와 결혼이민자를 포함한 거주 외국인 전반에 대한 합리적이고도 인권적인 접근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무려 15분 넘게 이어진 윤 의원의 반대 토론은 ‘거주외국인지원조례(안)’을 둘러싼 다양한 시각과 이의 제기에 대해 명쾌하고도 인도적인 관점을 견지한 논리적인 설명과 감성적인 호소까지 어우러진, 진정성을 담은 것이었다.

 

그리고 김원재 의원의 형식적인 찬성토론에 이어 무기명 비밀투표로 진행된 표결에서 재적 의원 30명 중 11명의 찬성 19명의 반대로, 부천시의 ‘거주외국인지원조례(안)’은 부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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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반투표 윤병국 의원의 반대토론과 김원재 의원의 찬성토론에 이어, 조례는 표결에 붙여졌다. 무기명 비밀투표로 진행된 표결에서 재적의원 30명에 찬성 11표, 반대 19표로, 조례는 부결되었다. ⓒ 김정온@부천매일

▲ 찬반투표 윤병국 의원의 반대토론과 김원재 의원의 찬성토론에 이어, 조례는 표결에 붙여졌다. 무기명 비밀투표로 진행된 표결에서 재적의원 30명에 찬성 11표, 반대 19표로, 조례는 부결되었다. ⓒ 김정온@부천매일
 
미래지향적이고 차별없는, 열린 사회 향한 준비를
 
치명적인 독소조항을 담은 차별적인 조례 제정의 위기는 본회의 부결로 이제 한숨 돌렸지만, 사실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다. 급변하는 사회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행정자치부의 차별적 ‘표준조례안’이 각 지자체에 시달된 지 1년이 지나며, 전국의 지자체에서 시대착오적인 조례안의 제정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앙정부 관련 부처의 체류 형태를 가리지 않는 이주민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이 진작부터 시행되고 있음은 물론, 우리 사회는 이제 갈수록 외국인과 함께 살아가는 열린 사회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봄 이미 법무부가 숙련 생산기능인력에 대한 선별적 영주를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고, 고용허가제 시행 3년을 맞으며 이주민의 불법체류 원인으로 지적되었던 단기순환 원칙 역시 재고용 절차를 도입함으로써 현실적인 보완책으로 기능하고 있다.
 
불과 며칠 전 법무부 출입국ㆍ외국인정책본부 추규호 본부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외국인 정책의 기본방향은 개방과 사회통합이라고 분명히 밝히면서, ‘불법체류자’ 문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단속을 하다 보면 불가피하게 인권문제가 생기며 이들을 모두 한꺼번에 추방하면 우리 경제는 마비될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문제는 부천시 총무과장의 말처럼 ‘난무하는 불법체류자’가 아니라, 급변하는 현실 대응을 위한 지혜를 모으기는커녕 저급한 인권의식으로 무장한 채 시대착오적인 법제와 시정을 강변하는 일부 공무원들이 빚어내고 있는 것이다.

부천시 ‘거주외국인지원조례(안)’의 부결은, 지역 사회가 차별없는 열린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해 겪어야 할 수많은 진통의 본격적인 시작이며 작은 승리였다.

덧붙이는 글 | 아시아인권문화연대는 부천에서 활동하는 이주노동자지원단체 및 시민사회단체들과 연대하여, '부천시거주외국인지원조례' 제정과 관련한 긴급 공동행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10월 22일 부천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상임위원회에서는 통과되었던 조례안이, 연대와 참여의 성과로 10월 26일 본회의에서 부결되었습니다. 전국적으로 볼 때 '거주외국인지원조례'와 관련한 싸움은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하며, 오마이뉴스 독자들과 함께 이 문제를 고민하고자 합니다.

2007.10.30 08:43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아시아인권문화연대는 부천에서 활동하는 이주노동자지원단체 및 시민사회단체들과 연대하여, '부천시거주외국인지원조례' 제정과 관련한 긴급 공동행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10월 22일 부천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상임위원회에서는 통과되었던 조례안이, 연대와 참여의 성과로 10월 26일 본회의에서 부결되었습니다. 전국적으로 볼 때 '거주외국인지원조례'와 관련한 싸움은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하며, 오마이뉴스 독자들과 함께 이 문제를 고민하고자 합니다.
#거주외국인지원조례 #아시아인권문화연대 #본회의 부결 #윤병국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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