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양조위의 차가운 분노

[리뷰] 영화 <상성>, 양조위 변신은 좋으나 긴장감 떨어지는 전개 아쉬워...

07.05.31 18:15최종업데이트07.06.04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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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터질듯한 긴장과 갈등 속에 엇갈린 이중적 삶을 살아야 했던 두 사람 유건명(유덕화 분)과 진영인(양조위 분)의 운명을 다룬 영화 <무간도>(2002)는 기존 홍콩스타일의 무협, 판타지 영화류에 식상해 하던 국내 관객들에게 홍콩영화에 대한 편견을 한 번에 날려 버린 작품이었습니다.

<무간도2 - 혼돈의 시대>(2003)를 거쳐 <무간도3 - 종극무간>(2004)까지 시리즈를 거듭하며 무간도 매니아를 양산했던 <무간도>는 그 후 마틴 스콜세지 감독에 의해 <디파티드>(2006)로 각색되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냉혹하고 건조한 연기를 통해 국제적인 명성을 얻는 성과도 거두었습니다.

ⓒ 쇼박스㈜미디어플렉스
<무간도> 성공의 콤비 '유위강'과 '맥조휘' 감독이 4년 만에 만들어낸 범죄 스릴러 영화 <상성>은 <무간도>와는 또 다르지만 역시 불운한 인생을 살아야 했던 한 남자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습니다.

화려하지만 불안해 보이는 홍콩의 마천루 야경과 함께 무엇 하나 부족한 게 없어 보이는 경찰 유정희(양조위)의 불운한 삶이 미제인 살인사건의 단서와 함께 서서히 풀리면서 관객은 범인보다 잔혹한 '살인의 이유'에 대해 의문을 던지게 됩니다.

범죄 스릴러를 표방했지만 범인을 영화 전반부에 먼저 밝힌 채 살인의 동기를 풀어가는 <상성>은 아름다운 홍콩의 야경과 홍콩갑부의 살인사건, 두 남자의 엇갈린 운명과 유정희의 과거가 한 꺼풀씩 벗겨지는 매 순간마다 두 감독의 고심한 흔적과 평범한 결론을 깨보려는 모험의 흔적을 확연히 느낄 수 있습니다.

기존의 이미지를 벗어던진 양조위의 변신과 얼음처럼 차가웠던 그의 내면연기가 이번 영화의 가장 큰 성과이자 발견입니다. 쉽지 않았을 변신을 무난히 소화해낸 그가 보이는 불행했던 한 남자의 비극적 인생은 관객의 공감대를 얻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홍콩 정부를 어렵사리 설득해 포착해낸 홍콩의 아름다운 야경과 고공 촬영, 홍콩의 소호거리부터 마카오에 이르기까지 '혼란과 고뇌'라는 영화의 주제의식을 표현하고자 구석구석 포착해낸 거리의 씬들 역시 이 영화의 훌륭한 조연감이자 볼거리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영화 도입부에 이미 밝혀 버린 범인과 그의 살인 동기를 추리하는 과정은 다른 평론가들도 지적하듯이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맥이 풀린듯한 느낌이 강하고 살인범을 추적하는 사립탐정 아방(금성무 분)의 갈등과 고민은 예상외로 빈약합니다.

게다가 알코올에 전 아방의 선한 눈매는 양조위의 차갑고 건조한 내면연기를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고 살인범 수사 과정 역시 긴장감이 부족해 관객에게 팽팽한 관람의 재미를 주지 못합니다.

다시 의기투합해 홍콩 영화의 르네상스를 꿈꾸는 두 감독이 만든 영화 <상성>은 흥행에 성공한 전작을 뛰어넘는 후속작을 만드는 일이 영화계에서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보여주는 듯합니다.
2007-05-31 18:15 ⓒ 2007 OhmyNews
상성 양조위 금성무 홍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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