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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실패, 무엇이 문제였나?

[주장] 한국 스포츠외교의 문제와 대안

07.07.06 14:17최종업데이트07.07.06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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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지만 평창은 두 번째 도전에서도 실패했다. 그동안 노력한 모든 분들께 감사와 격려를 보낸다. 결국 스포츠 외교 전쟁에서 진 것이다. 평생 스포츠와 인연이 없었던 분이 평창유치 총책임을 맡게 되었을 때부터 불안은 시작되었다. 문광부와 유치위 간의 헤게모니 싸움도 효과적인 유치활동에 장애가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또 유치위 활동을 조직적이고 전문적으로 뒷받침해야 할 대한올림픽위원회(KOC)가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도 짚어 봐야 한다. 무엇보다 포스트 김운용을 대체할 인물이 부재한 한국 스포츠 외교를 방치해 온 지난 몇 년에 대해 문광부와 대한올림픽위원회가 반성하고 책임을 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한국스포츠외교의 문제는 두 가지인데, 김운용 이후 대안인물 부재와 시스템 부재이다. 첫째,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을 대신할 마땅한 인물 부재는 심각한 문제이다. 후계자를 육성하지 못한 채 김 부위원장이 불행하게 스포츠 외교의 무대에서 사라진 것은 국가적 손실이었다. 스포츠 외교 지도자는 일이 년만에 배출될 수 없다. 김 전 부위원장처럼 수십년간 공을 들여야 지도자가 되는 것이 스포츠 외교의 속성이다. 스포츠 외교는 소위 말하는 안면장사이기 때문이다. 동계스포츠 세계무대를 휘젓고 다니는 장명희 회장이나, 짧은 영어 실력에도 국제역도연맹에서 '빅 브라더'로 통하는 한국역도역맹의 여무남 회장이 대표적 경우이다. 결국 사람을 키워야 한다. 반복하지만 한국 스포츠 외교를 대표할 만한 지도자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때까지 김운용 전 부위원장의 역할이 절실하다. 김 전 부위원장께서는 앞으로 여생을 후계자를 키우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 국제체육계 인사들과 IOC 위원들 중 자신과 친한 친구들을 소개시키고 노하우를 전수하는 승계 작업을 해주시길 당부한다. 김 부위원장께서는 사소한 감정을 초월하여 국가를 위해 마지막 봉사를 하는 애국심을 보여 주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이런 전제하에서 김 전 부위원장에게 대한올림픽위원회(KOC)를 맡기는 발상의 전환을 제안한다. 이를 위해 현행 제도를 개정하여 김 전 부위원장이 스포츠 외교 무대로 복귀할 수 있는 명분과 여건을 조성하는 정치적 결단이 요청한다. 결자해지(結者解之)! 이제 참여정부가 풀어야 한다. 이것은 평창유치 실패로 얻을 수 있는 성과이자, 포스트 김운용을 대비하는 국가적 혜안이다. 둘째, 하루속히 스포츠 외교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포스트 김운용 이후 스포츠 외교 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돌이켜보면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체조 양태영 선수가 억울한 판정을 당하고도 어찌할 바를 몰라 우왕좌왕하면서 결국 금메달을 놓친 것은 시스템 부재에 기인하였다. 포스트 김운용의 대안도 없고, 시스템도 부재한 현재상태가 지속한 한국 스포츠 외교의 미래는 희망이 없다고 단언한다. 지난 몇 년간 국제스포츠 무대에서 불이익을 당할 때마다 시스템의 필요성이 잠시 거론되어왔고 이번 평창유치 실패 직후에도 시스템 외교가 또다시 거론되고 있지만 항상 지나가는 소나기에 불과한 말뿐이다. 다른 나라의 경우 스포츠 외교는 NOC(국가올림픽위원회)를 통해 시스템외교를 진행한다. 일본올림픽위원회(JOC)의 경우 외국어에 능통한 60명의 체육계 출신 상근 전문 인력이 스포츠 외교 노하우를 축적하고 정보를 공유하면서 국제연맹 및 스위스 IOC 본부와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 외교는 일부 후진국가를 제외하고 세계적인 추세이다. 그런데 한국 스포츠 외교를 책임져야 할 대한올림픽위원회(KOC)의 경우 상근 인력이 단 한 명도 없다. KOC는 이름만 존재할 뿐 대한체육회의 국제부가 스포츠 외교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즉 KOC는 '페이퍼 컴퍼니'이다. 기막힐 노릇이다. 시스템 외교 용어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현실이 지금까지 IOC를 비롯한 국내에 은폐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현재 국회에는 KOC 특수법인화 법안이 제출되어 있다. 이 법안의 주요 골자는 스포츠 외교 시스템 확립을 위해 형식적 기구에 불과한 KOC에 예산과 전문인력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데 있다. 그런데 일 년 반 넘도록 계류되어 있다. 국회 속기록에 의하면 2005년 11월 문화관광위원회의 공청회를 통해 KOC 법인화 필요성이 절대적으로 확인되었다. 그럼에도 KOC 법인화 법안이 통과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책임하고 무지한 일부 의원과 이 법안을 정쟁화하는 일부 의원, 그리고 관련 단체의 조직이기주의와 이에 편승하는 관련 부처의 무능과 무소신에 기인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해석이다. 결론적으로 미래 한국 스포츠 외교 시스템을 확립하려면 페이퍼 컴퍼니에 불과한 KOC를 정상화시켜야 하고, 그것은 KOC 법인화에 달려있음을 말해 두고 싶다.

덧붙이는 글 안민석 기자는 국회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위원과 남북체육회담 공동대표를 맡았습니다.
평창 동계 올림픽 김운용 IOC K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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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안민석입니다. 제 꿈은 국민에게는 즐거움이 되고 자라나는 세대들에게는 삶의 모델이 되는 정치인이 되는 것입니다. 오마이에 글쓰기도 정치를 개혁하고 대한민국을 건강하게 만드는 지름길 중에 하나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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