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면 청계천에 발 담그지 마세요

'1급수' 청계천, 비만 오면 오염물질로 몸살

등록 2007.07.24 15:29수정 2007.07.25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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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6월 8일 오전 서울 청계천 일대에 30여분간 비가 내린 가운데 10여개의 우수관 수문이 동시에 열리면서 도로 주변의 오물과 쓰레기가 청계천에 흘러들어 인도와 하천 바닥에 시커먼 찌꺼기가 쌓여 악취를 풍겼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난 18일 청계천에서 발 담그며 놀았던 젊은 커플이 가려움증에 시달렸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를 받아 다른 언론은 청계천에서 '때 아닌 발 담그기 안전성 논란'이라고 보도했다.

서울의 대표적 관광명소로 자리잡은 청계천에서 수질 오염에 의한 발 담그기 논란은 시민들의 관심을 끈다. 청계천을 찾은 사람들 중 많은 시민과 아이들이 발을 담그거나 아예 물로 들어가 놀기 때문이다.

3800억원이라는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고 지난 6월까지 우리나라 전체 인구보다 많은 5000만명이 다녀간 청계천 수질에 정말 문제가 있는 것일까? 청계천에서 발을 담가서 피부질환이 걸렸다는 것이 정말 사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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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청계천에서 한 어린이가 물놀이를 하고 있다.(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권우성


청계천 물, 정말 더러운가

이에 대해 서울시는 청계천의 수질은 1급수에 가깝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까지 청계천이 오염돼서 또는 청계천의 다른 원인 모를 이유로 피부질환이 걸렸다는 확실한 근거는 찾기 힘들다. 처음 사례를 보도한 언론도 청계천에서 발을 담근 것이 유력하다고 했지 직접적인 원인이라 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서울시가 주장하는 것처럼 청계천에서 언제든 발을 담가도 문제가 없는 것일까? 또한 어디서든 발을 담가도 피부질환 등 이상이 없을까?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다. 청계천은 시간당 10㎜ 이상의 비가 오면 전구간에서 빗물과 섞인 하수가 월류하고 유입 지천의 오염 부하량 역시 많기 때문이다.

2006년 봄에 발생한 청계천 물고기 떼죽음은 바로 초기 강우 때 월류된 하수가 원인이다. 일반적으로 월류수의 수질은 BOD 평균 90ppm (합류식관거)이다. 평상시 청계천의 BOD가 1ppm 전후인 것을 생각하면 평균 90배 이상 높은 오염물질이 한꺼번에 유입되는 것이다.

또한 월류수에는 대장균 등 각종 세균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 대체적으로 우리가 쓰다 버린 하수에는 대장균 (총대장균군)이 10만~30만개가 검출이 된다. 대장균은 하천의 수질지표로 활용되고 있는데 대장균 수치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각종 병원성 세균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 오면 몸살 앓는 청계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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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우수토구. 청계천은 시간당 10mm의 비가 오면 자동으로 문이 열려 하수가 유입된다. 유입된 하수는 오염 농도가 높으며 각종 세균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 이철재

청계천에서 하수 월류수 유입으로 수질에 문제가 되는 곳은 대표적으로 3곳을 지적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청계천 시작 지점인 청계광장이다. 이 곳은 평상시 분수 형태로 시원한 물을 청계천으로 뿜어내는 곳이다. 그러나 청계광장 바로 아래 지점은 청계천의 최상류로 이어지는 복개된 하천이다.

복개 하천 내부는 양쪽으로 하수 차집 시설이 있는데 위가 뚫려있는 박스구조로 비가 오면 바로 월류한다. 하수 차집 시설을 완벽하게 밀폐형으로 만들 수 없는 것은 우기 때 유입량이 늘어나면 빠져나가지 못한 하수가 자칫 가정이나 건물로 역류되기 때문이다.

월류수가 문제가 되는 다른 두 곳은 청계천 지류인 성북천과 정릉천이다. 두 하천 모두 평상시 물이 거의 없는 마른 하천이다. 청계천과 다른 점은 시간당 비가 2㎜만 와도 하수가 월류하는 점이다. 평상시 물이 적고 적은 비에 월류하면 하천에 흐르는 물의 오염농도는 무척 높을 수 밖에 없다.

이를 반증하듯 2006년 여름 서울시에서는 정릉천 물이 청계천으로 유입되지 못하게 차단하는 일도 있었다. 따라서 성북천과 정릉천이 유입되는 지점 부근은 우기 뿐 아니라 평상시에도 각별히 조심해야 하는 구간이다.

물벼룩 폐사 시킨 도로변 오염 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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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으로 유입되는 정릉천. 평상시 건천으로 2mm의 비가와도 하수가 월류한다. 그만큼 오염이 심한 물이 청계천 들어온다. 2006년 서울시에서는 정릉천 물이 아예 청계천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은 일도 있다. ⓒ 이철재

청계천 수질과 안전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또 있다. 바로 도로변의 오염물질이다. 서울시에서는 매월 1회씩 수질 조사를 한다. BOD를 보면 1ppm 내외. BOD로 따지면 청계천은 서울시 주장처럼 1급수에 가까운 물이다.

그러나 수질조사는 비가 올 때와 멈춘 후에는 시행하지 않는다. 강우에 의해 수질 분석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울시의 수질 분석 자료는 일반적인 자료일 뿐 강우시 영향에 대한 분석 자료는 아니다.

초기 강우시 도로를 거쳐 떨어지는 빗물의 오염 농도는 심각한 수준이다. 물벼룩 실험을 해보니 1~2 시간 만에 모두 폐사했다. BOD는 최고 133.6ppm까지 나왔다.(환경연합 실시 2003년 초기 우수 수질 및 생물독성실험 결과) 도로를 거친 초기 빗물은 오염 농도 뿐 아니라 각종 세균 및 중금속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러한 오염물질이 비가 올 때마다 청계천으로 유입돼 수질과 생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 무조건 '안전' 외치지 말라

결론적으로 비가 올 때와 멈춘 뒤에는 청계천에 발을 담그는 것은 자제하는 편이 좋다. 특히 성북천·정릉천 구간은 평상시에도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서울시는 청계천이 무조건 '깨끗하다' '안전하다'라고만 주장해서는 안 될 것이다.

평상시가 아닌 우기 시 청계천 수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어느 지역에 어떤 영향이 크게 미치는지 등 체계적인 조사를 통해 시민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시민을 위한 올바른 행정의 모습이다.
#청계천 #수질오염 #대장균 #정릉천 #성북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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