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지적 감성여행 '가야여왕 허황옥 축제'

여성의 이름찾기는 '반란이 아닌 공존'의 모색

등록 2007.07.07 12:27수정 2007.07.07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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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지 감성투어와 워크숍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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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옥

문화관광부 2007년 양성평등 지역문화 확산사업으로 선정된 김해여성복지회의 '여성관광 김해투어로 성평등을 체화한다 가야여왕 허황옥을 찾아서' 성인지 투어 행사가 7월 5일부터 6일까지 1박 2일간 김해에서 치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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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옥

이번 행사는 김해여성복지관 장정임 대표를 비롯 김해시 운영위원들이 준비했으며 조한혜정(연세대교수), 고은광순(한의사, 호주제폐지전사), 임나혜숙(마산 mbc 사업국장), 김홍식(명지대 교수), 김영수(경남여성신문대표), 김미랑(서강대 교수), 세등스님(흥안사 주지), 엄을순(문화미래 IF대표), 김신명숙(미디어 포커스 진행자), 류숙렬(이프 출판위원회 위원장), 고영남(인제대 법학과 교수), 제미란(미술평론가)을 비롯한 교육, 문화계 인사들과 부산, 마산, 진해, 창원시 의원, 각 기관 단체장과 주부 등 전국에서 100 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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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옥

조한혜정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의 특성을 살린 문화를 '한류'로 만들어내야 한다"며'김해 허황옥축제' 등 지역축제를 잘 살려 범아시아 여성축제로 키워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허황옥을 만나다'는 성인지적 관점에서 가야문화에 녹아있는 양성평등의식, 문화적 다양성, 평등성 등을 살펴보는 것이라 의미가 컸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지 못함을 아쉬워했다.

성인지적 사고란 여성과 남성의 삶을 비교할 때 비주류화 되어 있는 여성 특유의 경험을 반영하며 특정 개념이나 내용이 특정한 성에게 차별을 가져오지 않는지를 살피는 사고방식을 말한다.

지금까지 남성중심적 사고에 의해 편중되거나 왜곡되었던 가야문화의 양성평등의 진면목을 차근차근 살펴보기로 한다.

여성무사의 이름은 그냥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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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에서 발굴된 여성전사의 인골. 키는 약 150cm로 다리 근육이 발달되었으며 지휘관이 사용하는 커다란 칼을 소지하고 있었다. ⓒ 이명옥

기원전 2만4천 년 전 오스트리아에서 토기로 제작된, 손바닥에 올려 놓을만한 여성상이 발견되었다. 그 상은 발견된 곳의 지명을 따서 '발렌도르프의 비너스'라고 명명이 되었고 오랜 세월 그렇게 불렸다. 그러다 페미니스트들에 의해 비로소 '비너스'라는 이름은 여러 가지이유로 지모신상에 적합지 않으며 지모신의 정체성마저 잃게 한다는 이유로 이의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름짓기(NAMING)에 연계된 정치, 사회, 문화적 권력구조를 파악했기 때문이다.

김해 대성동 고분군에서 출토된 순장당한 3구의 여전사의 인골과 김해 예안리 57호 고분에서 발견된 여전사 무덤에서는 남성전사의 무덤에서 나올 법한 유물들이 대거 쏟아져 나왔으며 대형 칼이 함께 출토되어 그 여전사가 지휘관의 위치에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가야국 시절엔 여성도 남성과 평등한 전사가 될 수 있었으며 지휘관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그런 여전사의 인골이 출토된 대성동 고분박물관에는 안타깝게도 여성무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으며 여전사의 모습을 부각시키지 않고 그저'여인'으로 보여주고 있어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남성중심의 가부장 사회가 만들어 낸 역사왜곡이었다. 진실을 그대로 보여주지 않고 축소, 은폐할 뿐 아니라 애써 무가치한 것으로 만들려는 노력은 남성이 권력의 중심에 선 이래 지금까지 지속되어 온 일이다.

21세기의 메가트랜드('거대한 흐름'을 뜻하는 용어) 7개 항목 중에 양성평등, 다양성, 평화가 들어있다. 기원전 4세기경에 이미 인도 아유타국의 공주를 맞아들여 국제결혼 가족을 꾸려 다양성을 실천하고, 왕비 허황옥과 정치적 동지로 권력을 나누어 양성평등의 삶을 실천했던 페미니스트 김수로왕과 가야국의 평등문화를 현대의 남성중심적 사고로 은폐, 왜곡, 축소 해석하는 것은 상당히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수천 년 역사 중에 기록으로 남은 여성의 이름은 소수에 불과하며 대부분 현모양처(신사임당)나 시와 가무에 능한 기생(황진이), 방종한 여성(허난설헌, 나혜석) 등 남성중심의 편중된 시각으로 채색되거나 왜곡된 채로 알려져 있다.

그런 이유로 학생들에게 역사 속 여성 인물을 떠올려보라고 하면 손가락 하나가 다 채워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기꺼해야 유관순 열사와 신사임당, 허난설헌, 황진이나 좀더 여성사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겨우 화가이자 시대를 앞선 페미니스트였던 나혜석을 떠올리는 정도다.

여신의 생식기를 본 딴 대성동 고분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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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생식기 모양을 하고 있는 대성동 고분박물관. 옆에서 보면 클리토리스 형태를 볼 수 있다. ⓒ 이명옥

김해에는 여성의 성기, 특히 신이 여성에게만 선택으로 제공했다는 최고의 성감대인 클리토리스를 확연하게 볼 수 있는 생태 환경적 건물 대성동 고분박물관이 있다.

"고분이란 무엇인가? 만물의 어머니인 우리의 신을 모신 신전의 다른 형상이 아닌가? 남성의 생식기는 외부로 거대하게 드러나는 것이 목적이지만 여성의 성기는 안으로 감추면서도 그 안에 우주를 모두 감싸 안는 게 아닌가? 이것이 이 건물(대성동 고분벽화)이 바라는 목표와 아주 닮았다. 말하자면 구지봉 앞의 김해박물관이 남성상을 표현하고 있다면 대성동 고분박물관은 당연히 외부로 드러나지 않고도 우주를 담아낼 수 있는 여성상을 표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이와 같이 건물을 설계한 김홍식 명지대 건축학과 교수는 "건물을 가능하면 고분 발굴 위에 짓고 될수록 야트막하고 간결하며 작아 보이고 부드러운 형상을 만들려고 하다보니 여신의 귀중한 생식기 모양으로 만들어졌다"고 글에서 밝혔다.

그러나 클리토리스를 닮은 대성동 고분박물관은 여성의 성기를 본 딴 사실을 숨기려는 일부 사람들에 의해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고 한다. 이것 역시 여성의 신체나 성기를 비하하거나 부끄러워하도록 교육받아 온 사람들의 편중된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지 않을 수없다.

성인지적 관점으로 본다면 남성의 성기를 상징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듯 부드럽게 우주를 감싸안는 여성성을 상징하는 여성 성기모양을 본 딴 건물을 부끄러워해야 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구지가와 편두가 상징하는 비밀은?

구지가

구하구하(龜何龜何) 거북아 거북아
수기현야(首其現也) 머리를 내밀어라
약불현야(若不現也)) 내어놓지 않으면
번작이끽야(燔灼而喫也) 구워서 먹으리


왕을 맞이하기 위해 불렀다고 전해지는 구지가는 우리나라 최초의 서사시로 고대 국문학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다. 지금까지 구지가에 대해 다양한 해석들이 전해지고 있는데 요즘은 남녀 간의 교합에서 느끼는 엑스터시를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에 비중이 가고 있다.

'구지가'는 놀랍게도 모계적 양성평등 사회에서 여성들이 남성의 성을 빗대어 희롱하며 부른 노래라고 한다. 거북의 머리는 남성의 성기를 상징하고 있어 현대적인 해석과 더불어 상당한 설득력을 지닌다. 가야국 여성들은 남성의 성을 노래로 희롱할 만큼 양성평등의 권리를 당당하게 누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놀라운 사실이었다.

대성동 고분에서 발견된 인두의 대부분은 이마가 납작한 편두다. 그것은 생후에 돌로 이마를 일부러 납작하게 눌러 고의로 편두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편두는 고귀한 신분의 상징이었을 뿐 아니라 남아를 편두로 만들면 목소리를 비롯해 남성 특유의 남성성이나 공격성이 순화되어 중성적인 양성의 기질을 띠게 되어 평화롭고 조화로운 성격을 지니게 된다고 한다. 편두는 가야가 지향했던 평화로운 양성평등 사회 의식을 잘 보여주는 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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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화가의 삶을 보여주는 퍼포먼스 ⓒ 이명옥

가야국을 비롯해 고려시대까지만 하더라도 여성은 성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비교적 자유로웠다. 딸이 제사를 모시기도 하는 등 많은 분야에서 양성평등 사회에 가까웠다.

따라서 이제는 조선의 유교적 가치관과 남성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남성중심의 관료적 사고로 왜곡, 굴절, 축소되고 여성이 고의적으로 배제된 부분들을 바로잡아 진실하게 역사를 보는 시각을 키워 나가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김해여성복지관의 장정임씨는 허황옥 실버축제를 비롯하여 지난 5년간 꾸준하게 성인지적 관점에서 가야국 시조인 김수로왕의 비였던 허황옥과 가야문화를 바로 알리는데 힘써왔다. 장씨는 시대를 앞선 간 가야국의  양성평등문화, 문화의 다양성, 평등성을 잘 살려 김해시가 지닌 고대 가야문화의 우수성을 아시아와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포부를 지니고 있다. 김해여성복지관은 이주여성들을 위한 외국인문화학교 등 이주여성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김해여성복지관의 장정임씨는 허황옥 실버축제를 비롯하여 지난 5년간 꾸준하게 성인지적 관점에서 가야국 시조인 김수로왕의 비였던 허황옥과 가야문화를 바로 알리는데 힘써왔다. 장씨는 시대를 앞선 간 가야국의  양성평등문화, 문화의 다양성, 평등성을 잘 살려 김해시가 지닌 고대 가야문화의 우수성을 아시아와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포부를 지니고 있다. 김해여성복지관은 이주여성들을 위한 외국인문화학교 등 이주여성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성인지 #허황옥 #가야 #구지가 #편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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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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