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문화·중국인의 의식 이해하고 싶은가

[서평] 이화승의 <중국의 고리대금업>

등록 2007.09.20 21:02수정 2007.09.20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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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국을 위협하는 큰 나라이다. 정치는 공산체제이지만 경제는 이미 자본주의다. 덩샤오핑이 중국을 개혁 개방으로 이끈 후 중국은 미국 다음의 경제규모가 될 정도로 커졌다. 여기서 우리가 유심히 살펴볼 것은 중국이 경제발전을 단순히 덩샤오핑이 이룬 경제개혁에 초점을 맞추기에는 시간이 매우 짧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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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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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승은 <중국의 고리대금업>을 통하여 중국인의 역사 속에 흐르고 있는 경제논리를 잘 설명하고 있다. 고리대금=높은 이자로 돈을 버는 것이다. 중국은 역사 이래 금융업에서 어느 민족과 나라보다 재리에 밝았다.


"중국인들은 자신들이 타고난 상인이자 요리사라는 표현을 즐겨한다. 상업적인 면에서 중국인들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은 그 배경에 중국적 특성을 듬뿍 담고 있는 금융 시스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바로 전당포로 대표되는 민간 금융기관이 그것인데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오랜 역사적 전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본문 7쪽)


대금업은 위진남북조 시대 사원에서 시작되었다. 전당포는 그저 돈 없는 사람이 자기 물건과 돈을 교환하는 곳이지만 백성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유일한 금융기관이었다. 처음 전당은 매우 정치적이었는 데 경제적인 방향으로 자리를 잡았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전당업이 사원, 곧 절에서 시작되었고, 그 역사가 아주 장구하다는 것이다. 황실과 백성들이 불교에 심취하면서 보시로 사원의 부가 축적되었다. 사원이 어떻게 축적된 부를 이용했는지 이화승은 말한다.


"처음에는 금은보화를 땅에 묻어 보관한 뒤 조금씩 꺼내어 쓰기도 했으나 이는 항구적인 방법은 되지 못했고, 점차 사원이 직간접적으로 상업 활동에 참여하는 방법으로 전환했다. 백성들이 밀접한 지역이나 상업이 번화한 곳에 자리한 사원에서는 부근에 토지를 구입하여 가난한 농민들에게 소작을 주거나 건물을 지어 세를 놓기도 하여 세속적 상인인 집시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게 되었다." (본문 36쪽)


매우 흥미로운 주장이다. 불교는 세속적 욕심을 한없이 제거하는 종교이다. 탐은 불교에서 버려야 하지만 오히려 세속의 경제적 이익을 사원의 부를 채우는데 이용했다. 이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오늘날 종교가 물질주의에 함몰되어 가는 것을 보면 그들이 고리대금업은 아니지만 성도들이 땀과 눈물로 번 물질을 세속적 복을 위하여 헌금하라고 하는 것과 별다르지 않다.


당 나라 시대에는 이자를 매우 많이 받았다. 한 달에 10% 정말 고리이다. 당대는 제국의 진취적이고 개방적인 기상과 더불어 대금업도 전 시대에 비해 훨씬 다양했다. 당나라는 200여 업종이 있었는데 그 중 가장 규모가 큰 직업이 전당, 궤방, 추궤 등의 대금업이라고 이화승은 말한다. 당나라는 민영 대금업이 발전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지리적으로 백성들의 생활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했다. 사원은 신도의 신심을 대금의 전제로 했다. 민영전당포에는 특별한 금지 품목을 제외하고는 생활에 필요한 모든 물건을 전당할 수 있어 담보물의 종류가 다양했다. 한대 후로 정부에서는 극도로 사정이 어려운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여자나 어린 자녀를 맡기는 인신 담보 대금을 적극 금지했다." (본문 56-7쪽)


그렇다. 민영 대금업은 백성들 가까이 있었고, 백성들이 필요할 때 빌릴 수 있는 곳이었다.  어쩌면 오늘날의 금융업보다 사람을 더 많이 생각한 대금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송대와 명대 청대까지 내려왔던 전당포는 이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전당포는 중국의 역사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어느 분야보다 중국문화를 잘 반영하고 있다. 작은 책이지만 중국 문화와 중국인들의 의식을 이해하는데 좋은 책이다.

덧붙이는 글 | 이화승 | 책세상 | 2000년 07월

2007.09.20 21:02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화승 | 책세상 | 2000년 07월

중국의 고리대금업

이화승 지음,
책세상, 2000


#고금리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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