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이살로 국립공원에 도착하다

[마다가스카르 여행기 9] 이살로 국립공원 가는 길

등록 2007.08.24 10:09수정 2007.08.24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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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나란츄아 기차역 ⓒ 김준희

'나르시스'라는 이름을 가진 친구를 우연히 만났다. 미안드리바조에서 만났던 재크처럼, 나르시스도 여행가이드 일을 하는 친구다. 영어로 '나르시스'는 '자아도취'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는 것은 나쁜 일이지만, 내가 보기에 이 친구는 '자아도취'와는 별로 연관이 없어보이는 듯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나르시스를 만난 것은 피아나란츄아의 기차역이다. 오후 1시에 피아나란츄아에 도착해서 작은 호텔에 방을 잡고 대충 밥을 먹은 후에 기차역을 구경할 때였다. 기차역에는 특별한 볼거리가 없다. 피아나란츄아-마나카라 기차시간을 알아보기 위해서 기차역에서 서성일때 나르시스가 다가왔다.

"제가 도와줄 수 있을까요?"

마다가스카르의 어딜가나 내 모습은 외국인처럼 보이는 것 같다. 나르시스는 역에 붙어있는 커다란 기차 시간표를 가리키면서 나에게 알려주었다. 피아나란츄아에서 마나카라로 가는 여객열차는 일주일에 세번 있다. 반대로 마나카라에서 피아나란츄아로 오는 기차도 일주일에 세번 있다. 대충 10시간 정도가 걸리는데, 기차가 워낙 낡아서 자주 연착되는 것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단다. 나르시스가 말했다.

"마나카라에 가려고요?"
"나중에요. 내일 우선 라노히라에 갈거거든요"
"거긴 어떻게 갈건데요?"
"미니버스타고 가야지요"
"표 끊었어요? 안 끊었으면 내가 도와줄게요"

피아나란츄아의 중심가는 넓지않다. 중심가의 한쪽 끝에 기차역이 있고, 다른 쪽 끝에 버스터미널이 있다. 나는 그 버스터미널 옆에 있는 작은 호텔 'Arinofy'에 방을 잡아두었다. 싱글룸이 하룻밤에 15000아리아리. 우리돈으로 약 8000원이다. 나는 나르시스와 함께 걸어서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피아나란츄아의 인구는 채 15만명이 되지 않는다. 마다가스카르에서 몇손가락안에 드는 커다란 도시지만, 수도인 타나와 비교하면 무척 작은 곳이다. 그 버스터미널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다. 호객하는 사람들, 돌아다니면서 물건을 파는 장사꾼들, 바닥에 주저앉아서 빵과 과일을 파는 사람들, 과일쥬스를 컵에 담아서 파는 사람들까지.

가이드 나르시스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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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나란츄아, 생선을 파는 사람들 ⓒ 김준희

이 버스터미널에도 여러개의 사무실이 있다. 나르시스는 그중 한군데로 들어가더니 말라가시어로 무슨 말인가를 하고나서 나에게 말했다.

"여기서 라노히라까지 18000아리아리에요"
"몇시에 출발해요? 몇시간 걸려요?"
"오전 8시에 출발하고, 대충 5시간 정도 걸려요"

그 정도면 적당하다. 나는 표를 예약하고 나와서 한쪽에 있는 가게 테이블에 앉았다. 피곤했다. 25시간 가까이 버스를 타고와서 몇시간 전에 도착한데다가, 피아나란츄아의 쌀쌀한 날씨때문에 몸이 조금 떨려온다. 나르시스는 두꺼운 파카에 털모자까지 쓰고 있다. 게다가 내일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야 한다. 여기서 맥주한잔 마시고 호텔에 들어가서 내일 아침까지 푹 자고 싶었다.

나는 맥주를 마시면서 나르시스와 이야기했다. 나르시스는 옆구리에 끼고 다니던 커다란 파일을 꺼내서 나에게 설명해주었다. 피아나란츄아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안드링챠'라는 국립공원이 있다. 안드링챠 국립공원에 가려고 하는 외국인 여행객들이 있는데, 나르시스는 바로 그 투어프로그램을 주선해주는 가이드다.

안드링챠에는 어떤 특별한 볼거리가 있을까. 그 곳에 해발 2600m 정도 되는 높은 산이 있다고 한다. 그 산에 오를수도 있고, 그 주변의 멋진 경관을 구경할수도 있는 프로그램이다. 투어프로그램도 2박3일부터 시작해서 그보다 더 긴 것들도 많다. 나르시스가 말했다.

"이 주변에 손으로 만든 공예품 파는 곳이 있는데 가볼래요?"
"아뇨. 지금 좀 피곤해서요. 라노히라 갔다가 여기 다시 올거니까 그때 구경하죠"
"거기 갔다가 피아나란츄아에 다시 올거에요?"
"다시 와야죠. 다시 와서 라노마파나에 가려구요"

이렇게 우리는 헤어졌다. 호텔로 돌아온 나는 씻고나서 침대에 들어가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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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나란츄아의 호텔, 아리노피 ⓒ 김준희

오전 7시에 눈을 떴다. 호텔에서 빵과 계란, 커피로 아침식사를 하고나서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8시에 출발한다고 했지만 8시에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8시부터 출발준비를 한다. 그리고 9시가 넘어서 출발했다. 피아나란츄아를 떠난 미니버스는 남서쪽으로 신나게 달려간다. 도로는 포장도로지만 험한 지형을 구불구불 돌면서 오르락내리락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 버스에는 나말고도 외국인 여행객이 3명있다. 이탈리아에서 온 여행객들이다. 지오반니와 그의 부인, 그의 딸이 함께 여행 중이다. 이탈리아의 토리노에서 왔다고 하는데 비행기는 워낙 비싸기 때문에 이렇게 버스를 타고 여행 중이라고 한다. 이들도 내일 이살로 국립공원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운이 좋으면 트렉킹 도중에 만날수도 있을 것 같다.

라노히라(Ranohira)는 이살로 국립공원 입구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이 마을에 오는 여행자들은 백발백중 이살로 국립공원에 가려고 하는 사람들이다. 이살로 국립공원은 워낙 넓기 때문에 혼자서는 들어가기 힘들고 가이드와 동행해야 한다. 그 가이드 자격증은 일정 자격을 갖춘 사람들에게 국가에서 발급해준다.

가이드 없이 혼자 들어갈수도 있을까? 어쩌면 그럴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멋모르고 혼자 들어갔다가는 커다란 공원에서 길을 잃기 쉽다. 단순하게 길을 잃는 것이 아니라, 길을 잃고 헤메다가 출구도 찾지 못한 채 까마귀밥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곳에 가면 광활하고 험준한 지형 속에서 탁트인 지평선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아껴온 돈을 왕창 쓰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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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온 지오반니 가족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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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8000원 짜리 방갈로 ⓒ 김준희

미니버스는 2시가 다 되어서 라노히라에 도착했다. 이살로 국립공원이 워낙 명소이기 때문에 이 작은 마을에는 호텔도 많고 가이드도 많다. 버스가 멈추자 주위로 많은 현지인들이 모여든다. 그중 한사람이 나한테 다가오더니 영어로 말했다.

"이살로 국립공원에 갈거에요?"
"예. 내일 가려고요. 어떻게 가면 되죠?"
"제가 공원 가이드에요. 원한다면 제가 안내할게요"

그는 나에게 공식 가이드 명찰을 보여주었다. '조지'라는 이름을 가진 가이드였다. 그의 안내를 받아서 나는 'Chez Alice'라는 방갈로 호텔에 방을 잡았다. 하루에 15000아리아리다. 나는 조지와 상의하고 나서 내일과 모레 이틀간 이살로 국립공원에 들어가기로 정했다.

이 공원 입장권을 사려면 마을에 있는 관리사무실에 가야한다. 그 사무실 입구에 가격표가 커다랗게 붙어있다. 하루 입장권이 25000아리아리. 2일 입장권은 37000아리아리다. 4일 이상 입장권은 50000아리아리다. 가이드 비용도 붙어있다. 대강 1시간에 10000아리아리 정도된다. 그동안 아껴온 돈을 내일모레 이틀 동안 왕창 쓰게 생겼다. 내가 말했다.

"내일 몇시에 출발해요?"
"오전 7시 30분에 출발하죠"
"그 시간에 마을상점 문 열어요?"
"예, 열어요. 아침에 물이랑 점심거리랑 사서 출발하면 되요"

나는 조지와 헤어져서 방으로 왔다. 씻고 정리하고 마을을 둘러볼 생각이다. 내일 트레킹이 과연 얼마나 힘들까? 쉽게 생각해보자. 이살로 국립공원은 우리나라의 지리산 국립공원 또는 설악산 국립공원과 비슷한 개념일 것이다. 내일 코스가 아무리 힘들다 하더라도, 지리산이나 설악산에 오르는 것 만큼 힘들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도봉산을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것 정도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이 방갈로 호텔에서는 멀리 지평선이 보인다. 그리고 다른 쪽으로 이살로 국립공원의 외곽이 보인다. 그 모습은 마치 커다란 암석들로 평원의 한쪽을 막아 놓은 것 같다. 나는 방갈로를 나와서 마을로 향했다. 혹시라도 이 지역을 여행할 여행자가 있다면, 피아나란츄아에서 라노히라로 오는 미니버스를 타볼 것을 '강추'한다. 오는 동안 버스 창 밖으로 기가막힌 경치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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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갈로호텔의 풍경 ⓒ 김준희

덧붙이는 글 | 2007년 여름, 한달동안 마다가스카르를 배낭여행 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2007년 여름, 한달동안 마다가스카르를 배낭여행 했습니다.
#여행 #마다가스카르 #이살로 #국립공원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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