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 있으면 죄 값을 받고, 없으면 말제"

[주장]비리불감증 사회, 제대로 짚어야 선진 정치 이룰 것

등록 2003.12.12 13:21수정 2003.12.1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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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개장사에게서 개를 산 사람이 다시 돌아와 돈을 돌려 달라며 "집안에서 1백만원어치 도둑을 맞았는데 개가 한 번도 짖지도 않았다"고 화를 냈다.

이 말을 들은 개장사 왈 "이 개는 원래 부잣집에서 기르던 개라 1백만원은 돈으로 생각하지도 않고, 1억원어치나 되어야 한 두 번 짖을까 말까 한다"고 변명했다.

누가 지어낸 우스개 소리인데 해외토픽감인 우리 정치판의 '차떼기' 소식을 들으면서 떠오른 얘기다. 1억원이면 미국 돈으로 10만불에 가까운 어마 어마한 돈이다. 이민 온 동포들이 수년을 밤낮으로 고생해야 모을 수 있는 돈이다.

한국 언론은 '부잣집에서 기르던 개들'인가. 1억원은 짖지도 않고, 100억원쯤 되니까 한 두 번 짖을까 말까 한다.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도덕 불감증인지 치매인지 몇 주만 지나가도 잊어버리고, 누구 편인가에 따라서 짖기도 하고 입을 다물기도 한다.

특히 일부 언론의 태도를 보면 웃긴다. 대도(大盜)가 틀림없는데도 대도(大盜)에 대한 동정심까지 보인다. 대도(大盜)를 보고도 짖지 않는 개, 어차피 이놈도 도둑이고 저놈도 도둑이니 그냥 적당히 지나가자는 것일까.

검찰 소환장은 국법의 소환장임에도 불구하고 정적(政敵)의 소환장처럼 취급한다. 법치가 제대로 선 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생각해 보라. 법을 위반했느냐 안 했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왜 거기에 '야당 탄압'이니 '불공평 수사'니 하며 사족을 붙이는 것일까.

더더욱 이상한 것은 도둑들의 태도다. 도둑질을 하고도 별로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높은 양반들일수록 법은 종이에 써놓은 글자일 뿐 자기와는 상관없다. 도둑질을 했으면 부끄러워해야 당연하거늘 '정면 대응' 어쩌고 하면서 핵심을 호도하고, '똥 싼 놈이 오히려 방귀 뀐 놈'을 나무라기까지 한다. 물론 방귀 뀐 놈도 똑같은 놈이지만….

법을 알만한 사람들보다 오히려 법을 모르는 민초들이 법을 더 잘 아는 이상한 나라, 한국의 풍경을 한 장면 그려본다. 광주 민주화 운동 후 80년대 초 전두환 정권이 민주화 운동 희생자들을 돈으로 보상하려 했었다.

그 때 한 전라도 할머니가 어느 잡지사의 인터뷰에 응한 답변을 들어 보시라. 기자가 할머니에게 "이번 보상을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묻자 할머니의 대답은 간단 명료했다. "돈 몇 푼 띵겨 준다고 그 문제가 해결 되간디? 죄가 있으면 죄 값을 받고, 죄가 없으면 말제."

이것이 바로 천심(天心)이다. 대통령도 장관도 그리고 이름 없는 시민들에 이르기까지 죄가 있으면 죄 값을 치러야 하는 사회가 바로 법치국가가 아닌가.

법을 권력이나 정치로 얼버무리고, 정략으로 유린하는 나라, 법은 오직 민초들만 옭아매는데 쓰는 나라 그게 아직도 우리의 현주소라면 잘못일까? 그동안 나라를 거덜낼만한 죄를 저지르고도 죄 값을 제대로 치른 위정자들이 과연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보라.

"죄 있으면 죄 값을 받고, 없으면 말제"
민초 할머니의 상식이 바로 언론의 상식이어야 하고, 또한 정치의 상식이어야 한다. 언론인이나 정치가들이 그 이상의 상식을 가질 필요도 없다. 선진 한국을 만들려면 개는 도둑을 보면 끊임없이 짖어야하고, 죄 지은 사람들은 스스로 깨우칠 줄 아는 상식의 사회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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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거주, Beauty Times 발행인, <밖에서보는코리아>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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