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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의 '신인 마무리 실험' 성공할까?

후반기 두산의 운명 가를 임태훈

07.07.18 13:38최종업데이트07.07.18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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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SK와 2위 두산의 대결이 펼쳐진 7월 15일 문학구장.

1회초 김현수의 우월 솔로포와 6회초 최준석의 희생 플라이로 두 점을 뽑아 4회말 이호준의 적시타로 한 점을 뽑는데 그친 SK에 한 점을 앞서 있던 두산은 승리를 지키기위해 8회말 어린티가 가시지 않은 한 투수를 마무리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 투수는 선두 타자였던 박경완에게 풀카운트 접전 끝에 솔로 홈런을 내줘 2-2 동점을 허용하고야 말았다. 그렇다. 바로 이 투수는 두산의 새로운 마무리 투수로 낙점받은 '새내기' 임태훈이었다.

아쉽게 동점을 내주고, 8회말 최 정-나주환-정근우를 범타로 처리한 임태훈은 또다시 9회말 2사 만루의 위기에 몰렸다. 그리고 타석에는 앞 타석에서 동점 홈런을 뽑아냈던 박경완이 들어섰다. 신인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상황. 하지만, 임태훈은 침착하게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내 전 타석의 아픔을 되갚았다.

비록 2이닝 2안타 2볼넷 1실점으로 붙박이 마무리 보직을 받고 등판한 첫 경기에서 그가 얻은 기록은 블론 세이브였지만 가능성을 보여준 '절반의 성공'이었다.

불펜에서 완벽한 활약 보인 임태훈

서울고를 졸업하고 계약금 4억2천만원을 받고 두산에 입단한 임태훈은 전지 훈련지였던 일본 미야자키에서 랜들-신재웅과 더불어 '독서클럽'을 만들어 주목을 받았다. 일반인들 중에도 독서가 취미인 사람은 적지 않지만 운동 선수인데도 책을 즐겨 읽는 선수는 흔치 않음을 감안하면 독특한 취미였던 셈이다.

▲ 마무리 보직을 맡은 '신인' 임태훈
ⓒ 두산 베어스
야구라는 스포츠는 격렬한 체력 소모보다는 순간적인 근력 그리고 상대방과의 수 싸움이 주를 이루는 스포츠다. 특히 투수에게 타자와의 수 싸움은 절대적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전지훈련에서 책을 즐겨읽은 이 신인 투수의 깊은 생각은 타자와의 수 읽기에 도움이 될 것이었다.

이러한 기대에 걸맞게 임태훈은 당당히 개막전 1군 엔트리에 포함되는 영광을 누렸다. 그리고 4월 17일 현대와의 경기에서 프로 데뷔 이후 첫 홀드를, 5월 11일 대전 한화전에서 첫 구원승을 거둔 것을 시작으로 롱 릴리프와 셋업맨을 겸하면서 5승2패1세이브10홀드의 뛰어난 기록을 올렸다. 신인인데도 자신의 몫을 확실히 해냈다.

임태훈에 밀려 선발로 돌아선 정재훈

이렇듯 탄탄대로를 걸어온 임태훈에게 이제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팀의 '마무리'보직을 맡은 것이다. 이미 두산은 정재훈이라는 걸출한 마무리 투수를 보유하고 있지만 그가 전반기 막판 제구력에 애를 먹으면서 위태위태한 세이브를 이어가자 결국 칼을 빼는 것이었다.

▲ 선발로 전환한 정재훈
ⓒ 두산 베어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정재훈 역시 2003년 프로 데뷔 이후 주로 중간 계투로 뛰다가 2005년 시즌 전 마무리 투수로 낙점 받았던 '신인' 서동환이 부진에 빠지자 전격 마무리로 발탁됐다는 것이다. 당시 뛰어난 포크볼과 제구력을 갖고 있었지만, 마무리 투수의 제1덕목인 빠른 직구를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회의적인 반응도 많았다.

하지만, 자신의 강점을 제대로 살린 정재훈은 2005년 1승6패30세이브 평균자책점 2.09를 거두며 세이브 왕에 오르더니 지난 2006시즌에도 2승3패38세이브 평균자책점 1.33으로 한층더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올 시즌 역시 2승1패18세이브 평균자책점 2.17로 무난한 성적을 기록중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들쭉날쭉한 페이스가 이어지면서 결국 마무리 자리를 임태훈에게 내준 것이다. 신인에게서 받은 마무리 자리를 신인에게 내준 셈이다.

또 한 번의 '실험' 성공하나?

일단 두산으로서는 비록 임태훈이 신인이지만 정재훈보다는 구위에서 앞서는 데다 타자를 상대할 줄 아는 요령이 뛰어나 마무리가 제격이라는 판단으로 '신인 마무리'라는 실험을 강행했다. 하지만 지난 2005년 당시 '특급 신인'으로 불렸던 서동환을 마무리로 기용해 실패한 전적이 있는 두산으로서는 이번에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지난 15일 경기에서 임태훈이 첫 마무리 기회를 날려버렸기 때문에 이러한 불안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올 시즌 임태훈이 보여준 활약은 마무리를 하더라도 손색이 없다. 더군다나 조용훈과 신인왕 경쟁 중인 임태훈으로선 아무래도 스포트라이트를 더 받는 마무리 자리를 더 반길 수도 있다. 결국, 임태훈이 승부에 대한 부담감을 떨치고 자신이 가진 기량을 최대한 보여주는 것이 이번 실험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선두 SK와의 전반기 마지막 3연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하면서 1위 탈환의 꿈을 부풀리고 있는 두산의 도약에 임태훈이 선봉장으로 나설 수 있을까? 겁없는 신인의 후반기 활약을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스포홀릭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7-07-18 13:38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스포홀릭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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