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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에 '명품자막' 만드는 그들의 비결은?

[부산국제영화제] 7년째 PIFF 자막팀에서 일하는 '전반장' 인터뷰

07.10.01 14:29최종업데이트07.10.02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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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국제영화제


"완소 훈남" "겁나 피곤해요" "가슴은 므훗하던가" "코디가 안티인가 봐."

소위 '초·중딩들'이나 사용할 법한 이런 말들이 영화에, 그것도 극장 스크린에 버젓이 등장했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지난 5월 국내에서 개봉된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마리 앙투와네트>에서 이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작품 자체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고 초벌 번역을 그대로 사용한 '대략 난감'한 자막 때문에 관객들은 불쾌함을 감추지 못한 것. 좋은 영화는 좋은 자막이 완성한다는 사실을 확인해 준 '해프닝'이었다.

세계 각지에서 선별된 영화들이 모여드는 국제 영화제에서 좋은 '한글 자막'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진다. 할리우드는 물론 아시아와 유럽·라틴·이슬람 등에서 제작된 양질의 영화들도 한글 자막이 없으면 문자 그대로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심하시라. 올해로 열두 번째를 맞는 '부산국제영화제(PIFF)'에서는 국제적 실력을 갖춘 '자막팀' 덕분에 '영화의 잔치'를 마음껏 즐길 수 있을 테니.

대략 난감한 자막들? 걱정말고 보세요

개막을 5일 여 앞둔 지난 토요일(29일), 자막팀의 닉네임 '전반장'님과 이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7년째 자막팀에서 활동 중이라는 그는 '명품자막'을 기대해 달라는 자신감 넘치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다음은 전반장님과의 일문일답.

▲ <크로우즈 제로>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작품이며, 부산영화제 '월드프리미어'로 상영됩니다. ⓒ 부산국제영화제



-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성명: 전 반장(자막팀에서는 애칭이 본명을 대신합니다.)
생년월일: 계란 한 판 정도?
담당하는 언어: 가리는 것 없습니다. 영어·일어·중국어·독어·불어 등 대본만 있음 오케이죠. 하지만 번역자가 없는 관계로 제3외국어 대본은 사양합니다."

- 자막팀 작업은 처음이신가요? 지원 동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올해로 일곱 번째입니다. 6회 때 당시 PIFF 홈페이지에 올라온 스탭 공고를 보고 지원했습니다. 영화를 아주 좋아했던 터라 1회 개막식부터(아직도 기억합니다. <비밀과 거짓말>이었죠) 늘 관객으로 즐겼었는데, 손님을 맞이하는 '쥔장'의 입장으로 영화제를 경험하고 싶어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 자막팀에는 어떤 분들이 계신가요?
"영화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나 다른 언어를 공부하시는 분, 유학하고 오신 분들이 많구요. 소개로 지원을 해서 일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 외에도 스태프(staff) 활동하고 싶어 지원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한 번 자막팀을 경험해 보신 분들은 '축제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해 다시 지원하게 되어있죠. 그래서 경험자들이 다음해에도 일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라이브'로 진행되는 관계로 일 처리나 사고 대처법 등 신입보단 경험자가 유리하죠."

- 영화 자막 업무는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나요?
"작품이 들어옵니다→ 스포터 선정→스포팅 작업→번역가 선정→번역 작업→교정가 선정→교정 작업→교정 확인 작업→필름본과 비교 확인→상영본 작업→각 상영관에서 오퍼레이팅 작업. 여기서 '오퍼레이팅'이란 프로젝트를 사용해 자막을 스크린에 투사하는 것을 말하죠.

한 영화당 걸리는 작업시간은 러닝타임, 영화의 대본난이도, 상영 스케줄, 영화의 성향 등 여러 변수에 따라 다릅니다. 쉬운 작품을 맡는 경우 반나절도 못돼 끝나는 경우도 있고, 어려운 작품의 경우 일주일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게 오래 걸리는 경우는 대본이 엉망진창에다 프리뷰로 보내는 영화의 음성과 자막이 불량할 경우입니다. 한 영화에 관여되는 작업 인원은 주로 스포터 한 명, 번역가 한 명, 교정가 한 명, 이렇게 총 3명이 투입됩니다."

- 활동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 혹은 좋았던 점.
"영화제를 2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 매일 매일이 고난의 연속입니다. 그래도 가장 힘들었던 점을 고르자면 실컷 자막 작업을 해두었는데, 필름이 완전 새로운 버전으로 편집되어 들어왔을 때죠. 게다가 핸드캐리(감독이 자신의 영화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자신이 필름을 가지고 들어오길 원하는 경우)로 상영 전날 필름이 들어올 때는 정말 앞이 캄캄합니다. 그나마 하루의 시간이라도 우리에게 주어진다면 사투를 펼쳐 자막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며칠을 밤샘 작업으로 반사 상태로 상영관에 오퍼레이팅 작업을 하러 가면 잠이 몰아친답니다. 감겨오는 눈과 희미해져 가는 의식을 이겨내며 관객들에게 완벽한 '명품자막'을 보여줄 때,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 관객들의 감탄과 환호성, 박수갈채가 터져 나올 때 보람을 느끼죠. 또 엔딩 크레딧에 자기 이름이 올라올 때 정말 뿌듯합니다. 그 맛에 이 일을 하는 거죠."

- 올 영화제 기대작, 혹은 가장 기대되는 순서가 있다면?
"기대작이 수두룩해서 콕 찝어 말을 할 수 없네요. 올해는 특히 <월드 프리미어>나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등 전세계 혹은 아시아에서 최초로 볼 수 있는 영화가 많다는 점이 너무 끌립니다. 또한 이스라엘이나 우크라이나·유고슬라비아 등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없는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 그게 PIFF에서 영화의 바다에 빠지는 이유가 아닐까요.

개인적으로 기대되는 순서가 있다면 피터 그리너웨이 감독과 배우 키무라 타쿠야의 방한이죠. 부산에서 이런 분들을 볼 수 있다니 '서프라이즈'입니다! GV(관객과의 대화)는 PIFF만의 자랑이니까요."

- 영화제를 찾을 관객들에게 한마디. 영화제를 즐기기 위한 나만의 팁(tip)이 있다면.
"너무나 좋은 영화들이 많습니다. 모든 영화를 섭렵할 순 없겠지만 관람 스케줄을 잘 짜셔서 명작들을 즐기시길 바랍니다. 각 상영관 이동시간과 동선을 생각해 예매하셔야 영화를 놓치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올해는 현장 판매표 비율이 높아져서 예매분이 매진되었더라도 서두르시기만 한다면 보고 싶은 영화를 즐길 수 있으니 참조하시구요, 교환도 홈페이지나 영화제 상영관 등에서 활발히 이루어지니 활용하시면 좋겠네요. 저희는 영화를 즐기시려는 관객분들을 위해 열심히 철야 작업 중입니다. 아무리 재밌는 영화라도 자막에 따라 내용이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올해도 '명품자막' 기대해 주세요."

자막팀의 강력 추천! 이 영화만은 꼭!

▲ <유, 더 리빙> 로이 앤더슨 감독 작품으로 '2007 칸 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에 출품됐으며 이번 부산영화제 '월드시네마' 섹션에 상영됩니다. ⓒ 부산국제영화제


추천작 전체 리스트는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 커뮤니티(http://cafe.naver.com/navertheatre)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아래는 '닉네임*추천작' 순입니다.

과장님(이철)
<Crows - Episode 0 (크로우즈 제로)> ★★★★★

100% 추천작(점잖은 어른 빼고) 만화를 원작으로 한 학원액션물! 간지가 좔좔!

오새댁
<You, the Living (유, 더 리빙)>

독특한 영화를 즐겨보시라규. 원망은 사절!!!

캉수쿤
<Darling (달링)>

이 세상 된장녀들이 잊고 살아가는 것

추타벅스
<Wolfhound (울프하운드)> ★★★☆

반지의 제왕 스케일, 스타워즈 광선검, 300명의 전사들, 황금박쥐 다 나온다 하지만 무언가 어설픈 이 감정은 무엇일까? 요새 러시아 돈 많다더니 진짜인가 보다

전반장
<大日本人 (대일본인)> ★ X 100

너무나 어이없어 웃을 수밖에 없는 최고의 코미디영화. 특히 라스트씬이 내 배꼽을 튀어나가게 한다. 우화화화화화화화홧.

▲ <대일본인> 마츠모토 히토시 감독 작품으로 부산영화제 '미드나잇 패션'에 상영됩니다. ⓒ 부산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PIFF 자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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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부산국제영화제(PI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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