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자들은 어디에 있는가

아프카니스탄 한국인 피랍보도는 '베끼기 경쟁'

등록 2007.08.04 17:04수정 2007.08.04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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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피랍자들의 모습을 방송한 알자지라 방송의 동영상. ⓒ 알자지라 방송 캡쳐

아프가니스탄(이하 아프간) 한국인 피랍 인질 사건으로 전 세계의 눈과 귀가 한 곳에 쏠려있는 상황에 지난 1일 외신뉴스 한 줄에 온 나라가 법석을 떨었다. '아프간 군이 한국인질을 구출하기 위해 군사작전 개시'라는 로이터의 보도로 국내는 말할 것도 없고 전 세계가 떠들썩했다.

그러나 오보였다. 로이터의 기사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한국 언론의 허점이 여기에 있다. 독자적인 소스, 즉 취재원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피해당사자가 자국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신문들은 마치 이방인처럼 AP·AFP·로이터통신·아프간 이슬라믹 통신 등에서 보내온 기사를 붕어빵처럼 구워 짜깁기하듯 토해내고 있고 TV방송도 CNN이나 알자지라 방송 등의 자료화면을 적당히 편집하여 내보내고 있는 것이 우리 언론의 현주소이다.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그곳에 우리 한국인 23명이 탈레반들에 의해 납치되었고 그중에 이미 2명은 희생되었으며 나머지 피랍자도 죽이겠노라고 협상시한을 정해놓고 피 말리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자연히 국민의 눈과 귀는 언론에 몰려있다.

알자지라 방송은 북경에 특파된 취재진을 이번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한국에 파견하여 한국의 반응을 취재해 보도한 적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한국 언론은 남의 집 불구경하는 듯한 모습이다.

이번 아프간 한국인피랍사건을 보면서 특이한 것은 피해당사자국이 아니면서도 특파원을 현지에 급파한 일본의 NHK나 요미우리신문·교토통신 등의 활약이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사건에서 우리가 다루지 못한 인질의 상태를 처음으로 보도하는 등 나름대로 적극적인 보도를 해 한국 언론이 오히려 일본 언론을 인용하는 참담한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한국과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일본 언론이 한국 언론을 인용 보도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한국 언론들이 일본 언론을 인용하는 기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기자는 현장에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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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 지역인 칸다하르 지역의 현지인들. ⓒ 전상중

언제 어디서나 기자는 사건의 현장에 있어 왔다. 그래야만 생생한 정보를 전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취재진들은 지금 모두 사건 현장인 아프간이 아닌, 두바이에 모여서 세계의 유수통신들이 전하는 뉴스를 받아 앵무새처럼, 붕어빵처럼 토해내고 있다.

신문은 복사기처럼 외신이 보내온 기사에 머리글을 어떻게 뽑아야 하는가에 관심 있고 TV방송은 외신이 보내온 영상자료를 적당히 편집하여 마치 자사 특파원이 취재한 것처럼 눈 속임질을 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 언론 들이 해외 취재를 한 보도를 많이 읽고 보아왔다. 오대양육대주를 누비면서 특집이니 심층보도니 특별기획이니 하는 구실로 만든 보도물을 보면서 '국력은 곧 언력'이라는 말이 생각나기도 했다. 이라크에 파병된 한국군 활동상을 현지에서 전하는 KBS 기자나, 연초에 아프가니스탄의 바그람에서 생생하게 한국군의 활동상을 전한 YTN 기자의 방송모습을 지켜보면서 우리에게도 대단한 기자들이 많구나 하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독자나 시청자가 가장 궁금해하는 이번 사건의 경우 어느 언론사, 한 사람의 기자도 아프간의 카불이나 바그람에 들어가 생생한 뉴스를 전해주지 않는다. '아프간 정부가 비자를 발급해주지 않아서'라거나 '다국적군이 취재허가를 해주지 않아서'라는 등의 어떠한 변명이라도 그것은 하나의 구실에 불과하다.

언론의 역할이 중요시되고 있는 현 실정을 고려할 때 지금이라도 풀 기자단을 구성해 현지에 파견하는 방법 등을 모색해야 하고 현장에 특파하지 못한다면 최소한의 다른 나라 경우처럼 중동지역, 중앙아시아지역 국가의 보도인력 양성에 지금이라도 힘써야 한다.

최초의 종군기자로 나폴레옹의 독일 원정을 최초로 보도한 <더 타임즈>의 로빈슨 기자와 크림전쟁을 보도한 러셀 기자를 꼽는다. 요즘도 세계의 유수언론사들은 사건이 있을 때마다 그 사건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그곳이 어디라도 달려가는 열정을 보이고 있다.

그것은 곧 시청률과 구독률, 즉 돈과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기자의 소명감이기도 하다. 그리고 세계의 사건들을 중계방송하듯 지구촌 멀리서 일어나는 상황을 생생한 모습으로 안방까지 전해줄 수 있는 방송장비들의 등장으로 CNN은 이라크전쟁 상황을 생생하게 보도해 그 명성을 확고히 하기도 했다.

우리에게 로빈슨이나 러셀 같은 기자는 없는가? 우리 언론은 언제까지 앵무새처럼 우리 국민의 관심거리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외국 언론이 보내온 자료를 외우고만 있을 것이며, 복사된 내용만 똑같이 전할 것인가?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제 개인의 견해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제 개인의 견해입니다.
#아프간 #한국기자 #미디어비평 #종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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