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회 후 가두시위를 벌이는 트윈스 팬들 - 그들은 팬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 이성환 "우리는 여기 싸우려고 모인 것이 아닙니다. 팬들로써 우리들의 권리를 보장 받기 위해 모인 것 입니다"지난 30일 오후 3시 잠실야구장 앞에서는 '김성근 감독 해임 규탄집회'가 열렸다. 이번 집회는 지난 23일 트윈스를 올 시즌 코리안시리즈 준우승까지 이끌었던 김성근 감독이 전격 해임된것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벌어졌으며 더 나아가 프로야구에서 자행되는 구단의 이기주의적 경영을 규탄하기 위해 벌어졌다. 엘지만행공동대책위원회(Fevers, Hero LG, LG 30, 부천 LG)는 이 날 모여 피켓시위, 결의문 낭독, 대표자 및 일반팬 의견 청취 시간, 가두행진 등을 가지고, 그 동안 자신들이 온라인 모임을 통해 주장해오던 의견들을 오프라인으로 끌어올리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엘지만행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크게 4가지를 구단에게 요구 하였다. 자세히 살펴 보자면, 첫번째는 이광환 감독 선임을 취소하는 동시에 김성근 감독에 대한 부당 해임을 취소하고, 둘째, 구단의 독재경영을 주도한 어윤태 사장은 감독과 선수 및 팬들에게 정중히 사과 하며, 셋째 어윤태 사장과 유성민 단장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하기를 요구하였다. 더 나아가 한국 프로야구 발전을 가로막는 구단 독재경영을 일삼는 구단사장들은 각성을 하고, 구단운영은 구단에서 야구는 감독과 선수, 팬들이 할수 있도록 보장하라고 외쳤다.필자는 올해 초 베어스 팬들이 심정수 보복성 트레이드와 구단의 무책임한 구단운영에 반발하여 '팬권리찾기운동'을 취재한적이 있어 이번 트윈스 팬들이 벌이는 규탄집회에 대하여도 내심 큰 기대를 갖고 취재에 임했다. 오후 2시부터 잠실야구장 앞을 찾아 취재에 임한 기자는 이번 집회에 대해 약간의 실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 집회 전 엘지만행공동대책위원회 회원과 8개동호인연합회 회원간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 이성환 실망의 이유는 갈라진 트윈스 팬들의 모습이었다. 엘지만행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은 구단의 만행에 대한 반대 시위를 벌이려고 준비하고있었지만, 그 옆에는 이번 집회에 반대하는 8개동호인연합회 회원들이 차가운 얼굴로 서 있었다. 필자는 그들중 몇 명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가졌는데 'LG 할머니'라고 본인을 밝힌 심계순(72)씨는 "트윈스야구와 김성근식 야구는 맞지않는다. 김성근 감독은 트윈스의 '신바람야구'를 없애려 노력했다. 트윈스와 맞지않는 감독을 해임시키는 것은 당연"하다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고,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회원은 "나는 김성근 감독이 이번에 팀을 코리안시리즈에 올려놓은것은 그의 능력때문이라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보다는 한번도 코리안시리즈에 진출해보지 못한 김성근 감독이 트윈스라는 팀을 만났기 때문에 준우승까지 할수 있었던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떠한 면에서 보았을때 트윈스 홈페이지(www.lgtwins.com) 내 '쌍둥이 마당(이하 쌍마)'게시판을 통해 대부분의 의견을 타진해온 엘지만행공동대책위원회은 오프라인을 통해 모임을 가져온 8개동호인연합회는 상당히 다른 의견을 보여주었다고 볼 수 있다. 8개동호인연합회는 집회가 있기 하루 전날인 29일 쌍마게시판에 자신들의 의견을 발표문을 올렸다. 그 내용은 기사 하단을 참조하여 주길바란다.이 발표문에는 분명 "김성근 해임과 관련 하여 저희 8개 동호인연합회는 구단의 의사 결정을 존중 하며 감독 해임을 절대 지지 한다는 것을 밝혀 두고자 합니다"라는 부분이 있다. 이 부분을 해석하면, 8개동호인연합회는 김성근 감독 해임에 대하여 절대적 찬성을 보낸다는 의견이 분명히 나와있다. 이것은 그동안 엘지만행공동대책위원회가 주장해온 해임취소와 상반되는 이야기이다. ▲ 집회를 준비하고 있는 트윈스 팬들 ⓒ 이성환 이러한 상황에서 열린 이번 집회는 상당히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 될수 밖에 없었고, 여기에 경찰의 집회에 대한 강력한 대처가 복잡하게 얽히고, 8개동호인연합회 회원들까지 가세하여 번잡한 분위기로 갈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집회 전 팬들 자체 내에서 자신들의 의견 조율에 합의에 이루지 못한것이 집회 자체에도 큰 영향을 미친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트윈스 팬들의 끊임없는 노력끝에 결국 그들의 똑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집회 본행사 중에는 각 모임 대표자 연설의 시간이 있었는데 이번 집회의 주최자인 엘지만행공동대책위원회는 8개동호인연합회에게도 발표할 기회를 주었다. 필자는 이부분에 대해 엘지만행공동대책위원회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것은 집회 주최자로써 상당히 어려운 용단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자신들의 의견에 반하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모임에서 발언의 기회를 준것은 자칫 자신들의 입지를 약하게 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자는 이것이 진정한 민주적 집회의 모습이고, 이런 주최자의 용단으로 결국 트윈스 팬들간의 의견 조율을 얻어낼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 집회가 끝난 후 8개동호인연합회 회원들과 엘지만행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 이성환 8개동호인연합회 중 럭키회 고문이라고 자신을 밝힌 최금상씨는 "구단이 이미 내정한 이광환 감독을 팬들도 이제 수용해야한다"라고 밝히면서도 "그러나, 이번 문제에 대해 구단이 아니하게 대처한것은 사실이고, 이 부분에 대하여 우리가 항의 하여야한다는 것은 우리도 인정을 한다"라고 밝혔다. 8개동호인연합회 회원들 또한 "구단이 이번 김성근 감독 해임에 대해 감독에 대한 예우를 지키지 않은 부분은 질타를 받아 마땅하다"라고 입을 모았다.엘지만행공동 대책 위원회 측에서 나온 이소영씨(31 강사) 또한 발언의 기회를 얻자 "구단은 (김성근 감독) 해임에 있어 충분한 시간적 여유와 팬들에게 대한 충분한 설명이 있었어야한다. 구단은 선수나 코칭스태프가 단순히 자신들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하지 말아달라"고 이야기해 그곳에 모인 트윈스 팬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 트윈스 만행 규탄 집회을 갖고 있는 팬들 - 1 ⓒ 이성환 모든것을 종합하여 보자면, 엘지만행공동대책위원회와 8개동호인연합회 회원들은 결국 똑같은 의견을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단순히 김성근 감독의 야구에 대하여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었을 뿐 구단의 이번 처사에 대하여서는 확실히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었던것이다. 필자도 김성근 감독 해임 관련 칼럼을 쓰면서 "트윈스 구단은 결과적으로 김성근 감독을 해임시켰지만, 그 방법과 여정이 잘못되었다. 트윈스 구단이 팬들을 생각한다면, 좀 더 순차적이고, 조심스러운 행로를 택했어야 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적이 있다. 결국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은 트윈스 구단의 이기주의적인 발상과, 비순차적이고, 조심스럽지 못한 행동이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엘지만행 공동대책위원회 측이나, 8개동호인연합회 나 이번 구단의 김성근 감독 해임은 잘못된 행동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트윈스 팬 ⓒ 이성환 구단은 이 부분을 분명히 직시 해야할것이다. 엘지만행공동대책위원회 측에서 나온 이소영씨(31 강사)는 더 나아가 "프로야구 팀은 기업의 소유물이 아니라 팬들의 소유물"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렇다. 구단은 단순히 모기업의 계열회사가 아니라 팬들이 주인인 '팬들의 팀'인것이다.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프로구단이라고 볼수있다. 프로구단이 팬들의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프로구단이 아니라 모기업 계열회사일 수밖에 없다. 올해 초 베어스 팬들의 '팬권리찾기운동'때도 팬들은 "구단이 자신들의 것인냥 좌지우지 말고, 과연 팬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하고 구단운영을 해주길 바란다"고 밝힌 적이 있다. 이번에도 팬들은 똑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제는 프로야구계는 바뀌어야한다. 프로야구는 구단의 것도 아니고, 선수의 것도 아니다. 분명 팬들의 것이다. 이제는 정말로 말로만 "팬들을 위해"라는 말을 쓰지 말고, 진정으로 팬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직시하고, 그것을 충분히 구단운영에 반영해 주길 바란다.이날 집회가 끝난 후 엘지만행공동대책위원화와 8개동회인연합회는 비공개 모임을 가졌다. 덕분에 필자는 Fevers 회장과의 인터뷰를 하지못하는 불상사(?)를 겪었어야 했다. 그러나, 필자는 이번 모임을 통해 많은 의견이 오고 갈것이고, 좋은 트윈스와 트윈스팬들에게 있어서 좋은 결과가 나올것이라는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마지막에 이들이 보여준 모습은 필자가 취재를 처음 시작하며 갖게 만들었던 실망감을 말끔이 씻겨주기에 충분하였고, 이들이야 말로 진정으로 한국 프로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이고, 진정한 프로야구의 주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치열한 취재경쟁을 벌이고 있는 기자들 ⓒ 이성환 덧붙여서 한마디 더하겠다. 이번 취재를 하며 몇몇 기자들이 팬들에게 이런 모습을 저런 모습을 요구하는 것을 여러번 목격할수 있었다. 어떤 사진기자는 "이렇게 하면 그림이 안 나오니 피켓을 이렇게 들어달라"라고 요구하고, 어떤 기자는 심지어 "끝내기 전 구호를 한번 더 외쳐달라"고 요구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필자는 과연 이것이 기자들로써 요구할 수 있는 일인가 의구심이 들었다. 기자는 기자로써 있는 그대로를 취재하면 된다. 그 이상을 덧붙일 필요도 없고, 본인이 싫다고 가감해서는 더욱 안된다. 물론, 좋은 사진을 위해 요구하는것 좋다. 자신의 취재를 위해 요구하는것 자신들의 기사를 위해 좋을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기자들의 신분으로써 해야 될 일일까? 기자는 제3자의 입장에서 좋은 사진을 찍고, 좋은 기사를 쓰면 되는것이다. 더 이상 취재원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어떠한 면에서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면 한다.아래는 엘지만행공동대책위원회가 발표한 '팬들의 결의문', 8개 동호인연합회 발표문, 트윈스 유성민 단장이 트윈스 홈페이지에 올린 "팬여러분께 드리는 글" 전문이다. ▲ 트윈스 만행 규탄 집회을 갖고 있는 팬들 - 2 ⓒ 이성환 ▲ 트윈스 만행 규탄 집회을 갖고 있는 팬들 - 3 ⓒ 이성환 ▲ 집회 행사 중 응원 타월 절단식 ⓒ 이성환 ▲ 집회를 지켜보고 있는 8개동호인연합회 회원들 ⓒ 이성환 ▲ 한국 시리즈 당시 트윈스 팬들 ⓒ 이성환