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 본능 자극, 미얀마 전통무슬 '레훼'

타이 킥복싱의 전신... 보호장구 착용 안 해 더러는 사망하기도

등록 2006.09.11 17:39수정 2006.09.1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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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전 코치로부터 지도를 받고 있는 미얀마 '레훼'선수. ⓒ 정범래

태국의 옛 수도, '아유타야'를 가본 일이 있는가? 그곳에 가면 유적지 여기저기에 산재된 목 잘린 부처를 만날 수 있다. 부처님의 목이 잘려진 이유는 무엇이며 누가 목을 잘랐을까?

1350년 태국의 중부지역에 세워진 아유타야 왕국은 1438년 수코타이 왕국을 흡수하면서 통일된 왕국을 세웠다. 이후 아유타야 왕국 내에서 전륜성왕의 상징인 백상(흰코끼리)이 발견되고, 독실한 불교 원리주의 나라인 버마(미얀마)는 백상을 바칠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아유타야 왕조는 이를 거절하고, 1569년 버마(지금의 미얀마)의 침략을 받게 된다. 결국 아유타야 왕국은 1767년 미얀마의 재침공으로 끝내 멸망하게 되고 수도인 아유타야의 불상들은 "오직 버마인만이 불교를 믿을 수 있다"는 편협한 종교관을 갖은 버마 군대에 의해 목이 잘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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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레훼' 선수들이 연습을 하고있다. ⓒ 정범래

198년간 이어진 미얀마와의 긴 전쟁에서 태국은 '연전연패'하며 수도인 아유타야를 포기하고 쓸모없는 땅이었던 방콕으로 도망가게 된다.

미얀마가 이렇듯 아유타야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적의 코끼리 부대와 미얀마 군사들의 뛰어난 무술실력 때문이었다. 또 3차례에 걸친 미얀마와 영국간의 전쟁에서 비록 고대왕국지역을 모두 잃었지만 '마하반둘라' 장군 등 전쟁영웅들 또한 미얀마 무술인 '레훼'의 달인들이었다.

미얀마 전통무술의 한 종류인 '레훼'는 현재도 미얀마에서 성행하는데 그 경기를 관전하다 보면 가슴속 안쪽 깊이 숨겨져 있던 인간의 동물적 본능인 투쟁본능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타이 킥복싱의 전신인 미얀마 '레훼'는 반칙이 없는 경기라고 할 수 있다. 굳이 반칙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깨물기와 머리채 잡는 것이 허용 되지 않는다는 것뿐이다. 인간의 신체를 무기로 이용해 적을 타격한다. 레훼경기를 보고 있으면, 선수가 인간병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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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느냐 사느냐... '링' 위에서의 사투 ⓒ 정범래

미얀마에서 성행하는 '레훼'경기는 두 선수 중 한 선수가 쓰러질 때까지 한다. 공식경기에서는 판정도 내리지만 판정까지 갈 경우에는 거의 다 무승부가 선언이 된다.

아울러 '레훼'경기에서는 치아를 보호하는 '마우스피스'조차도 착용하지 않는다. 어떤 보호장구도 허용되질 않는 것. 또 글러브도 끼질 않고, 오직 주먹을 보호하기 위해 약간의 붕대만을 감는다.

격렬한 경기임에도 보호 장구를 착용하지 않아 피가 튀고 많이 다치기도 한다. 더러는 사망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 숫자가 적은 편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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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훼"경기에서 KO패한 미얀마 선수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 정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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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한번 날아보자 미얀마여.. ⓒ 정범래

관중들의 함성 속에서 죽을힘을 다해 치열하게 싸우는 '레훼' 선수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평상시 수도승처럼 조용하게 살아가는 지금의 미얀마 사람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그 옛날 동남아 지역을 휘어잡던 맹주로서의 그들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게 된다.

덧붙이는 글 | *미얀마 전통무술 '레훼'에 관한 현지 취재 다큐멘터리가 케이블 방송인 Q채널을 통해 방송될 예정입니다. 많은 시청바랍니다.

*기자의 미얀마 정보 커뮤니티 '미야비즈' www.myabiz.com

덧붙이는 글 *미얀마 전통무술 '레훼'에 관한 현지 취재 다큐멘터리가 케이블 방송인 Q채널을 통해 방송될 예정입니다. 많은 시청바랍니다.

*기자의 미얀마 정보 커뮤니티 '미야비즈' www.mya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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